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불편과 설렘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과 리듬, 새로운 상상력과 목소리
동시에 전하는 새로운 시인들
2015년 신춘문예 당선시인들의 당선작과 신작시!
유행과 시류를 넘는 ‘새봄의 문학’, 참신한 신인들의 새로운 목소리
국내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 시조 당선자들의 당선작과 신작시 5편씩을 함께 묶은 『2015 신춘문예 당선시집』이 출간되었다. 1990년부터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기 시작한 ‘신춘문예 당선시집’은 문단, 평론가, 시인 지망생들은 물론 우리 사회 일반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많은 예비시인들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서정과 시적 성취를 뛰어넘어 ‘개성적 독법과 화법’을 찾으려 하는 문청들의 활달한 상상력이 기존 문단에 충분한 활력과 참신한 자극을 전할 수 있을 때에야, 신춘문예의 순기능적 의미는 살아날 수 있다.
『2015 신춘문예 당선시집』은 시단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시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응축된 시적 긴장, 새로운 상상력과 역량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시집에는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시와 함께 신작시 5편, 심사평, 당선소감, 당선 시인의 약력 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당선시와 함께 5편의 신작시들을 수록함으로써 갓 등단한 시인들의 역량과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우리 시의 전통과 운율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시조 부문의 신춘문예 당선작과 신작시조 등도 함께 실려 있어 한국 현대시조의 정서를 공감하며 고유한 형식과 맛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이것은 기성문단이나 시의 꿈을 실현하려는 예비 시조시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며, 시조를 우리 문학의 전위로 끌어들이는 의미 있는 작업임과 동시에 시인과 독자의 상상력을 통시적으로 넓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춘문예는 말 그대로 ‘새봄의 문학’이다. ‘새봄의 문학’은 혹한과 얼음을 이긴 ‘새싹의 문학’이자 ‘꽃핌의 문학’이다. 이는 오랜 절차탁마(切磋琢磨)와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순간을 견디며, 개성적인 세계를 창조하려는 노력 끝에 찾아오는 문학이다. 이 점에서, 시를 구성하는 미적 형식과 내용을 직조하는 시선, 제재를 가공하는 세공술, 그리고 이를 새겨 돋우는 치열한 정신은 ‘새봄의 문학’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예술적 덕목들이다.
신춘문예라는 제도를 통해 만나보고 싶은 시는 우리를 두렵게 하는 동시에 매혹하는 시, 읽기 전과 후의 우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해방과 자유의 에너지를 내장한 시, 피와 땀이 흐르는 삶으로부터 시 자체가 유리되는 자가당착을 돌파하는 패기의 시, 한국어의 갱신과 재구성을 이룩하는 시 등이어야 할 것이다.
각 신문사의 심사평을 종합해 보았을 때, 올해의 예비 시인들에게서 보이는 문제점들은 이전 신춘문예 응모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의 신춘문예는 숙성과 발효가 되지 않은 겉절이들이 유난히 많았다는 평가(문화일보) 속에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을 노출하였다. 그렇기에 앞으로 신춘문예 응모자들은 자신의 내부로부터 어떤 간절한 욕구가 있었는가, 아니면 습관처럼 시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먼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매년 보아 오듯 신춘문예 응모작들 중에는 장식과 조립에 치중한 시가 많았으며 재주나 재치에 기댄 시가 많았다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인이라면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갖춰야 하며 감각이나 인식이 참신해야 함은 물론, 시로써 자신에게 되물으려는 질문 또한 절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 당선의 영예를 안은 시들은 나름의 장점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였는데, 한치의 오차도 허락치 않는 자본의 시대에 균열과 의외성으로 시가 필요한 이유를 증명하였고(경향신문), 내면을 언어로 투시하는 힘으로 시적 문장을 조직하는 감각과 내공을 보이기도 하였으며(세계일보), 신인들이 답습하기 쉬운 장황하고 난삽한 수사적 중첩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기도 하였다(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들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살펴본다면 앞으로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어갈 예비시인들이 갖춰야 할 기본 자세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들은 시류에 물들지 않고 기성의 틀을 자신 앞에 세우지 않은 채, 시의 본령을 견지하면서 그 어느 것에도 눈치 보거나 주눅들지 않고 세계와 소통하면서 우리 시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