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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상세페이지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문학동네시인선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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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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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5.07.10 전자책 출간
  • 2025.06.26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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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3.4만 자
  • 21.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11149
ECN
-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작품 정보

* 이 콘텐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어둡도록 커튼을 치지 않고 두어볼까
불행이라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나를 보여주어야지”

차가운 어둠에서 자아낸 부드러운 털실로
거짓 없이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삶의 민낯

조혜은의 너덜너덜한 사랑 삼부작 완결편

문학동네 시인선 237번으로 조혜은 시인의 네번째 시집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를 펴낸다. 2008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첫번째 시집인 『구두코』(민음사, 2012)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한 경험을 시로 형상화하여 ‘노약자’라는 단어로 묶이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을 짚어냈으며 두번째 시집인 『신부 수첩』(문예중앙, 2016)에서는 결혼 제도의 폭력성을 지적하며 결혼하는 순간 ‘아내’나 ‘어머니’라는 보통명사로 불리게 되는 여성들의 삶에 주목했다. 세번째 시집인 『눈 내리는 체육관』(민음사, 2022)에서 시인은 가부장제의 폭력을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겪은 고통과 마주하며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
그로부터 삼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부장제 하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고통을 마주하는 한편 사랑과 폭력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인은 “그간 펼쳐놓았던 ‘사랑’과 ‘폭력’이라는 양가적 관계의 서사를 제 나름대로 완결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고 밝히며 이번 시집을 “조혜은의 너덜너덜한 사랑 삼부작의 완결편”이라 일컬었다.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에서 시인은 폭력이 만들어내는 어둠에 스스로를 재차 단련시키고 그 결과로 새 사랑을 틔워냄으로써 삼부작의 피날레를 인상적으로 펼쳐 보인다.

진단이 아닌 선고를 듣는 부모의 심정으로
나는 사랑이 지겨워
내게서 사랑을 가져가려는
내게서 사랑을 찾으려는 당신도

나는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달아나고 싶었다
갖은 온건한 이유로 수조에 갇힌 눈먼 송어와 몸을 바꿨다
하나를 인정하면 다른 하나를 묵살하게 되는 투명한 집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가 그렇게 소중할까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망치로 부수고 죽이고 때리고
_「수족관 얼굴」 부분

조혜은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심상은 불행이다. 일반적으로 불행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조혜은의 이번 시집에서는 조금 다르다. 시인은 불행을 “안락하고 잘 아는”(「공중―14층」) 것이라 칭하며 불행이 일상에 깃들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모두의 삶”은 “구체적으로 불행”(「감자」) 하지만 불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불행이라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나를 보여주어야지”(「자취─도시 여행」)라는 구절에서 짐작할 수 있듯, 조혜은은 불행을 꺼리지 않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삶 속에 녹여낸다. 불행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조혜은의 태도는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공중―14층」)라는 구절에서 한층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삶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는 털실로 어둠을 짜낸다. 손에 잡히는 털실의 형태로 불행을 감각할 뿐만 아니라 불행이 자신의 삶을 뒤흔들지 않도록 스스로 불행의 모양을 직조해나가는 것이다.
조혜은은 불행에 대한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 불행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짚어가던 시인은 뜻밖에 ‘사랑’이라는 단어에 다다른다. 사랑은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단어이다. 하지만 조혜은의 시에서 “사랑은/ 볶음밥 위에 케첩으로 그린 하트 같은 것이어서/ 언제 무너질”(「외삼촌」)지 알 수 없는 연약한 것이며 “나를 갈가리 찢어놓”(「양파」)는, 파괴에 이르게 하는 감정이다. 시인이 사랑을 이토록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시인이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적 화자가 각별하게 강조하는 것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다. 엄마는 화자를 “사랑해본 적도 없으면서”(「이사―피아노 콩쿠르」) 모욕하고, 남편은 “노력이 부족하다”(「가정폭력상담소―이사」)고 화자를 힐난한다. 그리고 이 모든 폭력은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당신이 내게 한 잘못이 명백하지 않다”(「넷의 풍경」)는 이유로 그 아픔을 인정받지 못한다. 화자는 사랑의 이름 아래 행사되는 폭력을 겪어내며 “나는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달아나고 싶었다”(「수족관 얼굴」)고 말한다. 차라리 “사랑하지 않는 도시의 밤”(「가정폭력상담소―이사」)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엄마는 네 편이야
나는 내 아이에게 영하의 겨울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지퍼를 단단히 올리고 단추를 꼭꼭 채워 옷을 여며주며 다짐하고 또 잊지 못하게 일러주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목숨이 떨어져나간 뒤에도 엄마는 네 편이야
숨겨둔 보물처럼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나의 사랑은 그렇게까지 비장해도 되는 걸까
_「헤엄」 부분

하지만 시인이 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사랑에 깃든 폭력이지 사랑 그 자체는 아니다. 그렇기에 조혜은 시의 화자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화자가 새로이 사랑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화자는 “이제 막 태어난 사람”(「여름 공원」), 바로 아이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아이는 화자가 “과거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개도(開度)―굳은살 엄마」) 필요한 존재이자, 언제나 “네 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자는 또다른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아이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말이 갖는 무게를 잊지 않는다. 화자는 아이가 적어둔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보고 사랑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넷의 풍경」)를 곱씹으면서 사랑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시인은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고 고백하면서 이제는 “아이를 사랑할 때처럼 아이가 되어야지”(「낙조」)라고 이야기한다. 이 시구를 새롭게 풀어 말하면 시인은 이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사랑을 받아들일 줄도, 사랑을 베풀 줄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온전히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집은 불행을 받아들여 사랑을 베푸는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감정의 기술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조혜은이 섬세하게 적어내려간 감정의 기술지를 읽으면서 우리는 불행과 상처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운다. 그리고 우리가 각자의 어둠을 포근하게 끌어안는다면, 사랑에 대한 믿음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금선(琴線). 하늘에 비친 얼굴을 바다에 띄우고. 수천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종아리를 버리고 고통을 주고 고통을 사해주겠다고 약속해야지. 하지만 고통은 살아 있는 동안 떠나지 않고. 바다를 닮은 이와 눈을 뜰 수 없을 것 같은 태양빛을 뒤로한 채 갯벌 위에 내려앉은 눈을 밟았다. 천천히 눈 속에 바닷물이 차오르고. 서로의 얼굴을 비춰보며. 그대로 조명이 된 두 사람. 사랑해야지. 내가
_「낙조」 부분

조혜은의 시를 읽는 나는 언제나 그 어둠의 오랜 구경꾼이었다. 조용한 싸움을 홀로 치르고 있는 한 인간의 관객이었다. 그의 네번째 시집을 읽는 마음은 많이 다르다.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는 나를 더이상 구경꾼도 관객도 아니게 한다. 조혜은의 이번 시집이 구경꾼이나 관객에 머물러서는 이후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일 테고, 사랑의 진실은 “칠이 벗겨진 목조 의자”나 “버려진 유원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불행의 주인이 되어 오직 나만의 싸움을 시작해보고 싶다. 감춰진 상처를 찾아 나서는 탐조등이었던 조혜은은 이제 우리 인생의 페이스메이커가 된 것 같다. 어떤 시인에게 그것은 시인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조혜은에게 그것은 시인의 일이고, 이 일에 있어 조혜은은 탁월한 장인처럼 카리스마가 있다.
_박혜진, 해설에서

작가

조혜은
출생
1982년
학력
강남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조혜은)
  • 눈 내리는 체육관 (조혜은)
  • 시소 첫번째 (김리윤, 손보미)
  • 신부 수첩 (조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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