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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머리처럼 ‘처음 펜을 들었을 때’ 나 ‘지면을 채우기 시작했을 때’ ... 같은 멋진 말을 서두에 적고 싶었지만 첫 원고를 쓰기 시작한 건 멋없이 밋밋한 한글 메모장에서였어요. 다함께 수업을 듣고, 가상의 펜 촉을 모으며 머리를 맞대는 순간들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노트북 화면 안 공백이 가득한 백지를 마주했을 땐 막막하기만 했어요. 첫 원고를 한 자 한 자 쓰는 과정에서 수없이 울고 웃으며 ‘이게 뭐야! 왜 이거밖에 못 해! 누가

모두와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는 반소매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제 옷소매는 손목에 와 닿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해가 화창한 한낮에도 기온은 한 자리 숫자를 맴돌겠지요. 칼바람이 손등을 할퀴고 뺨을 붉게 얼리는 나날을, 우리는 기다려야 마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대비할지언정 시간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기에. 인간에게는 아직 시간을 거스를 길이 없어 우리는 그저 앞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중에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10여 년을 기다리던 노래가 근래 드디어 음원으로 나왔습니다. 어딜 가든 이어폰과 동행하는 나날입니다. 악동뮤지션의 ‘후라이의 꿈’이라는 노래인데, 요는 남들 눈치 볼 것 없이 나의 길을, 나의 속도로 걸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멈춰있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큰 우리 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가사였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주였습니다. 여기 쓰인 이야기가 단순히 공상의 산물이든, 인생사와 경험을 녹여 내린 것이든, 가족들과 손잡고 나선 여행

‘과연 내가?’라는 의심을 가지고 첫 문장을 시작했고, ‘이러면 된 건가? 라는 불안함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책으로 나오기까지 우리는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했고, 용기를 내야 했습니다.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날이 많았고, 어쩌다 쓰게 된 문장들도 내 생각을 필력이 따라가지 못해 답답한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모니터와 눈싸움을 하고 키보드와 기 싸움을 한 끝에

몇 시간 동안 힘겹게 올라 산 정상에 도달하면, 누구나 ‘야호’ 하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그 소리는 산 정상에서 출발하여 그 어디서 외치는 것보다 널리 널리 퍼져나가 크게 울립니다. 되돌아오는 외침을 들으며 우리는 그 소리가 어디까지 닿았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 책은 한 발 한 발 천천히 발걸음을 떼 마침내 정상까지 도달한 열 명의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아리입니다. 인생은 무수한 갈림길로 가득 차 있어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

한여름 햇살 아래에서 각기 다른 색을 띤 청춘들이 모여, 마치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냈어. 우리 주위에는 각자의 특별한 빛깔과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수한 색상을 펼쳐놓았고, 그 모습은 마음 속에 따뜻한 느낌을 전해줬어. 뜨거운 여름 날씨에도 우리는 개성 넘치는 색깔을 뽐내며 놀고 뛰었어. 어떤 사람은 활기차게 노래를 부르며 태양 아래서 춤을 추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시원한 바다에서 모래성을 짓기도 했어. 다양한 꿈과 열정을 안고

안녕하세요, 스펙트럼의 독자 여러분. 이 책은 단편 소설과 에세이/시 > 에세이가 실린 단편집입니다. 주제와 장르가 다른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되 섞이지 않고 각자 고유한 색으로 빛납니다. 마치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한 가지 색의 빛이 아니라 무지개색 띠의 스펙트럼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2023년의 여름을 지나 세상에 나오게 된 이야기들이지만 각자의 역사는 훨씬 오래전 쓰였을 테지요. 이번 여름은 참 길게 느껴집니다. 추운 겨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마 당신은 벚꽃, 바다, 단풍, 눈처럼 사계에 어울리는 단어로 계절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시간의 수식어가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년 봄마다 똑같이 피는 벚꽃보다, 당신이라는 시계추로 해마다 다른 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모르던 지난 봄날과 우리가 함께 보낸 봄밤, 앞으로 맞이할 내년 봄을 그리며 우리의 시간을 입체적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성균관의 올 여름,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모여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이라는 바닷속에서 부단히 헤엄치고 있다. 누군가는 좋은 성적, 많은 연봉과 같이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얻고자 애쓴다. 또 누군가는 단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버틸 뿐이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헤엄치고 있다. 이런 우리들의 분주한 몸부림이 마침내 어느 이상향에 닿을 수만 있다면, 그동안 헤엄이라는 자취는 이내 아름다운 춤으로 완성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바둥거리는 헤엄

중앙문학회 1기

중앙문학회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