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그레이 고딕 호러 단편선 : 앤서니 프라이어의 내력 · 네크로맨서 · 불멸자 클럽 | 아라한 호러 서클 122
작품 소개
아서 그레이의 작품들은 호흡이 느린 고딕 소설 중에서도 더디고 완만한 특징을 지닌 단편들이다. 그레이의 대표 단편 3편을 수록했다. 작가는 28년간 학장으로 있었던 케임브리지 지저스 칼리지를 배경으로 자신의 절친이기도 했던 고딕 소설의 대가 M. R. 제임스의 고딕 유령을 온건하고 우아하게 도입했다. 고교 괴담이 아닌 대학 괴담이라고 할까. 스토리를 전개하는 압축적이고 묵직한 필치에 비해 곳곳에 산재한 유머와 풍자는 공포를 희석하여 독자로 하여금 호불호의 갈림길에 서게 한다. 「앤서니 프라이어의 내력」, 「네크로맨서」, 「불멸자 클럽」이 수록된 작가의 유일한 소설이자 단편집이 『그랜타 강과 마술에 관한 따분하고도 짧은 이야기』인데, 작가는 이 제목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분량이 짧은 단편들인데 서사에 친절하지도 않고 직설적이지도 않아서 작가는 스스로 따분하다고 경고한 모양이다. 아서 그레이의 고딕 호러는 슬래셔나 고어뿐 아니라 화끈한 공포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작품 전반에 뿌려진 오컬트의 색감도 공포보다는 향수 다시말해 연금술이 정통과학이자 대학의 정식 학과목으로 인정받던 시절을 향한 푸념이고 그리움에 가깝다. 「앤서니 프라이어의 내력」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행하던 16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연금술사 앤서니 프라이어는 전염병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질병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드디어 그 결실을 맺기 직전, 그는 불길한 예감이자 전조와도 같은 꿈에 빠져든다. 「네크로맨서」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었던 토머스 앨런에 관한 이야기다. 오컬트 연구에 빠져 있는 그는 밤마다 고양이로 둔갑하여 돌아다닌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사학한 행위를 끝낸 사람은 또 다른 평의원인 아도니람 바이필드.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바이필드의 진술에만 의존해 있다. 과연 토머스 앨런은 사악한 네크로맨서(강령술사)였을까? 「불멸자 클럽」도 케임브리지 지저스 칼리지를 배경으로 한다. 18세기 런던과 아일랜드에서 실제 유행했던 방탕한 상류층 클럽이 모티프다. 이런 악명높은 클럽 중에 하나인 "불멸자 클럽"은 초기 회원 7인으로만 운영되는데 죽어서도 회원에서 탈퇴할 수 없다는 회칙 때문에 괴이한 문제를 일으킨다.
영국의 학자이자 작가. 케임브리지 역사와 셰익스피어 연구에 관해 많은 저작을 남겼다. 블랙히스 사립학교를 거쳐 케임브리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 대학 평의원과 교수를 거쳐 죽기 전까지 칼리지의 학장을 지냈다. 절친이기도 했던 M. R. 제임스의 고딕 전통을 잘 반영한 단편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1912년 학장이 됐을 때, 지저스 칼리지 400년 역사상 서품을 받지 않은 최초의 학장이었다고 한다. 소설은 잉걸푸스(Ingulphus)라는 필명으로 《케임브리지 리뷰》에 발표한 단편들이 유일하다. 초자연적인 특징과 유령을 다룬 단편 「앤서니 프라이어의 내력」, 「네크로맨서」 등의 대표작은 단편집 『그랜타 강과 마술에 관한 따분하고도 짧은 이야기』에 수록되어 있다. 그밖에 『셰익스피어의 사위』, 『셰익스피어 젊은 시절의 한 장』, 『케임브리지와 그 역사』등의 대표 저서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