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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상세페이지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시의적절 28

  • 관심 0
난다 출판
소장
종이책 정가
17,000원
전자책 정가
30%↓
11,900원
판매가
11,900원
출간 정보
  • 2026.04.08 전자책 출간
  • 2026.04.01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4.6만 자
  • 39.7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24065426
UCI
-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작품 정보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네번째 이야기!

시인 김언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4월의, 4월에 의한, 4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비는 언젠가 온다. 반드시 온다.
눈이 오듯이 비가 오고,
비가 오듯이 또 무언가의 죽음이 온다.
기다리는 것도 기다리지 않는 것도 아닌 비.
비가 온다. 때가 되면 온다.

2026년의 네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4월의 책은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언의 네번째 산문집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이다. “말의 기획자이자 사유의 주재자”(조재룡)로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시와 남은 말들, 산문과 노트 등으로 4월 한 달을 엮어냈다. 언젠가부터 3월과 5월 사이에 낀 4월. 봄이 봄 같지 않게 왔다가 봄 같지 않게 가버리는 것을 적이 아쉬워하면서도 도리없이 받아들인 지가 제법 되었다. 무겁게 말하자니 한없이 무거울 것 같아서, 가볍게 말하자니 또 가볍게 말해질 수 없는 것이라서, 많은 말을 품었다가도 도로 삼키는 달. 겨울과 여름이 예전보다 길어졌고 그사이에 끼어서 옹색해진 봄을 온전히 떠맡고 있는 4월은 이상하게 쾌청하지가 않다(작가의 말). “비가 왔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물빛에 얼굴이 넘치고 있다. 기쁨은 아니었다. 환희도 아니었다.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절망은 이미 물러갔고 증오는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전쟁 이야기. 전쟁은 끝났다. 평화도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비가 왔다」) 그러므로 4월에는 평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인사말이지만 그보다 더 나은 말도 없으니, 역시나 평안을 바라는 인사. 밤사이 평안하기를.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번 너를 보낸다. 밤을 보내고 너를 보낸다. 완전히 보내고 나서야 평안해지겠지. 완전히 이별하고 나서야 평안해진다면, 그 순간은 내가 없어지는 순간 말고는 없겠지. 세상 모든 것과 이별하는 순간 말고는 없는 거겠지(「오늘 아침」).
4월 하면 같이 떠오르는 일들이 많다. 날짜만 떠올려도 고구마 줄기같이 따라올라오는 역사가 많다. 같이 떠오르는 것은 숱한 목숨이다. 아깝게 스러져간 타인의 목숨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래서, 실패를 뻔히 알면서도 타인의 상처를 껴안고자 하는 글쓰기가 달리 보인다. 도중에 실패하면서 남겨놓은 온갖 잔해물로서의 글쓰기가 너저분하기는커녕 경이로워 보인다. 너저분하더라도 이보다 귀하게 너저분한 것이 또 있을까 싶게 누군가의 문학이 있고 시가 있고 숭고한 도전이 있었다. 시인은 그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무거운 건 가볍게, 가벼운 건 무거운 듯이 들어야 해요」). 흘러갔거나 소실된 것처럼 보이는 밤의 장면은, 흘러가고 없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떠오른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것은 영영 잊힌 가운데 이미 와서 있다. 여기 있지 않으면 다른 어디에도 없을 것처럼 이미 와서 있다. 더듬듯이 말하고 잊힌 대로 계속 말하는 가운데 그것은 있다. 이미 여기 와서 있다. 충분히 있다. 충만하고 결핍된 것이 어울리지 않게 아주 멋지게 와서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거듭 내뱉는다. “그것을 말하라.”(4월 21일 노트)

누군가는 누군가를 잠재적으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상태로 헤어진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시인에게 삶은 붙잡는 힘이고 시는 되놓는 힘이다. 되놓는 힘은 붙잡는 힘에 비례해서 나온다. 정확히 반작용으로 튀어오른다. 시가 도약하는 지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그곳은 무언가를 붙잡았다가 놓은 흔적이다. 오로지 놓는 힘으로 붙잡은 힘을 말소시키면서 재탄생하는 공간. 그곳이 시의 공간이다(「단어가 말했다」). “아마도 무한정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슬픔을 대신하는 말이 들어갈 수 있다.”(17일 시) 시인은 묻는다. 새벽에는 왜 도시가 공원처럼 잠잠해지는가. 공원보다 오히려 더 조용해지는가. 도시의 탁한 물길은 눅눅한 밤공기를 따라 흐르는 방랑하는 영혼을 잔잔히 위로한다. “그 새벽의 전혀 다른 도시를 보여줄 것.” 거의 다짐처럼 들리는 이 목소리는 두번째 시집의 어느 귀퉁이에서 튀어나온 말이고 새벽을 걷다가 문득 건져올린 말이다(22일 시와 남은 말들).
그렇다면 시간이라고 별수가 있겠는가. 전진하는 시간을 전진하는 것. 순행하는 시간을 순행하는 것. 그것이 구름이라면 구름은 장소이면서 또한 시간이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 도무지 뒤를 모르는 시간. 뒤를 향하는 것은 기껏해야 인간의 기억이거나 기록. 역사이거나 상상. 역사가 상상이라면 현재는 환상이다. 매 순간 지나치는 현재를 환상이 아니면 붙잡아둘 방도가 없다. 현재는 달아나면서 겨우 환상이라는 위안거리를 남겨둔다(「하늘」). 혹은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시간만 계속 가고 있는 풍경을.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고민할 것도 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봉착해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것도 소용이 없도록 무화시키는 시간(12일 시와 남은 말들). 그 시간선 위에서 시인은 묻는다. 가물가물하다못해 사라진 것과 진배없는 고향이, 시간을 거스르듯이 온 길을 되밟아 간다 한들 종착지로서 남아 있을 수 있을까?(9일 시와 남은 말들) “때가 되면 오는 비. 그 비를 예상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와중에도/비는 온다. 때가 되면 온다. 영영 아니 올 듯이 시간이 간다.”(「오후 8시경에 비」).

다 울고 나면 울지 않는 사람만 남는다.
여기가 어디라는 것도 그때서야 분명히 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책상 앞에 앉은 사람은
책상 앞에서 골목으로 사라진 사람은
골목 뒤에서 대로변에 나온 사람은
대로변에 서서 그 자리에 있다.
잠깐 잠이 든 것처럼 멍하니 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서 있다가 지나갔다.
그를 두고 갔다.
_4월 15일 「울음」 부분

작가

김언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73년
데뷔
1998년 시와 사상
수상
2009년 제9회 미당문학상
2007년 제19회 봉생 청년문학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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