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도움 없이 글을 쓴다는 건 책을 만들기 위해 활자를 직접 새기는 것만큼이나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 일이다.”
AI가 작가에게 필수가 된 시대, 글쓰기 전용 AI ‘뮤즈’를 통해 바라본 창작의 미래
AI가 창작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한 시대, 기술 발전과 창작 윤리 사이의 첨예한 긴장을 현실감 있게 그려 낸 SF 소설 「당신의 뮤즈가 되어드립니다」가 구구단편서가ONE 시리즈로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자율 주행 알고리즘 최적화를 위한 비공식 합의팀」을 통해 AI 알고리즘과 자본 논리의 충돌을 날카롭게 포착한 남세오 작가의 신작으로, 이번 작품 역시 오늘날 가장 뜨거운 화두인 생성형 AI를 통해 창작의 미래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중 전업 작가 미선은 작품 창작의 거의 모든 과정에 글쓰기 AI 뮤즈를 활용한다. 뮤즈는 플롯 자동 생성 기능을 통해 매력적인 이야기를 추천하고, 아웃라인 기능으로 초고 작성까지 손쉽게 완성해 준다. 미선은 이를 적극 활용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지만, 프리미엄 무료 체험 기간이 종료되고 무료 버전으로 전환된 이후부터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뮤즈가 추천한 플롯으로 집필한 원고에서 기존 출간작과 97퍼센트의 유사도가 검출된 것이다. 이에 뮤즈는 저작권 구매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프리미엄 구독으로 돌아올 것을 유도한다.
“마라탕을 다섯 번만 안 먹으면 뮤즈 프리미엄 버전을 한 달간 쓸 수 있고 저작권이 50퍼센트 할인된다. 그냥 차라리 마라탕 열 번 안 먹을 생각하고 프로 버전을 써 볼까. 근데 언제부터 마라탕이 화폐 단위가 된 거지.” ―본문 중에서
작가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문제를 유쾌한 매력으로 풀어낸 남세오 작가의 휴먼 SF
뮤즈를 잘 아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뮤즈 제작사는 AI로 대량의 작품을 빠르게 생성한 뒤 인간 작가의 이름만 빌려 발표하는, 이른바 ‘딸깍 작가’를 전문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출간된 작품과 유사한 플롯의 글을 사용자가 쓰게 되면 저작권을 빌미로 결제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뮤즈의 상술에 분노한 미선은 자신을 표절에 휘말리게 한 작품의 작가 ‘이현빈’을 직접 찾아 나선다. 이현빈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미선은 그가 과거 뮤즈의 개발자였으나 지금은 수익 모델 중심으로 설계된 뮤즈에 반감을 느껴 회사를 떠난 뒤 오픈 소스 AI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이현빈은 자신이 작가 지망생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쓴 작품「일곱 빛깔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작품은 뮤즈 뒤편에 있는 인물들이 만나 AI 시대의 창작과 저작권, 노동과 예술에 관한 각자의 고민을 나누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이들이 마라탕을 함께 먹으며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뮤즈’의 진정한 의미를 향한 질문과 사유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독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권말에 추천사를 수록한 김시인 문학 평론가는 작품 속 이들의 인간적인 대화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정교한 AI의 결과물보다 투박한 인간의 작품 앞에서 더 쉽게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예술이란 완성된 결과보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에 가깝다.” ―김시인(문학 평론가), 「당신의 뮤즈가 되어드립니다」 리뷰 중에서
■ 줄거리
전업 작가 미선은 글쓰기 AI 프로그램 ‘뮤즈’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이어 간다. 무료 프리미엄 체험 기간이 종료된 어느 날, 미선은 뮤즈의 무료 버전으로 완성한 원고에서 자동 표절 검사를 마주한다. 뮤즈는 해당 원고가 기존 출간작과 높은 유사도를 가진다며 저작권 구매를 유도하고, 미선은 이러한 상술에 황당함과 분노를 느낀다. 표절 시비가 걸린 문제의 작품을 쓴 작가 ‘이현빈’을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 미선은 그가 출간한 작품들을 읽어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한 진심과 마주하게 된다.
■구구단편서가ONE 소개
‘구구단편서가ONE’ 시리즈는 신진작가와 기성작가의 다채로운 단편소설을 출간하는 황금가지의 전자책 브랜드입니다. SF, 판타지, 호러, 로맨스,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한 편의 단편소설에 감상의 폭을 더해 줄 리뷰를 함께 곁들여, 짧지만 충만한 재미와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의 참신한 스펙트럼을 제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