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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상세페이지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시의적절 29

  • 관심 0
난다 출판
소장
종이책 정가
17,000원
전자책 정가
30%↓
11,900원
판매가
11,900원
출간 정보
  • 2026.05.12 전자책 출간
  • 2026.05.01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4.1만 자
  • 41.8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24065488
UCI
-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작품 정보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남지은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5월의, 5월에 의한, 5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아무래도 나는 아이들을 닮고 싶다.
따라가고 싶다.
내가 돌본 것, 나를 돌본 것.
아이들이 허락해준 그 곁을
겸허하게 지키고 싶다.

2026년의 다섯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5월의 책은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남지은의 첫 산문집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이다. “세심하고 강인한 시적 양육”(김지은)으로 시를 길러온 그가 시와 동시, 산문과 그림일기 등으로 5월 한 달을 엮어냈다. 한겨울에 태어난 시인은 5월생 친구들을 오래도록 부러워했다. 열두 달 중에 가장 환한 달. 꿈속을 걷는 듯한 달. 눈에 닿은 풍경이 뭉그러져 섞이는 5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5월에 태어났다면 나도 저애들처럼 웃고 떠들면서 함께 어울려 놀았을까. 붙임성 있게 누구에게든지 금방 말을 걸고 사귀었을까. 낯선 곳을 마구 뛰어다니며 땀을 흘렸을까. 쏟아지는 햇빛 아래 눈을 찡그리면서도 고무줄놀이를 했을까. 발을 걸어 넘으며 노래하고 이길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저애들 같았을까. 억지로 입은 밝은색 옷이 내 것 같지 않아서 숨어다니는 일만은 없었겠지.” 다만 시인은 5월이 거느린 작은 탄생과, 작은 죽음을 함께 감각한다.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느낄 수 있다. 죽고 나서 또다른 몸으로 우리에게 오는 것들, 5월의 태어남과 5월의 껴안음을(작가의 말). “깊은 서랍에 잠들어 있던 편지를 꺼내 읽어내려갈 때/지난 우리가 지금 우리에게/들려주려 한 메시지를 찾아 읽을 때//생일이 든 겨울이 가고 기일이 든 봄이” 오는 것이다(24일 시).
작약 네 송이. 깨끗이 씻어둔 화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는다. 꽃을 준비하는 건 아이들과의 시간을 준비하는 시인만의 작은 의식이다. 처음이 많은 아이들. 작은 우연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 오늘 너희에게 어떤 시와 이야기가 깃들까 궁금해하면서(「태어나서 처음」). 늦봄을 입은 아이들이 집으로 달려들어와 깨끗한 물을 꿀꺽꿀꺽 마실 때, 괜스레 심장이 간질거린다(「Dear young poet」). 시인은 아이들을 기다리며, 무슨 말이든 잘 들어주고 싶다고 되뇐다. 아이들의 말은 종종 느려지거나 멈춘다. 돌아가거나 엉킨다. 잘 들어준다는 건 아이들이 자기 말의 모양을 스스로 찾도록 기다려주는 일이다. 별뜻 없이 하는 말이라 해도 그 안에 든 작디작은 슬픔까지 알아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시인은 글을 쓴다. 이맘때 지천으로 피는 꽃들을 핑계삼아 도망치고 싶을 때, 책상 한편을 지키는 꽃을 보면서. 절화가 다 시들기 전에 이 글을 완성하자고 마음먹는다. 말의 겉이 아니라 그 안쪽에 머무는 마음까지 살피면서(1일 에세이).

삶과 죽음은 손을 맞잡은 사이
우리는 서로를 힘껏 놓아준다
목이 잠겨서 말소리가 작아지는 밤
내가 쓰는 문장은 나와 헤어진다

아이로, 어른으로, 자식으로, 부모로, 이모로, 제자로, 선생으로, 노동자로, 유권자로, 중생으로, 세계인으로…… 시인에겐 많은 나로 사느라 멀미가 이는 5월이다. 그럴 때면 내가 누구인지 잠시 헷갈리기도 한다. 불리는 이름도 해야 하는 일도 많아진다. 이런저런 역할 사이를 오가다보면 정작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놓치게 된다. 그럴수록 자주 잠에 빠진다. 글이 막히면 어김없이 그렇다(「놓치면 안 되는 이야기」). 마음에 가까운 말을 찾는 일은 더디고 어렵다. 한 번 쓴 문장을 지우고, 고쳐 쓰고, 또 지우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마음에 닿을 수 있다. 시인에게 쓰기는 모호하게 알던 것, 희미하게 느끼고 있던 것, 끝까지 감추고 있던 것이 형체를 얻는 일이다. 쓰고 나면 쓰기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쓰는 손이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른다. 지우고 또 지우면서도 어떻게든 말을 찾으려는 손. 어렵고 힘들어도 한 줄 더 써보려는 손. 그런 손은 이미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훔칠 수 없는」). 그 안에는 무언가를 말하거나 쓸 때 겪게 되는 언어의 미끄러짐, 무수히 벌어지는 작은 시도와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자리를 마주하는 용기가 있다(31일 에세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시간을 건너 도착하듯이 글도 그렇게 남을 수 있을까. 사라진 것을 되돌려놓지는 못하지만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을 같은 자리에 잠시 불러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은, 문학은 부재를 넘어 함께 있을 수 있는 아름다운 방식 같다(25일 에세이). 그러니 시인은, 쓰기 시작하면 누구든 더 강해진다는 걸 안다. 종이 위에 남겨둔 말이 언젠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세우기에. 쓰면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기에(6일 에세이).

웃게 돼
강아지들은 왜 햇볕을 좋아할까?
저기 서봐 네가 얼마나 작은지
작아서 얼마나 위태롭고 생생한지

오늘 작업대는 짱이의 것. 새로 산 그림책과 노트, 교정지 더미 사이에 개가 눕는다. 시인의 시쓰기는 일상으로부터 방해받고 간섭받고 뒤섞인다. 그런 점이 전과는 다르게 좋다고 느낀다(16일 그림일기). 시인이 이름을 부르면 개가 돌아본다. 짱이가 시인 쪽으로 걸어온다. 개 발바닥에 붙은 나뭇잎을 떼주며 그는 봄을 알게 된다. 함께하는 이 순간이 닳는 게 아깝다. 짱이 그림을 낙서하듯 남겨본다.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우리 개의 사랑스러움을, 글에는 담기 힘든 복잡한 마음을 그림에 옮겨본다(「여전히 높이 빛나는 꼬리」). 짱이가 하루를 잘 보내면 시인도 좋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기. 그걸로 강아지는 할일을 다한 것이다. 바쁜 일을 미뤄두고 짱이와 동네를 휘휘 돈다. 짱이가 평평한 얼굴을 땅에 대고 큼큼댄다. 들어올린 꼬리가 나풀거린다. 등허리가 성성하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이따금 주저앉는다. 걸음 속도가 매우 느려서 개와 사람이 한자리에 오래 서 있을 뿐인 지루한 풍경이겠다(「그다음 강아지가 할 일은」). 시인은 고민에 잠긴다. 쇠약해지지 않고 함께 건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원고가 되질 않아 가시를 세우고 있지만 소용없음. 한 줄 쓰고 사과 먹고, 한 줄 쓰고 물 마시고, 한 줄 쓰고 개 옆에 눕고, 그러다 봄이 끝날 테지(「오늘 작업대는 짱이의 것」). 잠들기 전에 짱이 재채기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언제고 작별하는 사이. 높이 떠 있는 별의 시점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어떨까. 울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이 보인다. 고독 속에서, 그러나 같은 둥근 별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 놓여 있을 뿐이다(「같은 자리」). 어떤 날은 함께이던 기억으로 웃고 어떤 날은 텅 빈 배를 감싼 채 울고,(27일 그림일기) 그러면서 살아가겠지. 장미가 흐드러진 오월, 시인과 짱이는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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