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천은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수준 있는 문제작들을 발표해 온 한국동화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배익천의 동화 작품들은 서술 대상과의 생생한 교감, 섬세한 현장감이 살아나는 문장 및 문체의 조력 덕분에 한결같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 책에는 <달무리>를 포함한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배익천은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유지하면서 수준 있는 문제작들을 발표해 온 한국 동화 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이 책에는 배익천의 작품 세계에서 백미 편에 달하는 단편들을 추려 모은 터이니, 그의 동화 또는 한국의 동화 문학이 가진 문학적 성취의 최고조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달무리>는 아기 바람과 아기 벌, 청보리밭과 능금나무밭, 할아버지와 아이 등 동화 나라의 구성원들이 수런수런 제 목소리를 내고 특별한 이야기 구조 없이도 백화난만하게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드러낸다.
<병정개미의 날개>는 동화적 정의로움과 교훈적 결말을 보여 주기 위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되, 매우 개연성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작은 꽃게의 붉은 꽃잎>은 많은 꽃게들 중에 영 클 줄 모르는 작은 꽃게는 엄마 꽃게의 병을 걱정하는데, 붉은 초롱 등 같은 동백 꽃잎을 바라보며 자기 성취의 의식을 가다듬는 결미에 이른다.
여기 실린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재론할 여지가 있는 명편 <그림자를 잃은 아이>는 사소한 비도덕적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재생한다. 비교와 대조를 활용한 감응력이 살아난다.
<왕거미와 산누에>는 연못가 숲 속에 그물을 치고 사는 왕거미와 고치를 지나 나방이 되려하는 산누에가 먹이사슬의 적대적 관계에서 순식간에 ‘알을 위해서, 새끼를 위해서’라는 혈연의 공감대 상호 소통하며 우호적 관계로 변환하는, 매우 극적인 이야기다.
<봄비 맞은 도깨비>는 부모 도깨비의 품을 벗어나 성장의 길을 가는, 작은 도깨비 ‘도비’의 입사(入社)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아파 누워 있는 아빠 도깨비는 100년을 자야 새 힘이 솟는 터인데, 한 번도 그 기간을 채운 적이 없다. 그야말로 ‘도깨비’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아빠를 위해 사탕 훔치기에 나선 도비는, 비를 맞으며 뿔이 자라고 또 도깨비불을 밝히는 성인화 의식을 경험한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 치장으로 화려하나, 그 간략한 핵심은 입사의 통과의례와 효심에의 각성이다.
<풀종다리의 노래>는 작은 생물들, 그리고 자연의 세계가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그들이 스스로 확장하는 유기적 상관성 또는 그 적합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영이와 네로>는 개 두 마리의 이야기로, 환경적 차별성으로 구분이 공여하는 열패감과 그 허실을 예리하게 적출한 작품이다.
<멧돼지 푸우>는 사람들의 손에 어미를 잃은 멧돼지의 충격적 반응 양상을 손에 잡힐 듯이 세미하게 드러내 보이고, 그 멧돼지 푸우가 어떻게 정서적 안정과 개선의 길을 찾아가는가를 다룬 작품이다.
<할머니와 돌 장승>은 사람과 무생물 사이에까지 확산된 서로의 신뢰와 그 실천적 방식을, 사뭇 재미있는 이야기 유형으로 꾸민 작품이다.
<꽃그늘>은 벚나무 꽃그늘 아래에서 기타와 노래로 적선을 구하는 아저씨·아주머니·소녀 가족을, 귀국 독주회를 준비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동구’ 할아버지가 거리 음악으로 돕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냉이꽃의 추억>은 시골 소년과 왼쪽 다리를 저는 소녀의 애틋하고 풋풋한 심정적 교류를, 이제 청년이 된 소년의 추억으로 되새기는 작품이다.
<감자밥>는 눈물의 스승과 제자, 그 감동적 얼개가 돋보인다. 음식 투정을 하던 경미는, 고등학교 체육 교사를 지낸 할아버지로부터 30년 전 술지게미를 먹고 학교로 와야 했던 가난한 학생을 돌본 옛일을 듣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학생의 이름이 반상수, 경미의 아버지였다.
배익천의 동화 작품들은, 한결같이 재미와 감동의 두 미덕 갖추고 뛰어난 묘미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읽는 이에게 깨달음이 되고 가르침이 되게 한다. 그 배면에서 서술 대상과의 생생한 교감, 섬세한 현장감이 살아나는 문장 및 문체의 조력이 있다는 점에서 특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