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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 상세페이지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

문학동네시인선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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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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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판매가
8,400원
출간 정보
  • 2026.05.15 전자책 출간
  • 2026.04.20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7만 자
  • 38.9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16892
UCI
-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

작품 정보

*이 콘텐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이원하 두번째 시집

“나를 이해시킬 용기는 있나요?
그 용기와 인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북(北)이라는 당신,
‘너와 나’처럼 한 칸 띄어쓰기 된 사이들

문학동네시인선의 249번째 시집으로 이원하 시인의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를 펴낸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인 만큼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에서는 그의 시세계에 일어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첫 시집이 따뜻한 ‘제주’에서의 삶과 사랑을 노래했다면, 두번째 시집은 시적 공간과 삶의 터전을 ‘파주’로 성큼 옮겨와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에서는 실향민인 할아버지의 유서와도 같았던 독립 출판물을 마주한 것으로 시작된 시쓰기가, 그리움이라는 범상한 마음을 넘어 ‘현재라는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이원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발랄하고 독특한 서정성을 기다렸던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낯설고도 놀라운 변화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는 매력적인 시를 써낸다는 점에서, “머리에서 나온 시보다 가슴에서 나온 시를”(‘사전 인터뷰’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원하만의 단단한 코어와 시적 태도는 여일하다.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는 남과 북의 경계와 그 위치성에 주목한다. 접경 지역인 ‘파주’를 시(詩)의 몸으로 삼아 화자의 정체성과 연결하려는 시편들은 최근의 한국문학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도발적 시도다. 무엇보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그 후세대로서 바라보는 분단 문제의 결합은, 시인 특유의 서정성-시적 에너지와 공명하며 다시 한번 시의 외연과 인식을 넓히는 참신한 장(場)이 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가 한국 시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는 오직 이원하만이 선보일 수 있는 “분단시의 서정적 전유”(김보경 해설)를 통해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과 그 도약이 통일(統一)되는 한 권의 장소가 될 것이다.

세상이 나를 오려내려 한다

기분이다
나도
마흔 편의 시를 버린다
_「세상이 나를 오려내려 한다」 부분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는 총 4부 구성으로, 각 부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결기가 느껴진다. 먼저 1부 ‘한발’에서는 이원하의 서정성과 이번 시집이 내포하는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주변에 분진 날리는데/ 누가 계량한 분진인지/ 버스가/ 나를 못 보고 지나친다// 손바닥에 선명해진 바큇자국”(「나를 열어보고 싶은데 창문이 열리지 않습니다」)이라는 시구에서 서늘하게 드러나는 경계(境界)와 화자에게만 보이는 분명한 선(線)의 모습은, 이번 시집이 그 아슬아슬한 선을 바라보고 넘나들 것을 예견하게 한다.
2부 ‘두발’부터 본격적으로 분단 모티프가 모습을 드러낸다. “당신 편지에 적힌 소원을 이뤄주려/ 기록을 읽어내려”(「바닥을 치면/땅이 입을 벌려요」)간다는 화자의 태도와 의지는 목도하는 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된다. “저곳이/ 그때 그곳이 맞”는지 홀로 되묻고 “당신은 왜 이곳을 그리워하”(같은 시)느냐 묻는 화자는 현실의 풍경 앞에 점차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화자는 계속해서 좌절할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 “곁눈질로 움켜쥐고 단념하지 말아야/ 하나쯤 되는”(「몸은 몸뿐인데 벽은 벽뿐이고」) 거라며 목격하고 또 기록하고자 다짐한 이 문제를 자꾸만 붙들고 경계 위에 발을 붙인다.

우리의 화해가 더디다고 생각되는데
개화 기간이 길수록
향이 진해진다고 믿습니다

이팝나무에 가득한
군모,
나 파주까지 왔습니다
_「한 칸 띄어쓰기 된 사이도 있습니다」 부분

3부 ‘고발’은 시집에서 가장 고조된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이별시’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시편들을 모았다. ‘만날 수 없는 사람’과 ‘갈 수 없는 곳’이 혼융되는 지점은 이원하의 이번 시집을 읽는 또하나의 열쇠이기도 하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결혼을 거행하는 남녀의 애달픈 가정사를 “괴로운 나무” “괴로운 새떼”(「괴로운 나무들이 한 대씩 태웁니다」)에 비유하거나, “눈물이 빽빽해집니다// 삼십 년째 수도꼭지가 놓아주지 않는/ 물줄기입니다”(「미소가 덧칠될수록 얼굴은 일그러집니다」)라는 시구에서 엿볼 수 있듯 이 부에서는 이원하만의 애틋한 서정을 자유로이 펼치며 이별을 노래한다.
4부 ‘세발’은 분단 현실의 구체적 면면을 시에 가져와 펼쳐 보인다. “내 뿌리인지도 모르면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뭘까”(「 우리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그쪽에 없나요」) 곱씹고,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돕고자 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이제 과거에 붙잡혀 있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여린 선언과도 같다. “피고 지는 연을/ 언제쯤 바라볼 것”(「혈연/자연/향연/다들 좋아하지 않나요」)인지, 결국 이 모든 것은 “한마디면 되지 않”(「부화하지 않고/않을 한마디」)겠는지 묻는 그의 애절한 질문은 외면이란 단어조차 과분한 적극적 무지의 상태인 분단 현실을 뼈아프게 상기시킬 것이다.

오봉산에 묘뿐인 것을 이해할 만큼
포기가 많아질 줄
파주에 발 담글 줄
알지 못했고
한때나마 꿈꾸었다는 사실이
무섭겠나요 자랑스럽겠나요

해답을 감추는
숭늉 같은 당신을
떠다 마시며 유추해봅니다
_「또 말고 떠」 부분

이원하의 시는 ‘문학(시)과 정치’라는 의제를 둘러싸고 이루어졌던 한국문학사의 오래된 논의를 다시 소환하며, 시를 통한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을 묻고 있다. 그의 시는 직접적으로 통일을 명시하지도, 특정 이념을 옹호하려는 목적하에 시라는 형식에 대한 고민을 방기하지도 않는다. 독특한 점은 앞서 언급한바 전통적인 형식으로서의 서정시의 형식을 취하거나 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_김보경, ‘해설’에서

평론가 김보경이 해설에서 밝혔듯, 이원하의 분단시가 ‘후세대 증언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는 사실은 이번 시집에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한다. 전쟁이나 탈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통해 분단의 트라우마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시인은 후세대로서 시를 통해 북한의 참상이나 탈북민의 현실을 대리해 증언하고자 한다. 물론 후세대 증언자로서의 위치성은 이중적이다. 이원하의 시 곳곳에서 시적 화자는 간접적인 경험의 주체라는 자기 위치를 인지한다. 전쟁이나 이산, 탈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당사자는 아니지만, 앞선 세대의 증언을 통해 이를 추체험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외부자도 아니기 때문이다.(‘해설’에서) 남과 북, 당사자와 외부자, ‘너’와 ‘나’라는 경계에서 이원하는 양쪽 모두를 지켜보는 파수꾼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렇게 서정과 참여를 오가며,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이 시대의 회복과 평화를 시로 꿈꾼다. 눈을 감고픈 현실과 눈을 감아야 보이는 당신.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더욱 짙고도 너른 사랑을 노래하는 이원하의 순정에 다시 한번 흠뻑 매료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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