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서양 의학 역사와 발전 과정의 순간들을 의학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풀어 낸 것으로 의학의 역사 속에 담긴 인간의 역사도 함께 소개한다. 의학이 주술과 종교로부터 벗어나 근대를 지나오면서 어떻게 발전을 했고, 서양의학이 한국에 들어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대의학의 사상적 의미 등을 서술한다.
《의학 오디세이》는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과학 등 다양한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과 의학이 각 분야에 미친 영향을 각각의 에피소드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4인의 의학-인문학자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의학 이야기>
이 책은 동서양 의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들을 쉽고 재미나게 엮은 의학 교양서이다. 강신익・신동원・여인석・황상익 등 국내의 대표적인 의학-인문학자들이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사의 결정적 변화를 이끌어온 의학자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는 합리적 의학의 시발점이 된 히포크라테스, 의학을 처음 집대성한 갈레노스, 광물학과 연금술을 의학에 접목시킨 파라켈수스, 노동의학의 시조라 불리는 라마치니, 혈액순환의 비밀을 밝힌 하비, 해부병리학을 탄생시킨 베살리우스와 모르가니, 근대 임상의학의 선구자 시드넘과 아우엔브루거, 천한 이발사의 외과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파레와 헌터, 실험의학의 기반을 다진 베르나르, 사회의학의 원조 피르호, 당대 최고의 과학자 파스퇴르, 외과술의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한 마취의 역사 등 서양 의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의학자들과 그들이 이루어놓은 뛰어난 학문적 업적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황제내경》과 《동의보감》, 이제마와 최한기, 일제시기 위생경찰과 한의학 논쟁 등 동양 의학의 주요 서적과 의학사상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의학 이야기 속에는 의학적 사실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제일 큰 장점은 의학 속에 내포되어 있는 당대의 사상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4인의 의학-인문학자들이 풀어내는 의학 속 사상 이야기는 단순한 의학 정보 제공 차원을 넘어 의학을 철학적 프리즘으로 살펴봄으로써 의학이 인문학과 소통할 때에만 진정한 의학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몸을 매개로 과학으로서의 의학뿐 아니라 의학이 지닌 인문학적 속성에 주목한 이 책은 일반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과학과 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제일 처음 만나야 할 기초 교양도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의학의 발전 과정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읽는다>
질병의 피해는 개인과 가정뿐 아니라 사회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1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는 약 850만 명이지만 이 전쟁 후 세계적으로 유행한 ‘에스파냐 독감’의 피해자는 2천만에서 5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질병의 도전에 직면한 인간은 이를 극복하고자 언제나 응전해왔다. 이렇게 볼 때 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이자 의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의학은 인간의 몸에 나타난 질병 치유를 1차적 목적으로 삼은 치료의학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예방의학과 보건학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또한 서양에서는 해부학 중심의 과학적 발전이 의학 발달의 주요 추동력이 되었으며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중요시해왔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온 다양한 의학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역사가 모두 그러하듯이 의학의 역사 또한 오로지 ‘발전’과 ‘승리’라는 단선적 과정을 거쳐 이룩된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의학은 시대적 한계를 극복할 때도 있었지만 그 시대에 걸맞은 수준의 답보와 후퇴를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의학의 한계는 의학자 개인의 한계이기보다 그 시대의 한계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문학의 수혈을 받은 의학이 진정한 의학이다!>
의학의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종교와 같은 인간생활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왔으며, 역으로 이들의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예를 들어 근대의 과학기술은 의술을 ‘과학적 의학’으로 환골탈태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17세기 의학자 하비가 발견한 혈액순환의 원리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철학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인간생활의 다양한 요인들, 그중에서도 인문학적 요인들이 의학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수행했으며 의학이 이들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다시 말해 의학과 인문학의 소통 과정을 의학 역사의 주요 매듭 지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4인의 저자는 의학적 패러다임을 바꿔온 의학자들이 인간과 사회문제를 고민한 당대의 철학자라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의학에 내포된 당대의 인문학적 고민까지 함께 들려준다. 또한 의학이 인문학을 토대 삼고 이의 수혈을 받을 때만이 진정한 의학의 발전이 가능했음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의학과 한국 의철학의 나아갈 바에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지금도 진행 중인 생명의료윤리 문제는 인간이 배제된 국가주의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경고음을 끊임없이 내보낼 뿐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진정한 정신’의 회복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