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고전 오즈 시리즈, 초판본의 모습 그대로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부활하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는 1900년 첫 책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출간된 이후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독자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은 판타지 고전이다. 이 시리즈는 본래 평생 어린이를 사랑하고 아껴 온 바움이 어린이를 위해 쓴 이야기임은 틀림없으나, 어린이를 위해 썼다는 점만 지나치게 강조돼 120년 동안 변치 않는 생명력을 이어 온 고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어린이는 물론 고전의 가치를 아는 성인 독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오즈 시리즈 원전의 품격을 살려 새롭게 선보인다.
오즈마 공주? 공주, 그 이상의 오즈마!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오즈 시리즈는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도서로서, 어린이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축약해서 번역했거나 흥미로운 부분 중심으로 발췌해 번역한 것이 많다.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한 책도 있으나, 이마저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의역을 많이 했거나, 어린이들에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번역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오즈 시리즈는 원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초판본의 표현들을 가감 없이 충실하게 번역했다.
제목부터 다르다. 원제는 ‘Ozma of Oz’로 다른 책에서는 ‘오즈의 오즈마 공주’로 번역됐지만, 강석주 역자는 원제에 없는 것을 임의로 덧붙이지 않고 ‘오즈의 오즈마’로 정확하게 번역해 간결함을 살린 원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따랐다.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소년, 소녀 특히 도로시들에게 책을 바친 바움의 헌사까지 변경 없이 그대로 실었다.
존 R. 닐의 초판본 컬러 삽화 64점, 흑백 삽화 44점, 총 108점 완전 수록
첫 책《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삽화가 윌리엄 W. 덴슬로와 결별한 L. 프랭크 바움은 2권 《경이로운 나라 오즈》부터 오즈 시리즈의 모든 삽화를 존 R. 닐에게 맡긴다. 닐은 점점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구축해, 3권 《오즈의 오즈마》에 이르러서는 덴슬로와 완전히 차별화된 작품을 선보인다.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서 덴슬로가 그린 도로시는 긴 갈색 머리를 땋아 내린 대여섯 살가량의 통통한 소녀였다. 《오즈의 오즈마》에 도로시가 다시 돌아오자, 닐은 이 소녀를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그리기로 결정했다. 《오즈의 오즈마》에서 도로시는 약 열 살 정도로, 현대 미국 패션의 옷을 입은 세련된 단발머리의 금발 소녀다. 책 속 다른 여성 캐릭터도 비슷한 방식으로 현대화되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은 닐의 그림을 서명까지 변형 없이 그대로 실었다. 어린이 독자를 위해 흑백 삽화에 임의로 덧칠을 하는 등 원화를 훼손한 여타의 책과는 크게 대비된다. 표지 안쪽 그림도 초판본을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다시 돌아온 도로시, 그리고 현대의 AI 로봇을 연상시키는 틱톡부터 날마다 머리를 바꾸는 랭귀데어 공주까지 시대를 초월한 캐릭터들의 향연
캔자스로 돌아간 도로시는 헨리 아저씨와 호주로 배를 타고 여행을 가던 중 거센 풍랑을 만난다. 오즈의 나라에서 모험을 하고 온 덕에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닭장에 올라타 위기를 모면한 도로시는 때마침 닭장에 있던 노란 암탉 빌리나와 함께 낯선 땅에 도착한다. 오즈의 나라에 이웃한 또 다른 요정 나라, 이브의 왕국이다. 이곳에 닿자마자 도로시는 손발에 바퀴가 달린 바퀴 인간의 위협에 직면하지만 새로 만난 친구, 기계 인간 틱톡과 함께 용기 있게 위기를 극복하고 이브의 왕궁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사라져 버린 왕족 대신 이 나라를 맡은 랭귀데어 공주가 살고 있다. 도로시는 매일매일 새 머리로 바꾸는 랭귀데어 공주에게 머리를 잃을 뻔하지만, 전화위복으로 오즈의 나라에서부터 오즈마가 이끌고 온 오랜 친구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와 다시 만나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제 일행은 이브의 나라의 전 왕인 이볼도 왕이 놈족의 왕에게 팔아 버린 이브의 왕비와 다섯 공주, 다섯 왕자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저마다의 특별함을 가진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단연 오즈 시리즈의 자랑이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외에도 새롭게 등장한 독특한 캐릭터들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계 인간 틱톡은 현대의 AI 로봇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 100년도 더 전에 시계처럼 태엽을 감아 목소리와 생각, 그리고 행동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상상을 한 것은 현대 미국의 첨단 기술 발달이 단순히 과학 분야의 발전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