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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안녕 상세페이지

뜨겁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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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13,000원
전자책 정가
35%↓
8,400원
판매가
8,400원
출간 정보
  • 2011.12.21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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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0.7만 자
  • 20.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63707457
ECN
-
뜨겁게 안녕

작품 정보

<추천평>

김현진은 가난했기 때문에 거처를 여기저기 옮겨야 했고, 그런 반(半)떠돌이의 삶 덕분에 서울의 이모저모를, 이 거대도시의 그늘과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가난은, 더구나 서울 같은 거대도시에서의 가난은 찬양할 만한 것이 못된다. 가난은 흔히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어그러뜨리고, 약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서글픈 풍경을 만든다. 그러나 김현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하는 그 가난 속에서도 따뜻하고 고결한 마음씨를 어기차게 간직한 어떤 이웃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가난이 모든 사람을 누추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뜨겁게 안녕』은 도신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기록이랄 수 있다. 그 힘없는 영혼들을 기록하는 김현진의 영혼은 힘차다.
- 고종석(저널리스트)

김현진은 이 책을 보내오면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울고 웃었던 기억이라고 했다. 화려하지 않은 서울의 거리와 골목에서 사람들과 뜨겁게 울고 웃었던 김현진의 기억들을 넘겨보며, 도시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기진한 영혼들을 다시금 생각했다. 살고자 하는 도시의 영혼들은 얼마나 애잔하고 강직하고 사랑스러운가.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의 서울,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는 도시 서울을 꿈꾼다. 뜨겁게 안녕, 이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만날 때의 인사다.
- 박원순(서울시장)




“당신의 눈물은 서울 어느 골목에 묻어두었나?”

88만원세대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전하는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기록!

“나는 기억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이 기억이 죄다 휘발되기 전에, 글씨를 쓴다.
이 모든 비속하고 정답고 지겨운 것들을, 하찮고 애절하고 시시하고 또 시시해서 끝도 없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들을.”


김현진은 88만원세대를 대표하는 글쟁이다. 사회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생각을 그녀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에세이스트는 흔치 않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책 『네 멋대로 해라』 이후 12년여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고, <한겨레> <시사IN> <프레시안> <경향신문> 등의 매체에 꾸준히 기고해오면서, 그녀의 글은 줄곧 거침없었다. 세상의 시선에 주눅 들거나 눈치 보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드러내면서 강한 호소력을 만들어냈고, 때론 심각하고 우울한 상황에서도 피식 웃게 만드는 위트와 유머로 속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껏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 자기 안에 묻어두었던 내밀한 기억들을 조용하게 풀어놓았다.

『뜨겁게 안녕』은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써내려간 ‘서울살이’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개인적 삶이 가장 뜨겁게, 그리고 가장 리얼하게 담겨 있지만,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소외된 거리와 시대의 풍경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현진은 가난했기 때문에 거처를 여기저기 옮겨야 했고, 그런 반(半)떠돌이의 삶 덕분에 서울의 이모저모를, 이 거대도시의 그늘과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요컨대 도시의 황량함을 볼 수 있었다. 김현진의 삶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다면, 그의 눈에 용산 남일당 건물도, 이주 노동자들도, 노숙인들도,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도, 윤락 여성들도, 황학동 벼룩시장도, 신당동 떡볶이 골목도, 길고양이도, 곱창집을 하는 ‘이모’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 가난은 흔히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어그러뜨리고, 약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서글픈 풍경을 만든다. 그러나 김현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하는 그 가난 속에서도 따뜻하고 고결한 마음씨를 어기차게 간직한 어떤 이웃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가난이 모든 사람을 누추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어떤 가난한 사람들의 그 따뜻한 마음씨는, 그 고결한 영혼은, 서울시 당국의 온갖 화려한 구호나 ‘웅장한’ 토건사업 따위에는 들어설 자리가 없는 순금의 기억을 김현진의 머리에 새겨놓는다. _ 고종석(저널리스트), ‘추천의 글’ 중에서

저자는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거촌과 비개발지역, 서울의 소외된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온 삶은 비속하고 하찮고 시시하고 애절한 기억들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정겹고 그립고 끝도 없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기억의 순간을 새겨놓은 곳들이 재개발의 삽질에 밀려 죄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 후미진 거리와 골목 갈피마다 어떤 사람들이 사연을 품고 살았는지 기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광포하게 확장되어 결국 구차한 주머니를 가진 자신과 같은 삶은 끝내 밀려나고야 말 테지만, 그래도 그전에 기억의 끄트머리 하나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으로” 그녀는 그 뜨거웠던 날들의 기억을 글씨 하나하나에 담아낸다.

철거촌, 달동네, 후미진 거리…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 그 뜨거웠던 날들을 불러내다


점집과 여관방 이외에도 그 골목에서 성업하고 있던 건 개미굴처럼 촘촘하게 파놓은 쪽방마다 꼭꼭 들어차 있던 미싱집이었다. … 단춧구멍을 만들거나 숙녀복 패턴에 따라 재단을 하는 창문 사이로는 푹푹 찌는 날씨 덕에 웃통을 벗고 있거나 런닝 한 장만 걸친 젊은 남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는데, 그들의 살갗은 한국 사람 같지 않았다. … 종종 청년이라고 말하기에도 아주 풋풋한 얼굴을 한 오빠들이 있었고, 그중 어떤 오빠는 자기 재봉틀 옆에 상큼하게 미소 짓는 최진실 사진을 소중히 붙여놓기도 했다. … 그러다가 어느 날 무섭도록 오랜 시간 동안 미싱을 돌리며 서 있던 그 오빠가 털썩 쓰러졌다. 실려 나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최진실 사진만 내내 붙어 있다가 누가 바꿔 단 왕조현 브로마이드로 바뀌었다. 그 오빠도 없고 지금은, 최진실도 없다. (본문 중에서)

화를 내고 내고 또 내도 모자랄 일 천지, 그냥 귀를 막고 나는 별일 없이 산다 하기에는 이놈의 혈기가 아직 덜 죽어서, 아주 이놈의 혈기가 웬수 중의 웬수다. 한쪽에서는 비정규직 신나게 자르고 잡 쉐어링 하자면서 젊은 애들보고만 콩 한쪽도 나눠 먹으라고 윽박질렀고 저쪽에서는 마음대로 운하 파고 그러거나 말거나 가난한 아버지들은 가난한 죄로 타 죽어버렸고, 예쁘고 돈 없고 빽 없는 여자 연예인은 손 타다 죽어버렸고, 일제고사가 어쩌니 저쩌니 난리통에 선생질하던 친구가 잘려버렸고… 종종 속상해하는 것만으로 하루해가 다 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힘겨운 세상이다. (본문 중에서)

『뜨겁게 안녕』에는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서 한 사람으로, 한 청춘으로 아프게 그러나 당차게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런 저자의 이야기는 단지 그녀의 경험담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맞닿으며 짠한 공감과 울림을 만들어낸다. 남편의 폭력에 걍팍해진 옆집 여자, 2천만원 때문에 같이 살던 남자에게 죽임을 당한 여자, 일명 피난촌의 가로등이라 부르던 옥수동 골목에서 눈물을 쏟던 남자, 정다운 이웃 선발대회가 있다면 마땅히 상위 입상을 하고도 남을 친절했던 신혼부부, 술에 취해 방황하던 젊음을 늘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던 식당과 술집 주인아줌마들,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뭉클한 위안을 주었던 대학생 원욱씨……. 서울의 후미진 거리와 골목에서 만나고 마주쳤던 사람들을 저자는 줄기차게 떠올리며 안부를 묻는다. “당신, 살아 있나요? 살아 있어요, 제발.”

“너무 분주해서 누가 죽고 살든 상관 않는”, “이웃을 생각하기엔 참 고독하고도 난해한” 도시의 풍경은 한없이 스산하고 서글프지만, 저자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이 뜨겁다. 점점 더 광포하게 확장되는 도시에서 밀려나는 주변부 인생들에 대한 연대와 소통의 정서를 저자는 시종일관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뜨겁게 안녕』은 이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인사, “헤어짐이 아니라 만날 때의 인사다.” 아무리 세상이 황폐해지고 삶이 팍팍해져도, 여기 이렇게 ‘사람’이 있음을, 우리가 이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자는 뜨거운 당부이기도 하다.

우리, 잘 살아왔다. 부디, 잘 살아가자.
가난한 젊음을 위하여, 뜨거운 사랑을 위하여…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는 건 가끔 더럽고”, “어찌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지만, “두고 봐라 나는 죽어도 살겠다는 각오”로 “매일매일 싸우면서 사는 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또 기록한다. 돈 없이 빽 없이, 뭣도 없이 살아가기란 고달프고 고단한 일이지만, 가진 게 없다고 그 삶마저 초라하고 우스운 건 아니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희망을 모르겠는가.

『뜨겁게 안녕』에서 사람들은 “뭣도 없어도, 잘난 것 없어도, 쥐뿔 없어도” 울고 웃고 사랑하며 어기차게 살아간다. 숱한 한숨과 눈물과 상처는 지나온 거리와 골목에 내려놓고 묻어두어도, 다시 뜨겁게 사랑하고 열렬히 살아간다. 그들의 뜨거운 이야기는 종종 울컥하게 하고 때론 가려운 데 긁듯 시원하게 하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짠하게도 만든다. 고단한 삶 가운데서도 잊을 수 없는 어떤 그리움의 정서를 건드리고 울린다. 그것은 애잔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희망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뭉클한 일인지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날들이 결국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건, 다가올 날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하루 버텨내듯 살아가는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게 『뜨겁게 안녕』의 기록은 진심어린 공감과 응원의 이야기가 되어준다. 우리, 잘 살아왔다고. 부디, 잘 살아가자고. 그리고 저자는 어김없이 당차게 말한다. “그래, 와라. 뭐든 오라지. 와보라지. 어디 한번 와보라지. 설령 그게 하수구 물이든 빗물이든 똥물이든, 남보다도 못한 애인이든, 내 아르바이트 비 떼어먹은 양심 없는 클라이언트든. 와봐라, 오너라, 세상아. 와서 마음대로 두들겨 패라, 인생이든 세상이든 누군가든. 나를 때려눕혀 엉망진창으로 나자빠진다 해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안 무섭다.(본문 중에서)” 맞다. 그렇게, 계속 가는 거다.

작가

김현진
국적
대한민국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나리오과 예술사, 연극원 서사창작과 학사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십 대에 쓴 《네 멋대로 해라》 출간 이후 삼십 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줄곧 에세이, 소설, 시나리오 같은 글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나리오과 예술사, 연극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한겨레> <경향신문>에 에세이를 써왔으며, 영화 <언니가 간다>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집 《뜨겁게 안녕》 《육체탐구생활》, 소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XX 같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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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5

구매자 별점
15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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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겁다. 피가 끓는다고 이렇게 살까. 그렇다고 자신의 모닝페이지를 사람들에게 공개할까. 한편으로는 참 솔직한거고, 한편으로는 참 애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친다.

    car***
    2019.09.03
  • 뜨겁게 환영한다. 그대의 살맛나는 기억을. <뜨겁게 안녕> | 김현진저 | 다산북스 | 2011 어릴 적 집주변에는 부셔진 집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놀다가 머리에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내 별명은 일명 ‘땜빵’이었다. 정말이지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환경이었지만 마땅한 놀이터도 없었으니 그곳이 놀이터였던 것이다. 내 어릴 적 기억은 머릿속 하얗게 남아있는 흉터와 함께한다. <뜨겁게 안녕>은 그렇게 재개발의 열풍 속에 무너져가는 동네와 그에 얽힌 저자 김현진의 애틋한 사연이 버무려진 기록이다. 스스로를 ‘하류인생’이라 칭한 저자가 서울 곳곳의 서민 동네를 전전하며 만난 동네 사람들, 구멍가게, 맛집, 술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비속하고 정답고 지겹고 하찮고 애절하고 시시하고 또 시시해서 끝도 없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에 관한 기록이다. 내게는 자본의 광풍 속에 사라져가는 것들을 어떻게든 포착하고 기록해두려는 그녀의 시선이 한결 사랑스럽다. 왜냐면 그가 기억하는 장소들은 대개 재개발로 없어진 장소들이다. 안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리움이 새겨있다. 김현진은 남창동, 왕십리, 옥수동 서울도시의 그늘진 풍경을 생생한 문장으로 담아낸다. 너무 그늘져서 여름이면 바가지를 들고 들어차는 하수구 물을 아가씨의 몸으로 퍼다 날라야 하는. 그렇게 지하방에 하수구 물이 들어차 모든 가재도구들이 물에 잠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핑크색 새틴 원피스'를 챙기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결기는 웃을 수밖에 없는 그렇다고 웃기도 모한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저자는 그렇게 서글플 수 있는 현실을 누구 말마따나 글로 내뱉는다. 어떤 가식 없이 죽 갈겨쓰는 문장들은 알알이 저자의 숨소리가 담겨있다. 그렇게 물난리가난 상황에 시크하게 반응하는 주인집하며 주인집의 연락을 받고 온 양수기아저씨며 도시곳곳의 살아있는 풍경을 너무도 리얼하게 그려낸다. 화려한 것, 번지르르한 것만을 좋아라 하는 세상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몰라준다.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꾀죄죄한 환경이 실은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임을, 정지용의 시구를 빌자면 “아무렇지도 않고 사철 발벗은”일상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기반임을 우리는 언제 깨달을 수 있을까. “일 년도 되기 전에 포크레인이 죄다 밀어버린 그 자리는 사하라 사막 같은 꼴이 되었다. 철망 앞을 애달프게 왔다갔다하다 보니 공사모를 쓴 아저씨가 여기서 뭐 하냐고 뚱한 표정으로 물어서 아 제가 작년에 여기 살아서요. 하니 으응 하고 시큰둥하게 휙 돌아선다. 그 자기가 그 자리, 매봉슈퍼도, 늘 모기장 안에 생선 넣어 말리던 할머니 집도, 항상 옥색 마고자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앉아 있던 깨알만 한 문방구 가게도 죄가 알아볼 수 없게 황토색 흙발이 된 땅을 쳐다보면서 이제는 없어진 그 집들, 그 언덕을 찾아내려 얼굴을 찌푸렸다.” 여기에 나오는 공사장의 아저씨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의 아름다움을 몰라보고 어떻게든 더 폼나는 동네로 옮겨가려는 우리의 그 징글징글한 욕망이 “시시해서 사랑스러운”모든 것을 멸종시킨 주범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과 삶은 뜨겁게 환영한다.

    wor***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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