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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의 딸 유나무. 어릴 적부터 친구의 오빠 구원준을 남몰래 마음에 담아 둔다. 7년 만에 돌아온 그와 재회한 날. “완벽하게….” “…….” “제 취향이었습니다.” 그녀는 몰랐다. 저 아름다운 짐승의 눈에 든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그래서, 답은 찾았고?” “지금은 제가 가진 게 없다고 말씀드렸….” “왜 없어? 있잖아. 네 몸.” 정원사임에도 정원에 불을 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나무는 유일한 동아줄인 원준을 찾아간다. 그게 그

일러스트 작가 말레. 승경의 또 다른 이름. 그리고 그녀의 삶에 새로 끼어든 인연. 옆집으로 이사 온 이웃사촌이자 그녀가 일하고 있는 출판사의 새로운 편집장 그리고 남동생의 친구이면서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 이도하. “나랑 연애해요.” 자꾸만 겹친 인연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가 불편하게 불편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고백해 왔다. “내가 오래전부터 선배를 좋아했어요.” 사랑에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끌리는 마음만으로 안 될 때가 있다. “솔직하게

“윤서하. 인사도 없이 가려고?" 할머니의 강요로 나간 맞선 자리에서 서하는 첫사랑 서태준과 우연히 마주친다. 못 본 척 지나치려는 그녀에게 태준은 굳이 따라와 인사를 건네고 서하는 도망치듯 자리를 뜨지만 태준은 다음번 맞선 상대로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이렇게 만나니까 우리가 정말 인연인 것 같잖아, 윤서하.” 기다렸다는 듯 3년의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태준. 서하는 제가 처한 상황을 알리기 싫어 태준의 제안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와의 우연

탐을 내선 안 될 남자였다. 처음부터. 곧 언니의 짝이 될 남자는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한 이였다. 말 한마디 못 하는 저 같은 건 감히 좋아해서도 안 될 만큼, 드높고 찬란한 존재. “이 여자분은 오늘 내 상견례에 참석할 신부 측 가족입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선뜻 말 못 하는 자신의 입이 돼 주었던 건. *** 첫 만남에 남자가 절 도운 건 그저 우연일 거라 치부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보란 듯 저를 농락하며 어그러졌다. “꽤 덤벙대는

“하룻밤 놀고 버릴 여자가 없을 정도의 인생은 아닌데.” “이왕이면 하룻밤 놀고 버려도 탈나지 않는 여자가 낫지 않으신가요?” 감히 제 마음을 숨긴 채 시작했던 관계. 낮에는 그의 비서로, 밤에는 그의 잠자리 파트너로 살아온 지 5년. 평행선과 같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 “가실 건가요?” “안 갈 이유가 있나?” 부족하지 않은 맞선 자리,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는 도재의 모습은 차가운 현실을 일깨우게 만들었다. 원도재는, 자신에게 일말

“아… 국수 먹고 싶은데. 배가 너무 고픈데 어떻게 안 될까요? 뭐, 어떻게? 저기 저 설거지를 내가 해 드리면 돼요?” 어느 추운 겨울밤, 생각지 못한 배신 때문에 충동적으로 죽으려다가 허기에 져서, 언덕 위 포장마차의 천막을 들춘 사내, 태웅. “하룻밤 정도 묵을 거라면 차라리 우리 집 1층에 세 들어 사는 총각 방에 머무세요. 낯선 사람이 불편하지만 않다면요. 그 총각, 과자를 좋아하니 과자만 몇 봉지 사 주면 숙박비를 아낄 수 있을 거예

오랜 연인인 영준과 결혼을 앞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준환이 이혼했대. 몰랐어? 어떻게 네가 몰라?” 서라가 다시 핸드폰을 손에 쥐더니 얄밉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대놓고 서로 말한 적은 없어도 그녀가 영준을 좋아했던 걸 알고 있었다. 잠시 우리가 헤어진 사이에 그에게 고백했다가 대차게 차인 뒤로 가끔 내 속을 긁는 게 취미가 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와 결혼을 앞둔 내게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준환이가 농구 실력도 대단했어.

나와 사귀다가 헤어지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비슷한 말을 지껄였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자신을 탓하는 듯하지만, 결론은 스스로가 나쁜 놈이란 걸 인정하기 싫은 거였다. 게다가 꼭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헤어졌다. [이재희, 내일 어디에서 만날까? 헌팅포차는 작년에 갔다가 술만 마시다가 나왔잖아. 그냥 영화 보고 술이나 마실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던 병준과 만나기로 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크리스마스이

기업의 협업과 후계자만을 위한 사랑 없는 결혼이었다. 천박한 시집살이도 묵묵하게 견디는 여자. 출신이 더러운 저와 다르게 좋은 집에서 사랑받고 자라 사랑을 줄 줄 아는 여자. 상처투성이가 될지라도 꿋꿋하게 제 뒤를 지키던 여자. 매사 당당하지만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여린 여자의 마음이 저를 향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이용했다. 오로지 제 목적만을 위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발판으로 삼기 위해. 그런데……. [잘 있어요.] 그

지긋지긋할 정도로 매번 비슷한 데이트. 오랜 연애의 결과라고 여기기엔 동욱에게 지쳐버렸다. 사랑한다는 말조차 의무적으로 하는 것처럼 들리니 우리의 연애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헤어질 용기는 나지 않는다. “연애 초기로 돌아가고 싶어요?” 술에 취해서 우연히 들어간 점집에서 엉뚱한 말을 들었다. “그러면 좋죠.” 그저 술에 취한 나를 놀린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기... 번호 좀 물어봐도 될까요?” 퇴근 후에 만난 동욱이 나를

“오늘이 더 좋았어.” 항상 나를 감싸주는 남자인 동욱과 사랑에 빠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만났던 누구보다 내 깊은 곳을 가득 채워줬다. 모든 게 완벽해서 결혼까지 결심했다. 마침내 그의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오경미?” 그의 아버지인 준식은 고등학생 시절 내가 가장 경멸하던 선생님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의 누나는 알고 보니 내 첫사랑과 결혼할 여자였다. 대환장 파티가 일어나기 전에 이 결혼을 포기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