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작가 이용한이 포착한 묘생 최고의 순간
집사 없는 고양이들의 알 길 없는 마음, 기묘한 자태
길고양이들의 순간을 기록하는 이용한 작가, 그가 찍은 묘생 최고의 순간들을 기록한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용한 작가는 한국의 장독대 위에 길고양이들이 쪼르르 앉아 햇볕을 쬐며 졸고 있는 사진이 해외의 애묘인과 네티즌들에까지 일파만파 퍼지며 ‘저 아름다운 캣타워는 대체 무엇이냐’는 찬사와 문의가 쇄도한 작가이다. 절묘한 고양이 사진에 위트 있는 해설을 곁들여 눈길을 끈 그는 파밭에 고양이가 숨어 있는 풍경 사진에 ‘파묘’라는 이름을 붙여 엄청난 밈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고양이들이 사계절 자연 속을 누비는 꽃고양이, 눈고양이, 나무 타는 고양이 등 희귀한 사진들로 명성을 얻었다.
이용한 작가가 포착한 ‘최고의 묘생’이 담긴 이번 책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아깽이의 솜털, 인간들에게 재능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려는 듯 고개 숙인 길고양이들의 접힌 턱살과 이마, 꽃과 나무에 꾹꾹이를 하는 솜방망이 앞발, 나무를 타고 눈밭을 뛰노는 고양이들 등 이용한 작가가 국내외 사진전시회와 온라인상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사진과 미공개 사진들이 다수 수록되었다.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물론 일본 고양이섬에서 지붕 사이를 새처럼 날아다니는 하늘배달부 고양이들, 관광객들에 둘러싸인 튀르키예의 고양이들, 이스탄불 터키의 푸른 벽 아래 그림처럼 앉아 있는 고양이 등 세계 각지 골목의 고양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집사 없는 고양이들은 누가 돌봐주지 않고 바라봐주지 않아도 자연과 길 위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을, 사명을 꿋꿋이 살아낸다.
많은 일과 고통에 짓눌려 곁에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고양이가 말한다.
“힘내지 마.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그냥 옆에 있어줄게.”
이용한 작가는 ‘고양이의 순간들’ 시리즈 두 권의 책을 모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부를 나누어 고양이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길고양이들 중에는 미처 이 계절을 다 누리지도 못하고 일찌감치 고양이별로 떠나고 마는 생명들이 허다하지만, 이용한 작가는 기도하듯 기록한다. 세상의 고양이들이 부디 이 계절과 자연을 실컷 누리고 가길. 쥐약을 먹거나 얼어 죽는 일 없이 제 수명을 다해 살아가고 살아내길.
“온갖 비난과 욕설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2권 ‘나만 없어, 인간’은 들리지 않고 잘 보이지 않는 길고양이들의 목소리와 마음을 이용한 작가가 인간의 언어로 번역한 책과도 같다. 한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밈이 유행했다. 모두가 자신들의 고양이를 자랑하는 와중에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이들이 세상의 귀여운 고양이들을 향해 외치는 외침이었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나만 없어, 인간’이라고 옹알거리는 집사 없는 고양이들도 거리에 허다하다.
어떤 이는 그런 길고양이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단 한 명의 ‘인간’이 되어준다. 턱시도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멋진 나비넥타이를 목에 매어주면, 고양이는 코밑에 난 하얀 수염으로 또다른 나비를 날려보내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이용한 작가가 머리에 들꽃을 얹어주면 가만히 기도하듯 앉아 있는 길고양이도 있고, 캔을 따는 순간 어디선가 전속력으로 날듯이 달려오는 고양이들도 있다.
귀엽고 절묘한 길고양이들의 한순간을 보여주며 이용한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나만 없어, 인간’을 애옹거리며 외치는 이 땅의 수많은 길고양이들, 어쩌면 우리 각자가 그 고양이들에게 단 한 번의 손길, 한순간의 온기, 단 한 명의 인간이 되어줄 수도 있다고.
고양이는 기다립니다. 어려서는 엄마를, 조금 더 커서는 사료를, 나이가 들어서는 거의 모든 것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풀죽은 모습으로 걸어오는 슬픈 발자국까지도.
_‘아련한 눈빛’, 『나만 없어, 인간』 중에서
눈이 내리면 고양이가 걸어간 자리마다 꽃이 핀다.
눈 위에 찍힌 고양이 발도장.
가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그 끝에 고양이라는 슬픔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을 거라고.
_‘고양이 발도장’, 『나만 없어, 인간』 중에서
국내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길고양이들의 순간과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을 읽다보면, 무엇보다 고양이의 가장 크고 강력한 재능은 인간을 위로하고 웃음을 절로 선사하는 능력임을 알게 된다.
여기 18년 동안 고양이들을 쫓아다니며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웃음을 얻은 시인이 있다. 웃을 일 없는 이 재미없는 세상에서 고양이 때문에 웃고 산다는 이용한 작가. 그가 목격하고 포착한 ‘묘생 최고의 순간들’이 이렇게 책으로 묶여 다시 고양이가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
국내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길고양이들의 순간과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을 읽다보면, 무엇보다 고양이의 가장 크고 강력한 재능은 인간을 위로하고 웃음을 절로 선사하는 능력임을 알게 된다.
여기 18년 동안 고양이들을 쫓아다니며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웃음을 얻은 시인이 있다. 웃을 일 없는 이 재미없는 세상에서 고양이 때문에 웃고 산다는 이용한 작가. 그가 목격하고 포착한 ‘묘생 최고의 순간들’이 이렇게 책으로 묶여 다시 고양이가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