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웃어라, 용! 상세페이지

웃어라, 용!

문학동네 시인선 211

  • 관심 1
소장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30%↓
8,400원
판매가
8,400원
출간 정보
  • 2024.05.29 전자책 출간
  • 2024.05.20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9만 자
  • 35.0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00914
ECN
-
웃어라, 용!

작품 정보

“아주 용맹하고 세련된 시인의 마스터피스, 그게 강정의 시이다.”_박정대(시인)

서정적인 테러리스트로부터 시작되는 언어의 영도零度
리듬과 정서,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 시의 춤사위

한국 시단의 서정적인 테러리스트 강정의 신작 시집 『웃어라, 용!』이 문학동네시인선 211번으로 출간되었다. 1992년, 21살의 나이로 등장해 30년이 넘는 시력詩歷 내내 도무지 늙음이라고는 모르는 듯이 시의 안팎에서 금기를 타파해온 강정. 이 “감각적 무정부주의자”(2017년 김현문학패 선정의 말)는 제목에서조차 ‘그럴듯함’을 거부한다. 새빨간 배경에 노란 글씨로 새겨진 ‘웃어라, 용!’은 마치 왜 그렇게 심각하냐고 묻는 것만 같다. 시는 어떤 ‘체’가 아니라는 것처럼. 대신 그는 보여준다. 그 자신의 장기인 몸을 찢는 에너지와 귀신의 언어로, 서정과 전위가 어떻게 하나의 몸안에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얼핏 비문처럼 보이는 문장들을 따라가다보면 강정의 눈에만 보이는 초자연적 환각의 세계가 펼쳐진다. 현실세계 바깥의 논리와 자연물의 움직임이 그곳에선 천연덕스레 자명하다. 저 찬란하게 뒤얽히는 생경함을 오래 곱씹는 동안, 우리 앞에 새로이 단장하고 현현한 몸과 언어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울고 있는가, 당신은
귓속 동굴 속에서 아직도 별에 놀랄 수 있는 사람은
속곳 속 푸르른 숲을 보라

그 숲으로 들어가 나는 영원히 잠자는 종족의 마지막 화석이 될 터,

슬퍼도 울지 않는 피는
별빛의 무덤을 적셔
은하의 물굽이를 지상의 강이 되어 춤추게 한다
_「참된 스라소니」에서

『웃어라, 용!』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시인의 말’은 짧고 강렬한 시론과 다름없다. “조립된 말의 설계도를 다시 짜는 일 아니라면 시인은 입 다물라”(‘시인의 말’)는 명령을 스스로 수행하듯 강정은 “쪼개진 자모음을 뒤섞어 빗나간 소리의 형태를 빚”는다. 그때, 지난 30년간 그래왔듯이 “사람들은 잃어버린 자기 말을 외국어인 양 물끄러미 바라보”(「폭풍의 필법」)는 수밖에 없다.
“말 못한 눈 귀에 침을 놓”으며 “쿵빡쿵쿵빡” 리듬과 함께 “원색으로 수틀을 돌리”(「구름의 북소리」)는 강정은 “흙으로 빚은 바다를 하늘에 띄”우고 “쇳덩이로 빚은 몸뚱일 땅에 꽂”(「트래시 메탈」)으며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풍경을 뒤엎는다. 그처럼 “지구의 새로운 전망으로 나지막이 다시 세워지는 일”이야말로 시가 품은 가장 최소한의 권능이자 최대한의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또 내가 다른 지구에 있게 되는구나/ 멀리 바라보던 어느 낯익은 별이 오래전부터 나의 집이었구나”(「기도의 정체」) 깨닫는 화자들은 “비가 별들의 신음인 양 쏟아져/ 누워 있는 집 천장이 은하의 진창 같다”(「머릿속 꽃 덤불」) 느끼며 눈앞의 환경을 새로 정립하는 데 이른다.

안으로 말린 날개가 혀를 찔러
단말마에서 삐져나온 손끝이 허공을 구부리면
하고자 하는 말들은 검은 깃털의 후렴으로만 그대 머리칼을 덮으니

당신은 왜 내가 오래도록 서툰 사랑에
목을 길게 빼는지 알지 못하지
_「흑조의 따가운 비말」에서

언어를 자유자재로 해체하고 조립하는 강정의 언어유희는 한편 그를 “감정의 괴물”(박정대, 발문 부분)로 여기게도 한다. 『웃어라, 용!』에서 발아하는 생소한 리듬의 서정이 그 근거다. “하늘을 보고 하늘을 색칠하여 하늘을 지운 것들이 다 내 사랑이었다 (…) 나는 네가 싫다/ 그래서 널 사랑한다/ 네가 너라는 것을 너를 속인 채 반짝이기 때문,”(「별들아, 용용 살아라」) “내 사랑은 늘 아픔을 웃음으로 울 수밖에 없는 또다른 허물이 되었다”(「참된 스라소니」)와 같이 평이했던 일상의 단어가 강정의 방식으로 새로 짜맞추어질 때, ‘사랑’의 정서를 격렬히 북돋우는 리듬이 발생한다. 실로 “시인은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쇠붙이들을 녹여 다음 세대의 골격을 가설하”(「시의 힘」)기 마련인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그대가 놓아버린 그대 자신의 얼굴이나
내가 한참 붙들다 몇 줄 시로 분해해버린
인간의 말 따위를

아직 채 그려지지 않은 창밖 풍경의 빛 너울에 짓이겨
이 세상엔 없는 바다로 물결치게 하는 것이다

바다는 지구 어디에나 있고
바다에 있는 우리는 지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그렇기에 우리는 한동안 사랑할 수 있었지 않나
_「거룩한 식탁」에서

각각 1부와 2부의 제목인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너를 부른다’ ‘온몸을 멈춘 채로 종생 춤춘다’는 『웃어라, 용!』의 “둘로 쪼개진 심장 모양”(「그림자의 견습(見習), 혹은 독신(瀆神)의 뿌리」)과 같다. 인간의 세계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없는 예민한 영혼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낯선 언어로 무장한다. 그러나 그 “억겁의 상처 더미”(「장미 장군」)는 도리어 ‘너’를 막는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아이러니 앞에서 강정의 화자들은 “죽음 직전의 기도”를 올리며 비애의 춤을 춘다. 그러나 삶의 끝 간 데에서 “살아생전 몸이 지상의 절벽에 얼어붙은 빛의 조상(彫像)이었다는 것 또한 이제 알겠다”(「뜨거운 밧줄」)고 느끼는 그들은 기존의 육체와 정신을 내버린 뒤 찾아올 자유를 희미하게나마 느낀다. “사랑과 죽음이 거대한 물질이 되는 최초의 형태를”(「웃어라, 용!」) 직면하며.
여전히 강정은 한국 시에 다시금 투하되는, “모든 이에게 나눠줄 폭탄”이다. 그의 형형한 눈은 현실세계 너머의 환영을 바라보고, 손은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풍경을 가차없이 거꾸로 뒤집는다. 그간 기껍도록 낯선 언어를 내뱉어왔던 강정의 입은 “바닷물 깊숙한 곳에 헹궈 구슬이 된 지구를” 문 채 지금, 이곳에 당도했다. “잘 껴안으면 빛이 만발할 것이고, 그 안에 자기가 묻혀 있음을 눈치 못 채는 자는 음속(音速)으로 분해되어 한낱 더러운 소문으로 귀가 베일 것이니, 물러서 잘 보아라”(「용의 탄생」).


우리는 감정의 무한 속에서 깃발처럼 나부끼다 본질적 고독에 의해 화르르 점화되는, 순식간에 타버리는 한 점 불꽃이었는지도 모른다. 강정이 시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도 이렇다. 일종의 침묵과 통곡의 아이러니다. 침묵은 통곡을, 통곡은 침묵을 내장하고 있다. 간단한 호명으로도, 허공과 지층을 흐르던 시의 수맥들은 강정 시의 황금 잔 속으로 방향을 바꾼다. 한 방울의 물에 바다를 가둬버리고, 그 바다를 하늘로 띄워올려 허공에 떠 있는 바다에서 자신이 원하는 형상의 용을 불러낸다. 아주 용맹하고 세련된 시인의 마스터피스, 그게 강정의 시이다.
_박정대 발문, 「강정, 유령의 말을 타고 말의 유령을 추적하는 자」에서

작가

강정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71년
학력
추계에술대학교 문예창작학 학사
경력
록 밴드 ‘엘리펀트 슬리브’ 리드 보컬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미치고, 지치고, 홀린 (강정)
  • 웃어라, 용! (강정)
  •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강정)
  • 파충류 심장 (강정)
  • 커다란 하양으로 (강정)
  • 어떤 날 7 (강정, 박연준)
  • 귀신 (강정)
  • 백치의 산수 (강정)
  • 처형극장 (강정)
  • 키스 (강정)

리뷰

0.0

구매자 별점
0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문학동네 시인선더보기

  • 아메바 (최승호)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 내간체를 얻다 (송재학)
  •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 방독면 (조인호)
  • 터미널 (이홍섭)
  • 어른스런 입맞춤 (정한아)
  •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 (성미정)
  • 오빠생각 (김안)
  • 카니발 (조동범)
  • 연꽃의 입술 (장이지)
  • 우리의 야생 소녀 (윤진화)
  • 서봉씨의 가방 (천서봉)
  • 무기와 악기 (김형술)
  •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 꼭 같이 사는 것처럼 (임현정)
  • 포이톨로기 (김병호)
  • 다정한 호칭 (이은규)
  • 열두 겹의 자정 (김경후)
  • 북항 (안도현)

시 베스트더보기

  • 여름 피치 스파클링 (차정은)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 하늘과 바람과 별이 된 시인들의 한국 대표 시집 세트 (전9권) (윤동주)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 마중도 배웅도 없이 (박준)
  •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서덕준)
  •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육호수)
  •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 여름 키코 (주하림)
  • 여름 상설 공연 (박은지)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이은규)
  • 신곡 세트 (전3권)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 우주적인 안녕 (하재연)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