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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우연히 이번에는 물건을 버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게 됐다. 문보영의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물건을 버리는 행위가 단순한 정리나 미니멀리즘의 실천이 아니라 ‘불안’에 대한 하나의 대응 방식으로 제시된다는 점이었다. 보통 우리는 불안할수록 무언가를 더 붙잡으려 한다. 익숙한 물건, 추억이 담긴 사소한 사물들은 나를 지탱해 주는 증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화자는 그 반대로 행동한다. 물건이 불안을 잠재워 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매개가 되기 때문에 버리기를 선택한다. 심지어 낡은 곰 베개처럼 저자의 건강을 해치는 물건조차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은, 물건과 감정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 물건 하나하나에는 분명 의미가 있고 기억이 담겨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물건은 과거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그때의 불완전했던 자신까지 함께 불러온다. 물건을 지닌다는 것은 단순히 사물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그 감정과 시간을 현재에 계속 붙들어 두는 일이 된다. 화자에게 버리기는 잊기 위해서라기보다, 더 이상 그 기억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이 지점에서 얼마 전에 읽었던 <순수 박물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소설에서 케말은 퓌순과 관련된 물건들을 집요하게 수집하고 보관한다. 담배꽁초 하나, 머리핀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모으며 그것들을 통해 사랑을 영원한 현재로 붙들어 두려고 한다. 케말에게 물건은 사라진 사랑을 대신하는 증거이자, 사랑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는 물건을 통해 기억을 보존하고, 기억을 통해 사랑을 박제하려 한다. 반면 문보영의 화자에게 물건은 기억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를 위협하는 존재에 가깝다. 물건은 이미 끝난 감정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화자는 그것을 버림으로써 비로소 현재로 돌아오려 한다. 이렇게 보면 두 작품은 물건을 대하는 태도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케말이 불안을 견디기 위해 물건을 수집했다면, 문보영의 화자는 불안을 견디기 위해 물건을 버린다. 한 사람은 붙잡음으로써 버티고, 다른 한 사람은 놓아버림으로써 버틴다. 그러나 그 출발점에는 공통적으로 ‘상실 이후의 불안’이 놓여 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닮아 있다. 다만 케말이 상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수집을 선택했다면, 문보영의 화자는 상실을 인정하기 위해 버리기를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순수 박물관>의 수집이 사랑을 영원히 붙들어 두려는 욕망의 표현이라면,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의 버리기는 그 사랑과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살아가기 위한 조용한 결심처럼 느껴졌다. 물건을 남기는 일이 사랑의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물건을 버리는 일이야말로 그 사랑이 끝났음을 받아들이는 가장 솔직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결국 물건을 대하는 방식은 기억을 대하는 방식이며, 더 나아가 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각자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_______ 버리지 않으면 익숙해질 수 없구나. 나를 아프게 하는 것, 숨을 못 쉬게 하는 것을 왜 버리지 못할까. 나에게 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끈질기게 갖고 있다. 누군가를 끊어내지 못했던 것처럼, 어떤 기억을 잊지 못했던 것처럼, 어제를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 문보영 저 #불안해서오늘도버렸습니다 #문보영 #웨일북 #매일의기분을취사선택하는마음청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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