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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을 썼다. 그는 <동물농장>, <1984> 처럼 스탈린주의를 비롯한 모든 전체주의를 반대한 정치 풍자 소설로 유명하다. 오웰은 냉전 시대에 소련을 반대한 반공 작가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사회주의자로서 압제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를 자처했다. 하층민, 탄광 노동자들과 실제로 더불어 살며 느낀 인간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르포를 남겼다. 또,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목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탁상공론만 일삼지 않고 실천가로서 면모도 갖춘 작가이자 사회주의자였다. 이 책은 오웰이 작가로서 처음 발표한 작품으로 르포르타주에 속한다. 원래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한다면 "상류 중산층 중에 하급"에 속한다. 좀 복잡한데 교양은 있으나(그는 명문 이튼 스쿨을 졸업했다) 경제적 수입은 가까스로 서민을 모면하는 정도로 보면 되겠다. 여튼 노숙자나 하층민이라고 할 수 없는 그가 왜 빈민들과 같이 지냈을까? 그는 이튼 스쿨을 졸업하고 미얀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오 년간 근무했다. 그 경험으로 자신이 압제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난 죄책감을 가졌다. 그는 번민 끝에 모든 피압제자는 옳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모든 형태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스스로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그들 중 하나가 되어 그들 편에서 압제에 저항하려고 했다. 그래서 밑바닥 노동계급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같이 생활한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자 바로 실행해 버리는, 오웰의 실천가로서 면모가 드러난다. 그는 나중에 종군기자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인민전선 병사의 맑은 눈빛에 감동해 즉석에서 입대하기도 했다. 여튼 이 책은 오웰의 파리 생활부터 시작한다. 그는 영어를 가르치며 약간의 수입을 얻다가 수강생이 끊기자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그는 러시아 퇴역 장교 출신 웨이터인 보리스와 단짝을 이룬다. 오웰은 보리스와 함께 일자리를 찾으며 굶주림을 견디던 시간을 인간미 넘치게 썼다. 보리스 덕택에 취직할 수 있었던 w호텔과 러시아 음식점에서 접시닦이를 한 경험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오웰은 자신의 밑바닥 생활을 유쾌한 기분이 들 정도로 경쾌하게 그려낸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리스와 오웰은 둘이 합쳐 빵 한 조각을 겨우 사더라도 나누어 먹었다. 보리스가 먼저 호텔에 취직하자 음식을 훔쳐 나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수 킬로미터를 걸어와 오웰과 나눠 먹는 장면도 나온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친구와 더불어 나누는 모습이란 얼마나 정다운가? 그런데 이는 또한 오웰이 태생부터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관찰하기 때문이다. 몸은 더없이 밀착해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정신은 칼같이 날카롭게 서 있다. 책에는 냄새가 지독하게 나쁘다는 말이 수없이 나온다. 나중에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게 우리가 듣고 자란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넘을 수 없는 장벽과 마주친다.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살인자나 남색자에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 냄새가 지독한(상습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에겐 호감을 가질 수가 없다.] 중상류층으로 자란 오웰이, 아무리 하층민의 입장에 서서 그들 중 하나가 되려 해도 이것만은 극복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면 오웰은 그 차이를 깨닫고 가난한 이들의 옆에 서는 일을 포기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식인 사회주의 혁명가가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는 '프롤레타리아'의 신화를 고발했다.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긍정하며 계급 철폐가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살펴 보기를 촉구했다. 혁명이 일어난다고 곧바로 계급 차이가 없어지는게 아니다. 오웰은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않은, 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시했다. 프랑스 생활을 뒤로하고 오웰은 런던으로 갔다. 런던의 빈민들은 파리와 상황이 달랐다. 오웰은 부랑자 구호소를 전전하게 된다. 그가 따라지로 살던 때는 마침 대공황 시절이었다. 일자리는 없고 실업자는 넘쳐났다. 영국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구호소를 만들어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지만 그 처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남루했다. 게다가 말이 구호소지 감옥과 같은 규율을 따라야 했다. 하루 이상 머물지 못하고 계속 떠돌게 만드는 제도 덕에 실업자들은 자존감을 잃고 짐승처럼 변해갔다. 책 곳곳에서 오웰은 빈민과 부랑자가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서 비참한 상태로 전락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다. "돈이 사람을 노동에서 해방시켜주듯, 가난도 보편타당한 행동기준에서 그들을 해방시켜주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은 언뜻 보면 도덕과 윤리가 거의 없이 사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넉넉한 부자보다 타인을 환대한다. 가진 게 별로 없어 그렇지 그들은 대접받은 만큼 꼭 갚으며, 아무리 배고파도 친구와 음식을 나눈다. 거리에서 주운 꽁초로 담배를 피는데 이마저도 서로 나누어 핀다. 오웰의 세심한 관찰은 그들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이들이 순박하게 보여도 사람은 다 같다. 이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더욱 나누는 일에 열심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며칠 지나지 않아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것이다. 에밀 졸라는 <목로주점>에서 빈민가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차갑고 건조하게 묘사한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이들의 모습을 해석하면 오웰이 보여준 정도 찾을 수 있다. 가난한 이들은 중산층과 다른 본성을 가진 별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서 있는 장소와 경제적 능력이 다를 뿐이다. "가난이 지닌 커다란 장점, 즉 가난은 미래를 말살해버린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당장 오늘 먹을 저녁이 없이 며칠째 굶고 있다면 미래가 떠오르기나 할까? 어떻게 하면 굶주림을 면할 음식을 구할까 하는 생각만 가득하지 않을까? 미래를 위해 저축할 아무 것도 없고, 배움도 없는데 어찌 미래를 대비하라 훈계할 수 있을까? 이들의 "인간성을 파괴한 것은 타고난 악덕이 아니라 바로 영양실조"다. 오웰은 이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계급 철폐가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임을 깨달았다. 그는 지식인 사회주의자들이 벌이는 탁상공론과 '역사의 법칙'을 운운하는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진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인간의 품위를 되찾는 사회주의 운동을 벌이고자 했다. 실제로 겪은 오랜 체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주장은 지금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나 역시 학생운동을 할 때, 역사의 법칙은 우리를 승리로 이끈다, 노동자들의 강철 같은 규율과 계급의식을 본받아라,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나중엔 나도 후배들에게 했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무 것도 모른채, 머리속 상상에서만 운동을 한 셈이다. 현실을 바꾸고자 했지만 그 현실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오웰은 "감상주의자의 견해란 현실과 맞닥뜨리자마자 정반대의 것으로 돌변해버린"다고도 했다. 내가 그럴뻔 했다. 진짜 현실과 마주쳤을 때 감당하기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고 믿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로서 오웰의 주요 저작을 대부분 읽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그의 저술 중에서 상위라 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의 출발점이 어땠는지를 알았다. 또, 나중에 쓴 글들에 대한 이해가 쉬워졌다. 무심코 지나쳤던 내용이 무척 의미 있는 부분임을 나중에 알게 되기도 했다. 오웰은 여러 글을 썼지만 자신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정리한 글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의 능력이 못 미쳐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에 하나의 이론으로 정리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나 <카탈로니아 찬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같은 르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려 했지 싶다. 실천하는 지식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 오웰의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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