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대표작, 출간 100주년
소설의 역사에서 진정한 혁신을 가져온 기념비적 작품
지난 백 년 동안 끊임없이 재해석된 현대의 고전
20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초판 발행 10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새롭게 출간된다. 모더니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어느 여름날 아침, 파티 준비를 위해 꽃을 사러 런던 거리로 나선 주인공 클래리사 댈러웨이의 하루를 그린다. 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대화와 독백, 인물의 내면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 사람의 하루를 한 사람의 인생으로, 나아가 수많은 사람의 인생으로 확장한다. 인간 존재의 복잡성,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울프의 문장들을 민은영 번역가가 섬세하고 치밀한 번역으로 옮겼다.
★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세계문학 ★ 타임 선정 100대 영어소설 ★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 가디언, 옵서버 선정 역대 최고의 소설 100 ★ 쥐트도이체차이퉁 선정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설 100 ★ BBC 선정 위대한 영국소설 100 ★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권
삶과 죽음 사이, 미시즈 댈러웨이의 하루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스트이자 페미니스트 버지니아 울프. 그런 울프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대표작이 바로 『댈러웨이 부인』이다. 이 소설은 중년의 상류층 여성 클래리사 댈러웨이를 따라가며 그녀의 하루를 그린다. 1923년 6월의 어느 아침, 클래리사는 그날 밤에 열릴 파티 준비로 분주하다. 꽃을 사러 런던 거리로 나서던 중 오랜 친구 휴 휫브레드와 마주치기도 하고, 옛 연인 피터 월시가 불쑥 집을 찾아오기도 하며, 청춘 시절 “일평생 가장 강렬한 순간”을 선사해준 샐리 시턴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밖에도 하녀 루시, 남편 리처드와 딸 엘리자베스 등 다양한 인물이 직간접적으로 그녀와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확장해나간다.
한편 클래리사와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또하나의 중심인물인 셉티머스 워런 스미스에도 주목해야 한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돌아온 퇴역 군인 셉티머스는 전쟁의 참상, 전우의 죽음을 목격한 뒤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환영을 보거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아내 레치아는 그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에게 데려간다.
정치인의 아내로서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는 클래리사와, 전쟁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창밖으로 몸을 던진 셉티머스. 얼핏 두 인물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파티 도중 셉티머스의 자살 소식을 들은 클래리사는 만난 적도 없는 그에게 깊이 공감하며 그의 죽음이 “저항”이며 어떤 중심에 “도달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시 파티장으로 가기로,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먹는다. 인생을 사랑하고 활력 넘치면서도 끊임없는 고독과 불안을 안고 있는 클래리사에게, 삶이란 죽음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죽음을 의식하면서 이루어지는 선택인 것이다. 이처럼 울프는 클래리사라는 인물에 그 분신과도 같은 역할로 셉티머스를 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삶과 죽음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통찰하도록 이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모더니즘 문학의 걸작
『댈러웨이 부인』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사실주의 소설의 전통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던 당시 영국에서 울프의 시도는 대단히 혁신적이었다.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으로서 동시대 지식인,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그 누구보다 열성적인 독자였던 울프는 기존 소설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독자가 주인공 클래리사를 포함해 수많은 인물의 내면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한다. 특히 울프는 이 소설에서 목소리가 있는 대화로도, 내적 독백으로도, 전지적 시점의 서술로도 읽을 수 있는 자유간접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이 소설은 단숨에 읽어내려가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더욱이 포스트 인상주의와 프로이트 심리학의 영향, 그리고 제1차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으로 인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았던 울프는, 인간의 복잡성을 소설 속 인물에도 반영하고자 했다. 주인공 클래리사만 봐도, 겉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이 우아한 상류층 부인이지만 친구들은 그녀를 “뼛속까지 속물”이고 “철저한 회의주의자”라고 한다. 누구보다 삶을 즐기고 삶을 사랑하는 동시에 항상 죽음에 대한 고뇌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울프는 이렇듯 다면적인 인물을 통해 독자를 소설 속으로 더욱 깊이 끌어당긴다. 울프의 자유로운 문장들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어느새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물을 해석하고, 거기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댈러웨이 부인』을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댈러웨이 부인』의 백 년, 고전이 되는 시간
『댈러웨이 부인』 초판은 1925년 5월 14일 버지니아 울프와 남편 레너드 울프가 설립한 호가스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독자와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지만, 과연 울프는 자신의 작품이 백 년 넘도록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리라고 예상했을까? 초판보다 몇 년 후에 출간된 모던 라이브러리판 서문에서 울프는 이렇게 밝혔다.
“사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시간과 자유만 주어진다면 독자는 최종적이며 결코 틀리지 않는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댈러웨이 부인』을 독자에게 맡기고 법정을 떠나는 바이다. 즉각 사형을 선고하든, 수년을 더 살게 하든, 평결은 어떤 경우에든 정당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그러나 이 작품은 사형선고는커녕, 지금도 여전히 새롭게 해석되며 수많은 작가와 독자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거듭 번역될 때마다 현재성이 더해지는 것은 물론, 영화 ․ 음악 ․ 공연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재창조되기도 했다. 또 영국 왕립문학학회에서는 작품의 시간적 배경인 6월 중순 수요일을 ‘댈러웨이 데이’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울프의 문학적 유산에서 의미를 찾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새로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