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매뉴얼,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예요.”
*휴고 상 수상
*영국환상문학상·로커스 상 노미네이트
SF 판타지의 거장 어슐러 르 귄처럼
책과 세상을 읽는 법
휴고 상 8회, 네뷸러 상 6회, 로커스 상 24회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고 『어스시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거장 어슐러 르 귄의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가 출간되었다. 휴고 상 관련 저작(Best Related Work)상을 수상하였으며 영국환상문학상과 로커스 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이 산문집에는 르 귄이 200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쓴 강연용 글, 에세이, 서평, 서문이 수록되어 있다. 1장은 어린 시절에 살던 주택에 대한 회상과 로 대 웨이드 판결 이전의 삶 같은 개인사에서부터 장르소설을 백안시하고 여성 작가들을 배제해 왔던 문학계 풍조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며, 2장과 3장에서는 여러 명작들에 대한 비평과 작가에 고찰을 엿볼 수 있다. 4장은 1994년 여성 작가들만을 위한 칩거처 ‘헤지브룩(hedgebrook.org)’에서 창작을 하며 보낸 일주일간의 짤막한 수기가 담겼다.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상상력과 말의 힘,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살아남는 책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서 위대한 작가일 뿐 아니라 예리하고 열정적인 독서가이기도 했던 르 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상상력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에요. 이윤 추구의 어휘에 상상력이 낄 자리는 없습니다. 상상력은 무기가 아닙니다. 모든 무기가 상상력에서 비롯하고, 무기의 사용이든 비사용이든 상상력에 달려 있으며 다른 모든 도구도 마찬가지지만 말입니다. 상상력은 정신의 필수 도구이며 생각의 본질적인 방식, 사람이 되고 사람으로 남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_「사용 설명서」
글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단순히 올바르고 진실한 형태를 주는 말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 형태가 곧 글의 아름다움이자 글의 진실입니다._「스스로를 생각에서 몰아내기」
수동적인 행위가 아닌 행동,
작가의 정신과 능동적으로 협력하는 작업인 ‘읽기’
책은 영상이나 화면처럼 눈을 움직여 주지 않는다. 스스로 정신을 쏟지 않는 한 정신을 움직이지도 않고, 마음을 두지 않는 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해 주지 않는다. 단편소설 하나를 잘 읽으려면 그 글을 따라가고, 행동하고, 느끼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사실상 그 글을 쓰는 것만 빼고 다 해야 한다._「깨어 있기」
르 귄에게 독서란 책을 읽는 내내 깨어 있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작가와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작업이다. 본인의 대표작 『빼앗긴 자들』의 비평서에 대한 응답으로서 쓴 에세이(「타우 세티에서, 앤서블로 보낸 응답」)에서 르 귄은 “소설이 말하려는 내용을 말하는 방법이라면, 유용한 평론이란 소설이 말하는 내용을 어떻게 말하는지 짚어 주는 일”이라고 언급하는데, 2장과 3장에 실린 서문과 서평들은 그러한 작업의 결과를 몸소 훌륭하게 선보인 사례들이다. H. G. 웰스, 필립 딕, 마거릿 애트우드, 스타니스와프 렘, 주제 사라마구, 이탈로 칼비노 등의 거장과 차이나 미에빌, 켄트 하루프 등 현재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과 진솔하고 위트 넘치는 언어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은 절로 해당 책들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훌륭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여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서문과 서평은 청탁에 의한 것이라 저자의 독서 취향을 온전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슬쩍’ 엿보게만 해 준다. 그래서인지 르 귄도 이런 자조적인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H. G. 웰스에 대한 글이 세 편인데 버지니아 울프는 하나도 없다니?”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 실린 에세이 곳곳에는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문학의 성차 문제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으며, 특히 「사라지는 할머니들」은 업계가 여성 작가들을 배제하여 주변으로 밀어내는 현상을 폄하, 누락, 예외화, 실종이란 네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통렬하게 비판한다. 일찍이 남성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던 분야에서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선구자임에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선해 나간 르 귄의 말이기에 더욱 진실하고 무게감 있게 들린다. 귀한 강연처럼 느껴지는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어 나갈수록, 삶과 창작 모두에 충실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작가의 지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무렵에 저는 소설을 몇 권 썼을 뿐 아니라 몇 년째 살림을 하고 아이를 몇이나 키웠고, 모든 활동이 사람들이 하는 다른 일들 못지않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저도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내가 여자라면, 왜 난 남자들이 중심이고 우선이며 여자들은 주변에 부차적으로 나오는 책을 쓰고 있는 거지? 마치 남자가 된 것처럼? 그야 편집자들이 그러길 기대하고, 서평가들이 그러길 기대하니까죠. 하지만 무슨 권리로 그 사람들이 나에게 남장을 기대하는 거죠?_「여자들이 아는 것」
나는 실제로 할머니지만, 나에게 ‘누군가의 할머니’라는 묘비는 주지 말라. 나에게 묘비가 있다면, 내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보다도 작가의 성별이 아니라 글의 우수함과 작품의 가치로 판단받는 책들에 내 이름이 박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_「사라지는 할머니들」
■서평
고명한 SF 판타지 작가 어슐러 르 귄의 독서 에세이를 통해 현명하고 통찰력 있으며 우아하거니와 때로는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마거릿 애트우드
에세이, 리뷰, 강연, 서평을 비롯해 내셔널 북 파운데이션 수상자이자 우리 문학계의 지성 르 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눈부신 산문집.―《NPR》
통찰력, 분노, 유머가 넘쳐흐른다.―《워싱턴 포스트》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시의성 있게 느껴지는 글.―《더 네이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르 귄이 위대한 작가일 뿐 아니라 그만큼 숙련된 독자임을 실감하게 된다.―《댈러스 모닝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