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과학지식의 생산과정을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보다 더 강력한 레토릭을 구사하며, 더욱 더 강고한 요새를 점령하려 애쓰고, 어떻게 이질적인 행위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크게 확장시키는가에 대한 추적 보고서다. 라투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직 굳지 않은, 살아 있는 과학, 즉 젊은 테크노사이언스의 전선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이야기다.
라투르에 의하면 사실과 인공물은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있다. 실험실 공간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사실의 구축과 실험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와 같은 인공물의 안정화 과정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기술과 장치 같은 비인간 존재가 과학자와 기술자를 포함한 인간에 영향을 미쳐 그 행동을 바꾼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비인간은 인간과 마찬가지의 행위자(actors)이며, 인간에 대칭적으로 볼 수 있다. 비인간 행위자의 중심에 놓인 기술의 실험실 내 역할, 그리고 과학적 사실이 구성되는 생생하고 매혹적인 장면들이 이 책에 펼쳐져 있다.
1947~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주 농장 가문에서 태어났고, 부르고뉴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후, 1975년 투르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국립광업대학, 런던 정치경제대학, 하버드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에 재직 중이다. 1970년대 초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 군복무를 했으며, 당시 근무한 ORSTROM(개발과 협력을 위한 프랑스과학연구소)에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크 연구소에서 민족지(民族誌) 연구를 하게 된다. 첫 저서인 『실험실 생활』(1979)은 영국의 과학사회학자인 스티브 울가(Steve Woolgar)와의 공저로 출간 이후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라투르는 프랑스로 돌아와 파리의 국립광업대학의 혁신사회학센터(CSI)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사회학자인 미셸 칼롱(Michel Callon)과 협력하게 되었다. 그와의 지적 교류를 통해 라투르는 1980년대 초부터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약칭 ANT)의 기본 틀을 세우기 시작했고, 이후 영국의 과학지식사회학자인 존 로(John Law)와 더불어 세 사람이 ANT를 정립했다. 1987년에 출간된 이 책 『젊은 과학의 전선(Science in Action)』은 칼롱과의 7년에 걸친 협력을 기념하며 그에게 헌정되어 있다. 라투르의 다른 주요 저서로 『미생물: 전쟁과 평화』(1984), 『프랑스의 파스퇴르화』(1988),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1991), 『자연의 정치학』(1999), 『판도라의 희망』(1999), 『사회적인 것의 재조립』(2005),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201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