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문보영, 드로우앤드류의 열렬한 찬사
이연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바닥을 찍었을 때가 자신만의 삶을 되찾을 기회다
바닥을 딛고 더 높이, 더 멀리 헤엄칠 수 있는 방법!
80여만 구독자에게 주체적인 삶의 태도와 자세를 전해온 독보적인 미술 크리에이터 이연의 그림 에세이 《매일을 헤엄치는 법》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제 삶을 되찾기 위해 퇴사를 감행한 스물일곱 살 이연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연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그려낸 첫 번째 책이다. 지금의 이연을 만들어준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찬란했던 1년을 담아낸, 그 어디서도 공개된 적 없는 이야기가 두 버전의 만화와 에세이로 펼쳐진다. 흑백 만화에서는 퇴사 이후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사계절 흐름에 따라 전개되며, 블루 만화에서는 건강을 되찾으려 찾은 수영장에서 발견한 빛나는 삶의 태도와 성찰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를 보다 긴 에세이들로 자세히 풀어냈다.
왜 하필 그토록 외롭고 가난했던 1년을 되돌아보냐는 질문에 이연은 이렇게 답한다. “세상이 씌운 껍데기를 버리고 바위틈에서 진정한 자신을 탐색하려는 이들이 분명 여럿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나도 그 시절을 지나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고,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바른 자세를 잡는다면 누구든 매일을 헤엄칠 수 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바닥을 딛고 떠올라 저만의 방향으로 더 높이, 더 멀리 헤엄칠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전해줄 것이다.
▶추천사(전문)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겨울나무는 죽은 듯 보인다. 암흑 속에 웅크린 채로 내면의 나침반을 붙들려고 몸부림칠 때 우리는 너무나도 외롭고 두렵다. 할 수 있는 것은 그 방향을 믿고 매일을 헤엄치는 것뿐. 어느 시절 나의 일기를 읽는 듯해서 마음이 내내 저릿했다. “똑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어.” 믿을 수 없게도 어느 순간 빛이 보이고, 죽은 듯한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가 힘차게 뻗어 나온다. 마침내 우리 모두는 기적이 된다.
― 김하나(작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안정적이고 무미건조한 삶에서 벗어나 불안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던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최대한 질척이는 생을 살아볼 생각이다.” 그녀의 다짐은 얼마나 묵직하고 용감한가.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사실은 어둠 속에서 초초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왔음을 그리고 고요히 헤엄쳐왔음을 알게 되었다. 정해진 삶의 트랙에서 이탈했을 때 우리는 절벽 앞에 서게 되지만, 그로 인해 처음으로 날개를 푸덕이게 된다. “목적 없는 열심의 꼬리를 벗어내고” 진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한 용기를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날개 연습’이라고 부르고 싶다.
― 문보영(시인, 《책기둥》)
20대는 인생의 황금기라 불리지만 사실은 가장 나약하고 초라한 시절이 아닌가 싶다. 이연 작가의 20대는 나와 그리고 우리 대부분의 20대와 많이 닮아 있다. 망망대해 같은 사회에 던져져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시기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작은 반짝임이 있었다. 반짝이는 꿈을 가슴에 품고 서투른 발길질을 막 시작했다. 그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었고, 그 마음은 여름날처럼 뜨거웠다. 그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여름처럼 뜨거운 반짝임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 드로우앤드류(유튜버, 《럭키 드로우》 저자)
▶책 속에서
외부에 소속이 없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가 만든 세계가 생각보다 잘 맞을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이연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이 일들을 하면서는 단 한순간도 흉내를 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런 일을 하면 된다. 남들 보기에 멋진 일을 흉내 내는 사람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재미있는 일을 해나가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나에게 소속된다는 건 그런 일이다.
― 43쪽, <‘나에게 소속된다는 것’은>
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 65쪽, <물 밖의 호흡법>
다정은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받기 전에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거나 낯 뜨겁고 부끄럽다. 하지만 자꾸 받다 보면 그게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건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걸 알게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다정을 나누는 것이다.
― 86쪽, <다정한 사람>
“이제는 대단한 그림 그릴 생각도 없는데….”
왜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나는 다시 종이와 연필을 찾았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연필의 냄새. 연필은 쉽게 번지고 지워진다. 사실 지우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틀린 선을 그었다는 뜻이 아니고 마음껏 틀려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 영원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괜찮다. 삶에서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리는 것. 이게 지금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 98쪽, <지우개의 의미>
수영을 더 잘하고 싶다. 수영을 하면 나도 모르게 ‘경제적’이란 단어를 떠올른다. 동작을 제대로 하면 힘을 덜 쓰고도 멀리 갈 수 있다. 물보라가 크면, 그만큼 힘의 손실도 크다. 물을 멀리 밀어내는 발차기를 하여 아주 경제적으로 소용 있는 몸부림을 해내길 소망한다. 어쩜 이건 수영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 112쪽, <소용 있는 몸부림>
‘불행해도 언젠가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막연한 위로를 하고 싶지 않다. 가난은 확실히 겪어본 이만 아는 고통이고, 이건 말뿐인 위로 하나로 해결이 안 되는 슬픔이다.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을 건네자면, 그건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있지도 않은 원죄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득바득 이를 갈며 돈을 버는 편이 낫다. 그게 슬픔을 막는 방법이다. 다들 스스로를 가난 속에 머물러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죄를 지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어떤 슬픔은 단순히 가난 때문에 생긴다.
― 149쪽, <잘될 것 같다가도 한없이 무너져 내릴 때>
원리는 단순하다. 불필요한 것을 자르면 잔가지로 누수되던 에너지가 내가 원하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향한다. 앞으로도 성실한 농부처럼 열심히 가지를 잘라낼 것이다. 이게 내가 삶이라는 정원을 돌보는 방식이다.
― 183쪽, <내 삶의 가지치기>
나의 바닥이 거기였다. 내 삶의 심해에서 수압을 견디면서 나는 단단한 껍질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걸 젊을 때 해봤다는 것이 의의가 크다. 이렇게 살아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20대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지질한 것이 용서된다. 지질함에 세금을 매긴다면 20대는 면세인 셈이다. 이때 돈보다 소중한 경험과 용기를 많이 얻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일기에 자꾸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돈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돈이 다가 아니야.” 그래서 돈 버는 일 말고도 다른 도전을 할 수 있었고 끝내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 223쪽, <돈이 전부가 아닌 이유>
삶에는 항상 정해진 트랙이 있었다. 대학, 취업, 결혼……. 더불어 거기에 적당한 커트라인이 있는데, 다치는 줄도 모르고 애써 맞추며 살았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숨을 몰아쉬면서, 원치 않는 삶을 살면서. ‘그래, 이만하면 괜찮아.’ 그러던 내가 삶의 트랙으로부터 도망쳤다.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을 밟는 기분과 비슷하다. 발자국이 없는 길을 걷는 삶. 근사하고, 조심스러운 기분. 이 길 위에서 처음으로 발견하게 된 것은 구겨지지 않은 나였다. 정해진 삶의 트랙에서 벗어난 내 모습이 생각보다 초라하지 않고 꽤 반듯하다.
― 234쪽, <삶이라는 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