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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 들라크루아, 독일 표현주의의 대가 베크만의 삽화와 함께 읽는 영원불멸의 고전!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정수이자 세계문학 불후의 명저 가운데 하나인 『파우스트』가 출간되었다. 『파우스트』는 1773년 집필을 시작해 1831년 완성한 괴테(1749~1832) 필생의 대작으로 지식과 학문에 절망한 노학자 파우스트 박사의 미망(迷妄)과 구원의 장구한 노정을 그리고 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현세의 쾌락을 쫓으며 방황하던 파우스트가 마침내 잘못을 깨닫고 천상의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괴테가 완성한 독일정신의 총체인 동시에 인간정신의 보편적 지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불후의 명저 『파우스트』를 들라크루아와 베크만의 일러스트와 함께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선보이는 『파우스트』는 그 동안 국내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번역 및 연구 성과를 집적한 완결판으로서의 의미가 크며 특히 인간의 심연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독창적인 성찰을 보여주는 들라크루아의 석판화 연작, 원전과 충실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날카로운 현대성을 표출하는 베크만의 펜 소묘 삽화가 특장이다. 프랑스 미술의 첫번째 혁명을 이끈 인물로 평가되는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는 1824~1827년 『파우스트―비극 제1부』의 석판화 연작을 구상, 제작한다. 들라크루아 이전에 그려진 『파우스트』에 대한 그림들은 대부분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들라크루아는 메피스토펠레스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승격시킨다. 또한 서로 다른 대립적 행위나 상황들을 충돌시켜 그림 안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정확한 세부 묘사나 원근법보다는 상충하는 이야기들을 대립케 하며, 중요한 개념들을 단순화해서 회화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본질적인 부분을 두드러지게 강조, 맥락을 제시하는 주변적인 것을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설명적 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비극이 전하는 인간의 심리적 심연을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둔 그림들에서는 대상들의 외적 형상과 내면이 서로 충돌하고 통합되면서 낯선 긴장감이 연출된다. 1828년 『파우스트』 프랑스어 번역판과 함께 출판된 들라크루아의 석판화 17점은 『파우스트』 삽화의 역사에서 괴테가 가장 칭찬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에는 사상의 추상성과 줄거리의 다양한 차원 때문에 이전까지 삽화가 불가능하다고 간주되었던 『파우스트―비극 제2부』에 대한 작업이 활발해지고, 그 가운데서도 베크만의 작업은 『파우스트』 삽화의 ‘혁신’으로 평가된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독일 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막스 베크만은 나치스의 탄압으로 정신적 경제적인 고난 상태가 정점에 다다랐던 1943~1944년 프랑크푸르트의 인쇄업자 게오르크 하르트만의 주문으로 『파우스트―비극 제2부』의 삽화 143점을 제작한다. 베크만은 그림마다 괴테의 텍스트와 관련된 제목들을 달아놓았는데 그 가운데 삼분의 이 이상은 『파우스트』의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이는 그의 삽화들이 괴테의 원전에 충실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베크만은 자신의 삽화를 괴테의 텍스트와 동등한 것으로 이해했으며 괴테와의 시공간적 격차를 굳이 뛰어넘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현대 화가들 가운데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파우스트』 삽화에도 자화상이 눈에 띄게 많다. 파우스트의 얼굴은 처음부터 베크만 자신을 닮았으며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제1막~제3막의 삽화들은 이렇듯 베크만의 자기 찾기 시도가 드러나 있는 그림들과 전쟁, 수난, 죽음 등 시대를 반영하는 어두운 테마의 그림들이 주를 이루고 제4막과 제5막은 종교적 신화적 모티프를 차용한 밝은 유희적 그림들이 다수다. 괴테에게는 자연이 삶의 의미를 알리는 상징이었던 반면, 베크만의 그림에서는 예술을 창조하는 주체가 전면에 등장한다. 자연에 대해 베크만이 자신을 주장하는 유일한 길을 예술의 세계였으며, 그것이야말로 삶의 현실에 압도되거나 매몰되지 않는 지평을 열어주는 것이었던 셈이다. 어려운 망명 시절 베크만은 괴테의 『파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예술 작업을 통해 의심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현실로부터의 구원을 모색한 듯하다. 괴테의 『파우스트―비극 제2부』 펜 소묘 143점의 베크만 삽화는 1970년에야 화가의 구상대로 세심하게 편집 출판되었고,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괴테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만인의 책이라 할 수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는 무엇보다도 ‘구원의 책’이라는 데 더욱 가치를 지니는바, 이를 읽고 생각하고 느낌으로써 삶의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자신도 모르게 얻기 때문이다. 또한 가혹하고도 불가해하며 모순투성이의 적나라한 삶을 눈앞에 볼 수 있으나, 우리는 그로 인해 몰락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피나도록 생(生)과의 투쟁을 벌이고 내면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