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섬세하고 민감한 언어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의미 전달보다는 기분,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장점이 발현된다. 그래서 한국어로 창작한 한국 문학을 글의 심미적 관점에서 본다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유려한 작품들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뛰어난 한국 문학이 왜 세계화되지 못하는가를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어로 표현된 글들은 소위 특권 계층들이 본인들의 계급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되곤 했다.
조선 시대의 양반과 상놈의 지배 계급을 나누는 수단에서부터 현대 사회의 엘리트 계층들이 본인들의 지적 수준을 뽐내기 위한 수단에 이르기까지 글(한국어로 표현된)은 배운 사람들의 권위, 지적 욕망, 과시욕을 충족시켜주는 도구가 될 때가 많았다.
이런 현상들은 한국 문학에도 자연스럽게 투영되어 난해한 문체, 아름답고 세련된 표현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작품들이 차고 넘친다. 수많은 작가들은 글이 주는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며 독자들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줄 때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식하고 수준 낮은 사람으로 매도할 때도 허다하다.
BTS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하고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 주연상을 차지하는 한류의 세계화 시대.
과연 한국 문학이 굳건히 지켜오고 집착한 문학의 난이도 높은 문체와 美語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마음을 뒤흔들 수 있게 번역될 수 있을까?
물론 문학으로 표현된 글 자체가 추구해야 하는 미적 기능은 너무나 중요한 항목이다. 문학이 추구해야 하는 글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문학이 보다 쉽고 명확하게 표현한,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한 스토리텔링으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골고루 다가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자막처리가 된 영화를 즐기지 않는 수많은 미국인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1인치 언어 장벽 자막이라는 장벽을 넘어선다면 우리는 더 많은 영화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 한국 문학이 합류하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 메시지를 남겨보자.
“복잡한 문체, 美語에 집착하는 한국 문학의 벽을 넘어서 쉽고 명확한 표현으로 스토리와 의미 전달의 기능에 집중한다면 세계인은 더 많은 한국 문학을 접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문학은 왜 美語에 집착하는가?” 시리즈는 이러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기획된 책이다.
한국 문학, 특히 현대 문학의 복잡한 문체가 힘들어서 책 표지 넘기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문학 초짜들, 책 읽기를 놓쳤지만, 책을 읽어보고자 결심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인 의미와 정보 전달의 기능에 충실한 한국 문학 소설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한국 문학의 전반에 영향을 미쳐 복잡한 문체는 걷어내고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한 쉽고 명확한 한국 문학이 다수 출간되어서 한국 문학이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에 합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