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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황 예술 재단 공연팀의 서주연은 여느 때처럼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녀가 담당한 아티스트는 바이올리니스트 심필호. 엄청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스타 연주자임에도, 주연이 보기엔 어린 데다 순한 성정의 덩치만 큰 남자였다. 그녀는 리허설 도중 놀리듯 음담패설 같은 조언을 입에 올렸고 그에 당황해하는 심필호를 한심한 눈으로 지켜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제안으로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모든 게 뒤바뀌었다. “아까 리허설할 때 말한 대로

“하룻밤 놀고 버릴 여자가 없을 정도의 인생은 아닌데.” “이왕이면 하룻밤 놀고 버려도 탈나지 않는 여자가 낫지 않으신가요?” 감히 제 마음을 숨긴 채 시작했던 관계. 낮에는 그의 비서로, 밤에는 그의 잠자리 파트너로 살아온 지 5년. 평행선과 같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 “가실 건가요?” “안 갈 이유가 있나?” 부족하지 않은 맞선 자리,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는 도재의 모습은 차가운 현실을 일깨우게 만들었다. 원도재는, 자신에게 일말

“아, 어쩌면 좋아?” 사무실에 들어서는 남자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당연히 어느 학교의 선생님으로 여학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을 거라 믿었던 수환이었다. 요즘 그를 너무 자주 떠올려서 환영이라도 보는 걸까. “윤진 씨, 따라와요.” 다시 영숙이 내 손을 덥석 잡더니 그의 앞으로 끌고 갔다. 점점 그에게 다가갈수록 심장이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어서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본 게 몇 년이 흘

웹툰 회사 대표인 마녀에게 내 남자인 공호를 빼앗겼다. 뻔뻔하게 죄책감도 없이 내게 온갖 지적질까지 하는 그녀를 용서할 수가 없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 간절하면 하늘이 돕는 법. 이 마녀가 잘난 척을 맘껏 하고 싶은지 작가들을 다 모아 회식을 열었다.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가인 시준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를 유혹해서 다른 회사로 같이 옮기면 마녀에게 멋진 복수를 할 수 있었다. 음란마녀, 조금만 기다려. 네가 가

어느 여자나 보며 반할 미남인 성욱에게 속아 별을 하나 달고 말았다. 출소하자마자 복수하기 위해 그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가족에게도 버림받아 갈 곳이 없는 내게 그나마 감방 동기인 언니가 도와줘서 허름한 집에라도 살게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서려는데 옆집에 변태가 살고 있었다. “여기 더럽게 맛없어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말해 엉겁결에 대꾸하다가 흠칫 놀랐

이혼 후, 첫사랑인 주호와 다시 만났다. 커피전문점을 오픈하고 주호와 연애를 시작해서 오랜만에 평온을 맛보는데 전남편인 강운이 나타났다. “나랑 살 때보다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건 좀 별로야.” “당신이라는 남자가 내 옆에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이렇게 마주 보고 앉아 있어도 화가 나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럼 그 남자는 당신이라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줘?” “최소한 이기적인 시댁은 없으니까 괜찮아.” 어차피 다시 결혼할 것도 아니라서 괜

오랜 연인인 영준과 결혼을 앞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준환이 이혼했대. 몰랐어? 어떻게 네가 몰라?” 서라가 다시 핸드폰을 손에 쥐더니 얄밉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대놓고 서로 말한 적은 없어도 그녀가 영준을 좋아했던 걸 알고 있었다. 잠시 우리가 헤어진 사이에 그에게 고백했다가 대차게 차인 뒤로 가끔 내 속을 긁는 게 취미가 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와 결혼을 앞둔 내게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준환이가 농구 실력도 대단했어.

나와 사귀다가 헤어지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비슷한 말을 지껄였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자신을 탓하는 듯하지만, 결론은 스스로가 나쁜 놈이란 걸 인정하기 싫은 거였다. 게다가 꼭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헤어졌다. [이재희, 내일 어디에서 만날까? 헌팅포차는 작년에 갔다가 술만 마시다가 나왔잖아. 그냥 영화 보고 술이나 마실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던 병준과 만나기로 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크리스마스이

<갑과 을은 서로에게 어떤 사적인 감정도 갖지 않는다.> 연극에 불과한 결혼 계약이라는 걸 안다. 그저 결혼이 급해서 저와 결혼했다고 하는 남자, 은중현에게 사랑에 빠졌다. “이쯤에서 계약 결혼은 그만두기로 해요.” 그렇게 3년을 버틴 유주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졌기에, 이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 “시간을 줄게. 어차피 당신도 내가 필요하잖아. 성유주가 원하는 걸 나는 전부 줄 수 있-.”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

이혼 후,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어? 윤지희?” 밖으로 나온 남자가 나를 보자마자 한쪽 손을 올렸다. 그의 손이 나를 향하더니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한때는 반짝거리며 빛났던 첫사랑을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몰랐다. ‘고대강?!’ 대강이 내 첫사랑이긴 해도 서로 해볼 거는 다 해본 사이였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지독한 사랑을 나눈 건 아니었다. 대학교 신입생으로 만나 그가 군대에 가자마자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을 뿐이었다. “사람

절친인 경미의 소개로 만난 남자인 태욱. 남자와 연애하거나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술 마시고 밤새도록 노는 게 좋던 내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보자마자 외모에 반했는데 성격까지 좋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취미가 요리라니! “자기를 위해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맛은 어떨지 모르겠다. 자기야, 맛있게 먹어줘.” 그가 맞은편에 앉아 잔뜩 기대감을 품은 눈으로 바라봤다. “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여서 먹기가 미안할 정도야. 정말 자기는 어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