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몰아 쓴 일기 상세페이지

몰아 쓴 일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409

  • 관심 0
소장
종이책 정가
8,000원
전자책 정가
30%↓
5,600원
판매가
5,600원
출간 정보
  • 2012.04.18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5.5만 자
  • 13.9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32024943
ECN
-
몰아 쓴 일기

작품 정보

비탄인 듯 광증인 듯,
뜨겁고도 선연한 고통의 곡예


‘앙팡 테리블’ 박성준의 첫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새로운 시인들을 발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문학과지성사는 2012년 첫번째 신인 시집으로 박성준의 『몰아 쓴 일기』를 택했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박성준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 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시인이다. 실험시도 서정시도 아닌 제3의 시를 위해 젊은 시인들에게 거는 문단 안팎의 기대가 크지만, 이번 시집에서 박성준은 어떤 경향을 제시하려 노력하기보다 시와 삶에 대한 치열한 태도를 정직하게 담아냈다. ‘결기’에 가까운 진중한 고민이 스며 있는 시편들은 시집으로 묶이며 더 묵직한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박성준의 시가 무게감과 함께 “논리적 곡예”를 연상시키는 문장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시를 쓰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변사와 독백, ‘나’와 ‘누이’…… 그 ‘사이’에서, 시가 품은 정서는 더욱 촘촘하고 복잡해진다.

시인은 언제 비로소 시인인가. 스스로가 자신의 언어를 완벽하게 관장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의 경우, 제아무리 아름다운 수사를 설파하며 시인을 참칭한다고 할지라도 진정한 의미의 시인이라 할 수 없다. 반대로 자신이 놀리는 혀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방기해버리는 무책임하게 자유로운 이를 가리켜 시인이라 부르는 것도 꺼려진다. 다소 모호한 표현이지만, 시인의 상태는 차라리 그 ‘사이’라 할 수 없을까. [……] 시인은 시인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 찰나의 순간에만, 그 시간의 편각 속에서만 가까스로 시인으로 탄생한다. _강동호(문학평론가)

비문(非文)은 어떻게 비문(碑文)이 되는가― 변사와 독백 사이에서
입말[口語]로 쓰인 시를 눈여겨보자. 말들은 숨고를 틈을 주지 않고 마치 변사가 극중 상황을 묘사하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키며 수다스레 이어진다. 입말은 보통 청자를 가정한 상황일 때 사용되지만 박성준 시 속 청자는 (간혹 ‘너’나 ‘누이’를 부르고 있을 때에도)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시인은 불특정 다수, ‘독자’라는 존재를 위한 변사로서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귀신이 왔다 간 자리에 담이 섭니다.
담담해진 마음으로 쓰러진 누이를 내려다보면서
미안해서 같이 쓰러집니다. 쓰러져봅니다.
길고 긴 꽃잠 들러 갑니다.
누이는 겨우 숨이 돌고 있고, 아 대신 내가 귀신 들고 싶어라.
담은 담이 아닙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농담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담」 부분

그런데 박성준의 시는 입말이어도 어쩐지 난해한 느낌을 준다. “거울에 붙은 타원 속으로 경직을 들이미는 용기”(「내 아름다운 지박령들; 무인 사진관」)나 “비록, 그의 말은 비문이었다”(「소름」)처럼 의도적으로 혼란을 꾀하거나 아예 비문을 사용한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청자(독자)를 설정하되, 그들에게 이해를 부탁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고백적 텍스트”라 불친절한 변사의 말은 편안히 시를 읽으려 했던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안긴다. 박성준의 시에서 비문의 사용은 “곧 의미의 비문(碑文)을 새기는 과정”이어서, “의미를 죽이고 의미 이전의 언어적 전생을 소환시키면서, 낯선 형태로 말의 내세를 도모”하고 있다. 박성준이 ‘젊은 시인’으로서 무언가를 제시하고 있다면, 이러한 지점에서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누이’라는 인력과 ‘나’라는 척력 사이에서
박성준은 서시 「아껴 쓴 일기」부터 「회복기의 노래」까지 자신의 시가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내비친다.

나는 왜
열 살부터 너라는 이름의 평전을 쓰기 시작했니?
동무야, 화단 밖에는 너보다 일찍 다녀간 통증이 있단다
부르자마자 입술과 헤어지는 말이 있단다
꽃을 감싸고 있단다
저 꽃은 꽃이 아니려고 애쓰는 동안에만 꽃인데
나무야. 온갖, 젊지도 않은 모양으로 구름을 쑤시는 필체가 있단다.

어머니보다 긴 이름의 여자가 있단다.
대책 없이 모르는 날씨
누이야. 숨을 쉬기 시작했니?
─「아껴 쓴 일기」 전문

이제는 괴롭지 않다
나는 여전히 더러운 것을 아름답다 치장할 용기가 없으나
다시 타오르는 대지의 울렁거림과 태양의 비스듬한 고해, 산중의 바위들이 불어대는 입김들을 예감할 수 있으니
조용한 그날의 봄과 나는 오래 싸우고 있는 중이다
세상 어디에도 죽어서 집을 짓는 자유는 없고
어디로 갈 것인가, 물음을 청하는 백골은 없다
─「회복기의 노래」 부분

첫 시와 마지막 시, 그 사이의 시들은 “혀의 뿌리”(「무슨 낯으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일 것이다. 시를 들여다보면 가족사적 내력, 특히 신병을 앓고 있는 누이가 박성준이 시를 쓰기 시작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발견할 수 있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박성준은 누이처럼 신들린 듯 말을 던지고 누이를 살아본다. ‘누이’가 상징하는 무수한 비탄과 광증의 시들을 거쳐, “나는 오래오래 나를 구애하고 싶었”(「익명의 구애」)다는 구절에 이르러 마침내 박성준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담담히 “이제는 괴롭지 않”지만 “오래 싸우고 있는 중”이라 말하고 고통스러운 긴장을 껴안으며 시집을 닫는다. “누이에 대한 화자의 복잡한 심경이 시인의 탄생기를 구축하는 데 최초의 인력으로 작용했다면, ‘나’를 향한 가망 없는 구애의 몸짓은 그 인력과의 고통스러운 긴장을 가까스로 유지시키는 척력으로 작용하여 ‘나’를 시인으로서 세상에 내놓게”한 것이다.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 『몰아 쓴 일기』는 그 물음에 대한 박성준의 치열한 대답이다. 시의 진폭을 더 크게 만드는 인력과 척력, 그 아슬아슬한 사이에서, 우리는 “시인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작가

박성준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86년
학력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수상
2009년 문학과 사회 시 '돼지표 본드' 외 3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구자운 시전집 초판본 (구자운, 박성준)
  • 김우종 수필선집 (김우종, 박성준)
  • 몰아 쓴 일기 (박성준)

리뷰

0.0

구매자 별점
0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더보기

  • 명궁 (윤후명)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성복)
  • 이 시대의 아벨 (고정희)
  • 남해 금산 (이성복)
  •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 그 여름의 끝 (이성복)
  • 열애일기 (한승원)
  •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
  • 무늬 (이시영)
  •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박형준)
  •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 치명적인 것들 (박청호)
  •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한승원)
  • 처형극장 (강정)
  • 극에 달하다 (김소연)
  •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 갈증이며 샘물인 (정현종)
  •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한승원)
  • 해가 뜨다 (김정환)

시 베스트더보기

  • 여름 피치 스파클링 (차정은)
  • 하늘과 바람과 별이 된 시인들의 한국 대표 시집 세트 (전9권) (윤동주)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 마중도 배웅도 없이 (박준)
  •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서덕준)
  •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육호수)
  • 여름 상설 공연 (박은지)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이은규)
  • 신곡 세트 (전3권)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 온 (안미옥)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 우주적인 안녕 (하재연)
  • Just 15 (서희원)
  • 꽃이 지고 난 그날에 (임병철)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