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후쿠 사유리 외 1명
슈가 노블
TL
3.7(19)
오랜만에 방문하는 리오의 방은 6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어른이 되었을 때를 고려해서 만든 방이라 어린 리오에게는 많이 성숙한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의 리오가 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차분한 인상을 주는 다크브라운색 벽지, 부드럽게 밟히는 와인레드색 카펫, 두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 꽂혀 있는 커다란 책장도, 자주 뒹굴뒹굴했던 커다란 침대와 소파도 그대로였다.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테이블 위……. 아기자기한 포장지와 리본으로
소장 3,500원
2.9(8)
밤 10시 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카페 바를 나오니 선생님이 여느 때처럼 같은 말을 건넸다. “그럼, 돌아갈까. 바래다줄게.” “앗…….” 역시 내 가슴과 스킨십으로는 선생님을 조금도 자극하지 못했나 봐! 애당초 거의 보여 주지도 못했고……! ―노출과 스킨십으로 안 된다면, 슬슬 돌아가자는 말이 나왔을 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 봐. 틀림없이 그런 분위기가 될 테니까. 이렇게 된 이상, 루리 언니에게 배운 마법의 주문을 쓸 수밖에 없겠
나츠 외 1명
3.0(2)
“그대가 패트리시아 왕녀인가.” 국왕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말을 걸자 패트리시아는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직접 말을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내심 몹시 동요했다. 필립 왕은 깊숙이 머리를 숙인 패트리시아 앞까지 다가오더니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을 테지. 이번 전쟁은 참으로 유감이구나. 라돌프 황자가 살아 있었더라면 화해의 길도 남아 있었을 테지만…… 부디 그레이엄 왕을 원망하지 말아 다오.” “물론입니다
니시노 하나 외 1명
3.3(7)
그날 밤, 마리엘이 목욕을 끝낸 뒤 욕실에서 나와 보니 꽃향기를 뿌린 자리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들 알고 있나 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마리엘의 시중을 들어 주던 시녀는 입이 무겁고 착실한 인상을 가진 아가씨였다. 나이는 마리엘보다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밤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리엘의 시중을 들어 주었다. 그것이 어쩐지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럴 때 어떤
하시마 나노하 외 1명
3.9(9)
방에서 옷을 벗고 하는 사이에 욕조에 물을 다 받았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설마 레이치와 느닷없이 이런 관계가 될 줄은 몰랐기에 평소 입는 속옷밖에 없다. “이제 와서 허둥대도 어쩔 수 없어. 최대한 예쁜 속옷을 골라야지.” 각오는 되어 있다. 유메카는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거실에서 기다리던 레이치는 유메카가 오자마자 손을 잡고 욕실 앞 세면실에 데려갔다.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기색이었다. 레이치는 안경을 벗어 도기 쟁반에 내려놓았다
쿠루 히나타 외 1명
4.0(9)
“구, 구두……. 구두를 잃어버렸어요!” 마른 우물에서 이동하기 직전, 순간적으로 상의 주머니에 넣었던 작은 구두가 두 짝 다 사라졌다. 어쩌면 넘어졌을 때 주머니에서 떨어진 걸지도 몰랐다. 펄이 당황하자 멀리 머리 위에서 크흠 하는 헛기침이 하나 내려왔다. “잃어버린 구두라면―― 혹시 이걸 말하나?” “네? ――앗.” 새카만 망토 앞을 벌리고 불쑥 나온 것은 남자의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백은색 털로 덮인 긴 다리였다. 심지어 그건 어딜 어떻게
마야마 키요하 외 1명
3.4(10)
하객들은 아직 연회의 열기에 취해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던 발레리오 곁으로 엘리세오가 다가와 귀띔했다. “형님, 뒷일은 제게 맡기세요. 경비도 문제없습니다.” “그래, 고맙다.” “아무리 사랑이 없는 정략결혼이라도 한밤중까지 신부를 버려두는 건 안 좋죠. 의심받을지도 모릅니다.” 동생의 농담에 쓴웃음을 지은 발레리오는 신부에게 향했다. 5년간 이날을 위해 준비했다. 황녀와의 결혼은 발레리오에게도 큰 도박이었다―― 아무리 연적을 줄여 나가도 뮤리
아오이 치즈 외 1명
3.9(10)
“츠카사 씨. 오늘…… 제가 입은 속옷은…… 세, 섹시 속옷이에요.” 그가 내 바로 뒤에 서 있는 탓에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츠카사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였지만 여전히 손가락을 내 목 뒤에 가만히 놓아두고 있었다. 전신이 수치심으로 굳어졌지만 그의 손가락에서 전해지는 열에 이끌리듯 말을 이어 나갔다. “저기, 츠카사 씨를 유혹……하고 싶어서, 오늘 밤은 이런 차림을 한 거예요.” “……카오루코는 바보야?” 으윽, 또 혼났다. 창피해서
히이라기 아마루 외 1명
3.9(17)
오늘은 계속 함께 있으며 서로 많은 얘기를 했다. 레이가 얼마나 자신을 좋아하는지 듣게 되어서 치세의 가슴은 지금도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계속 짝사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레이…….” 그의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자 곧 시선이 겹치고 레이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치세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닿아 오자 온몸에 희열이 번졌다. 재촉하는 레이의 몸짓에 치세는 살며시 입술을 벌렸다. 부드럽고 축축
휴가 유키 외 1명
3.0(4)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없다고?” “네. 아내의 의무는 여럿 있지만 첫날밤을 치루는 것은 그야말로 중요합니다. 병으로 앓아누운 것도 아닌데 이를 행하지 못하다니 언어도단이에요.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수녀가 되라고 하시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혼자 자라는 말을 혼신을 다해 거부했다. 이유는 말한 그대로. 배려는 고맙지만 이 결혼은 양가의 합의하에 성립된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오래된 양갓집의 관습상 그레이스가 침상을 확인하러 올 테다.
4.0(24)
잔잔한 수면이 햇빛을 반사하며 눈부실 만큼 빛났다. 나도 그의 시선을 좇아 바다 건너편에 빌딩숲을 배경으로 떠 있는 화물선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내가 옆에 있을 때라니…… 또 이렇게 만나 줄 건가요?’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준다면, 안경 뒤에 숨어 있는 눈동자에 나를 비춰 준다면 좀 더 말하기 쉬울 텐데. “하다노 선생님…….” “도쿄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대단히 아름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