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를 취재하는 명예기자 커트 보니것입니다.
이번에 내가 만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많이 기대해주시길, 그럼 빠이빠이!!
내세로 취재 여행을 떠난 보니것,
셰익스피어, 아돌프 히틀러, 메리 셸리 등을 만나 엉뚱하고 ´불경스러운´ 질문을 던지다!
삶과 죽음, 세상살이의 진가를 두루 통찰한 아주 특별하고 기발한 가상 인터뷰!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은 커트 보니것이 1999년에 발표한 아주 ‘짤막한’ 책으로, 직접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국 WNYC의 명예기자로 나선 이 책에서 보니것은 당시 백삼십여 명을 안락사시켜 ‘죽음의 의사’로 불리던 잭 키보키언 박사의 도움을 받아 4분의 3만 죽은 상태로 사후세계에 가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한다.
서문에서 보니것은 ‘나와 죽은 사람들의 대화를 담은 이 작은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를 ‘지역사회의 지식과 재치와 지혜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상업 방송국도 더는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지역 공영 방송국을 도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보니것 자신이 살아생전 추구했던 인도주의 실천의 일환으로서 말이다. 보니것은 인도주의를 “훌륭한 시민정신과 보편적 품위”라고 정의하며, 자신이 몸담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내세가 아닌 현세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보니것은 이 책에서 현세를 떠나 내세에 터를 잡은 이들을 인터뷰한다. 현세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들을 만나 살아생전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되짚는 것이다. 바로 보니것의 비틀어 보고 뒤집어 보는 식의 엉뚱한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보니것이 인터뷰한 이들 중에는 히틀러나 아이작 뉴턴 같은 유명인사도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 오 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방송된 엉뚱하고 기발한 인터뷰를 들어보자.
셰익스피어, 아돌프 히틀러, 메리 셸리 등을 만나 엉뚱하고 ‘불경스러운’ 질문을 던지다!
보니것이 처음 인터뷰한 인물은 ‘생후 첫 일 년 동안의 모아 결속 또는 결속의 부재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구보다 활발하게 연구한 발달심리학자 메리 D. 에인즈워스 박사이다. 사후세계에서 만난 그녀는 생애 초기에 어머니 같은 존재와의 애착관계가 성장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밝힌 자신의 이론이 천국에서 실현된 모습에 흥분하는데, 이를 통해 보니것은 우리 사회 보육 문제의 허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애견 테디가 핏불테리어에게 공격받자 테디를 지키려다 심장 발작을 일으켜 사망한 건설 노동자 살바토레 비아지니를 만나서는 슈나우저 테디를 위해 죽은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이에 비아지니는 “베트남전쟁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지 않겠냐”고 되묻는다.
백사십 년 전 미합중국에 반역한 죄로 교수형을 당한 열성 노예폐지론자 존 브라운은 천국에서 사형수 올가미를 넥타이처럼 매고 다니는데, 그는 “미국법 안에서 노예제는 합법이었지”라고, “홀로코스트도 독일법 안에서 합법이었다네”라고 말하며 문명국가가 합법적으로 저지른 끔찍한 잔학행위를 비판한다.
또한 보니것은 죽은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데, 그 여성은 바로 “비비언 핼리넌, 화려한 태평양 연안 가문의 여주인”이었다. ‘화려한’이라는 수식어에 이끌려 보니것은 이 여성과 인터뷰를 시도하는데, 그녀의 남편은 변호사로 노동운동 지도자 해리 브리지스를 ‘목청 높여’ 변호했다는 이유로 육 개월 형을 살고, 그녀 또한 인권을 옹호하는 시위에서 ‘숙녀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삼십 일 동안 감방 신세를 진 바 있다. 그래서 보니것은 ‘화려하다’란 “믿을 수 없을 만큼 외모가 아름답고 품위 있고 부유하지만, 사회주의자라는 뜻”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아돌프 히틀러를 인터뷰하면서는 그가 생전에 저지른 행동에 대해 가책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만족한다. 히틀러는 뉴욕 국제연합 본부 앞에 “죄송합니다” 또는 “용서하세요”로 번역되는 독일어 두 단어 “Entschuldigen Sie”를 새긴 돌십자가를 세우고 싶어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에게는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현대의 가공할 핵무기에 대한 견해를 묻는데, 메리 셸리는 자신만큼이나 유명인인 부모와 남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만 들려줄 뿐이다. 셰익스피어를 만나서는 그의 모든 작품을 직접 쓴 게 맞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하는데, 셰익스피어는 그 대답을 성 베드로에게 미룬다.
이 외에도 보니것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저격한 제임스 얼 레이, 생판 모르는 사람 둘을 곡괭이로 죽이고 사형당한 칼라 페이 터커,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한 공상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 등을 만나 그들이 살아생전 행한 일들에 대한 뒷얘기를 듣는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뭐가 행복이지?
이처럼 사후세계에서 이루어진 죽은 이들과의 짤막한 인터뷰들은 다시 현세의 삶을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이 책이 저널이면서도 “글쓰기보다 존재를 더 깊이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보니것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사후에 어떻게 되든 우리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이다. 바로 인도주의자가 지향하는 삶의 자세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그 삶을 긍정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할 게 아니라 진정한 휴머니즘을 실천하며 살자는 것. 보니것은 죽은 이들을 인터뷰하면서도 여전히, 시종일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의 보니것만큼이나 기발한 삽화가 곁들여져 인터뷰의 내용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추천사
보니것 애독자들은 이 작은 책을 사랑할 것이다. 유머감각이 있고 자신의 ‘알 권리’를 성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이 책을 마다하겠는가? 허구 저널리즘과 저널 허구주의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글쓰기 형식이 한데 어우러져 장르 구분을 교묘하게 거부하는 아담한 뷔페 같은 책.
_ 프로비던스 선데이 저널
이 작은 책에는 어디에서 그들의 삶이 그들이 실천하는 예술과 만나는지에 관한 대화와 더불어 글쓰기, 인류, 구원, 예술, 삶의 투쟁과 기쁨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_ 라이터
보기 드문 책. 글쓰기보다 존재를 더 깊이 다룬다.
_하트퍼드 애드버킷
왜 그리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관한 치열한 대화. 매우 훌륭한 작가들의 정신을 짤막하게 내비치는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과 글쓰기를 열망하는 사람을 포함해 인생의 다양한 무대에 서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강한 동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_ 미국 저널리스트협회 회보
보니것을 읽으면서, 나는 유머를 배웠다. 키득거리며, 땅을 치며, 떨어지는 배꼽을 부여잡으며, (너무 웃겨서 터지는) 눈물을 훔쳐가며 커트 보니것을 읽었다. 웃으면서 입술을 앙다물었다. 세상에 무릎 꿇지 않고, 세상을 비웃어주어야만 내가 다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_ 김중혁(소설가)
보니것은 조지 오웰, 칼리가리 박사, 플래시 고든을 한데 합쳐놓은 작가이자 괴짜 같지만 도덕적 열망이 넘치는 과학자다.
_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