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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못 넘겼어요 상세페이지

그냥 못 넘겼어요

시의적절 26

  • 관심 1
난다 출판
소장
종이책 정가
17,000원
전자책 정가
30%↓
11,900원
판매가
11,900원
출간 정보
  • 2026.02.09 전자책 출간
  • 2026.02.01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3.3만 자
  • 42.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24065327
UCI
-
그냥 못 넘겼어요

작품 정보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두번째 이야기!

시인 김상혁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2월의, 2월에 의한, 2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다른 달보다 며칠 적으니까 만만하게 봤던 거,
1월과 3월 사이 버려진 꼭두처럼 여겼던 거,
이제는 2월이 진짜 나구나 싶습니다.
글이 더 안 끝나고 글을 더 못 놓았어요.

2026년의 두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2월의 책은 2009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25년 제7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상혁의 네번째 산문집 『그냥 못 넘겼어요』다. “‘생활인’의 첨예한 시선과 독창적 감각”(박소란, 현대문학상 심사평)으로 새롭고 재밌는 시를 향해 나아가는 그가, 시와 산문, 소설과 단상, 동시와 동요,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꾹꾹 눌러담아 2월 스물여덟 날을 가득 채웠다. 시인은 2월이라 하면 다른 달보다 며칠 적으니까 만만하게 보았는데, 되려 글이 더 안 끝나고 글을 더 못 놓았다 한다. 마치 내 인생 같아서 그냥 못 넘겼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족한 날들만큼 글자들로 통통하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을 품고서 되도록 넓고 크게 보며 쓴 글, 멀리서 흐름을 지켜보듯 쓴 글들이 여기 모였다. 2월만 쥐고 살다보니 절로 나쁜 것도 용서하고 못된 것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맘 들라치면 사람이든 글이든 얼른 눈앞에, 코앞에 바짝 붙여 노려봤다. 그러다보니 글이 사람을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한다. 그것이 시인 김상혁이 아는 2월이다(「2월을 조금만 사랑해주세요」).
시가 목소리라면 그것은 떨리거나 망설일 것이다. 내용 없이도 목소리는 가닿을 수 있다. 시가 목소리라면 뜻 없는 떨림과 망설임은 가치 있다(2월 7일 단상). 그러니 시인은 긴장한 얼굴을 좋아한다. 2월의 찬바람이 목덜미를 후리는 추운 날엔 달리는 사람이 많다. 몹시 쌀쌀한 출근 시간이라면 뛰는 사람은 더 많아진다. 열심히 뛰면서도 입 주변 근육을 바짝 긴장시켜 볼과 턱을 덜 흔들리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순간순간 방심하거나 뭉개지는 표정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인파 속을 달릴 때 굳이 얼굴에 힘주는 사람, 계단 뛰어오를 때 입 닫고 어쩐지 비장하게 코로만 호흡하는 사람, 배가 살살 아픈데도 어금니와 엉덩이를 앙다문 채 옛날 양반처럼 화장실 들어서는 사람을 마주치면 재밌고 좋다(「사소한 디그니티」). 그런 마음을 품고 시인은 플레이리스트를 쓴다. 나와 독자의 노래가 한 곡쯤 겹쳤으면 하는 심정으로, 어떤 문학적 변명이나 반전도 없이 ‘해보고 싶은 멍청한 짓’을 한다. 이 세상에 온전한 내 것은 없으며 물건은 낡아가고 사람은 떠나기 마련임을,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는 내 마음만은 내 것이야, 마음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의 것이야. 그리 속삭이는 노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고백하며(「한 곡이라도 겹쳤으면 해」).

나이가 들면 나도 나의 방에 갇히게 될까?
그런 상상을 하면 무섭다기보단 우습다.
그리되더라도 사진첩을 넘기면서
인과응보라며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동네엔 이유도 목적도 없는 공터가 많았다. 높낮이가 서로 다른 지대들을 엉성하게 이어주던 계단들, 괜히 엉뚱한 자리에 놓여 있던 육교들도 기억난다. 시인이 유년 시절을 보낸 응암동 공터는 그 쓸모없는 것들도 품고 있었다. “시대도 공간도 모호한 가운데”(2월 25일 시) 시인은 문득 반짝이는 물과 공원이 선사하는 세련된 행복을 폐허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빠진다(「공원과 공터」). 나와 주변 모든 것을 혐오하던 시기, 추운 날씨임에도 얇고 헐렁한 정장을 걸친 채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보다 더 지친 모습의 아버지를(2월 8일 에세이) 뒤로하고 좁고 컴컴한 할아버지 방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가 귀신같이 허연 얼굴로 브라운관 앞에 붙들렸던 적. 그는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영화에서 눈 떼지 못하는 순간에 이르러야 비로소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시선과 관심이 좀처럼 닿지 않았던 그 어두컴컴한 방구석, 간헐적으로나마 그가 독차지했던 곳처럼(「서초동 사는 잉그리드 버그만」) 저 아무 쓸모없이 비어 있는 못난 장소라면…… 실로 아무도 찾지 않는 그만의 공터가 되어줄지 모른다고 여긴다.
함박눈 쏟아지는 겨울, 어릴 적의 시인은 엄마 등에 업힌 채 생각한다. 찬바람도 폭설도 두렵지 않아, 이토록 따뜻한걸? 게다가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겨울은 끝날 테니까. 그리고 꿈의 마지막 장면은 항상 그랬다. 엄마가 파란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눈이 그치고 하늘이 갰다(2월 1일 에세이). 시인은 그런 유년의 기억들 사이에서 “두세 살이나 되었을까 볼 빨간 아이가 플랫폼에 서서/기차 안 남자에게 손을 흔들더라고. 출발하기까지 열심히 흔들더라고.” 하는 걸 보며, “만나면 죽도록 반가운…… 아빠 나이의 어른을/어린 내가 가졌다면”(「명절 기차」) 어떨지 떠올려본다. 다만 어린 내가 현재의 이곳으로 건너올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2월 1일 에세이). 그리하여 그는 분만실에서 아이의 첫울음을 들었을 때, 저 작은 생명이 그를 대체해도 좋다고 느낀다. 내용 없는 저 울음에게 생명을 내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시인은 갓 태어난 아들에게 전한다. “이제는 네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렴. 하지만 인간은 자족을 모르지, 자신을 미워하게 하는 비참한 삶도 있고. 너를 이유 없이 미워하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네가 멀리서 나를 불러도 내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목소리」)

요즘 우리집 아들은 어렸던 자기를 질투한다. 자신은 두세 살 때가 가장 깜찍했으므로 엄마 아빠가 지금의 나보다 그때의 나를 더 예뻐하는 것 같다고 한다. 사진 속 두세 살이 미치게 귀여운 건 맞다. 문제는 같이 찍힌 내가 너무나도 지쳐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진으로 올수록 나의 얼굴은 흘러간 세월만큼 활짝 편다. 나는 세월만큼 생기 있다. 아이가 가장 못난 얼굴을 지어내는 순간에도 나에게 그는 세월만큼 사랑스럽다.
―2월 8일 에세이, 「찢어진 가죽처럼 생겨도 사랑하기」부분

작가

김상혁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79년
수상
2009년 세계의문학 신인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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