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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고픈 마음의 밑바닥에도 다리를 잃고 부하들의 목숨을 잃는 현실 속에도 거대한 고래를 뒤쫓는 마음의 근원에도 슬픔이 도사리고 있다. 이유없이 쫓기며 사냥당하는 고래의 마음은 또 어떠랴. 슬픔을 모르는 자는 인생을 모른다고 할 만 하다. 헛된 꿈을 꾸듯 거대한 고래 모비 딕을 쫒는 에이해브선장은 결국 피쿼드호 선원들과 함께 침몰하여 바다에서 죽고, 소설의 화자인 이슈메일만이 유일하게 생존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단순한 형식의 소설이 아니라 백과사전인듯 희곡인듯 진행되는 소설을 읽은 과정은 마치 고대 유적의 암호를 푸는듯 난해하고 어려웠다. 그래도 며칠간의 사투끝에 책의 끝을 보고야말았으니, 이 정도면 흡족한 느낌. 다음번엔 이해의 폭이 조금 더 넓고 깊어지길 기대할 밖에. ________ 숭고한 비극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신들의 계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건초를 말리는 반가운 태양과 부드러운 심벌즈 소리를 낼 것 같은 추수철의 둥근 달 앞에서도 우리는 신들이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날 때부터 인간의 이마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 슬픔의 반점은 바로 그것을 새긴 신들의 슬픔을 나타내는 흔적이다. 모비 딕 | 허먼 멜빌, 레이먼드 비숍, 이종인 저 #모비딕 #하먼멜빌 #현대지성 #레이먼드비숍그림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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