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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현재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현장감독의 힐끗한 시선을 해고의 신호로 오해한 그는 스스로 일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선다. 이후 그는 도시를 배회하며 극장과 거리, 낯선 공간들을 떠돌다가 한 매표원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별다른 이유 없이 그녀를 살해한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국경 마을로 도망친 그는 그곳에서도 별다른 동요 없이 일상을 이어가며, 마지막에는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골키퍼의 긴장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맥락도 없고 확실하게 정해진 기준도 없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쉽게 방향을 잃을 수 있을까. 페터 한트케는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이 가진 불안과 공포를 페널티킥 상황에서 상대편과 일대일로 마주한 골키퍼의 심정으로 비유한다. 제목만으로도 긴장감과 불안함이 어느 정도일지 확 다가오는 제목인듯. 주인공 블로흐는 현장감독의 힐끗한 시선을 해고의 신호로 받아들일 만큼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어긋나 있는 인물이다. 이미 세계와의 연결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눈에 보이는 장면들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그는 그것들을 이해하기보다 피하려 애쓴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불안’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아노미상태’처럼 그려진다는 점이다. 관계도, 규범도, 의미도 흐릿해진 자리에서 불안만이 남는다. 그 불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 상태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더욱 섬뜩하다. 어떤 감정의 폭발이라기보다, 원인도 이유도 없이 의미와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후에도 거의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죄책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무너져 있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블로흐가 축구 경기를 보며 골키퍼의 긴장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의 상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골키퍼는 공이 어디로 올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반응해야 하는 존재다. 다만 스포츠의 긴장은 규칙과 결과라는 틀 안에 머무른다. 반면 블로흐가 놓인 현실은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그 불안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하나의 결말로 정리되지 못한 채 계속 이어진다. 이 소설은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주기보다, 설명되지 않는 상태 속에 독자를 남겨둔다. 블로흐는 특별한 괴물이라기보다 세계와의 연결이 끊어진 인간의 한 예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세상이 적응하며 살아가기 점점 버겁다고 느끼는 누구라도 블로흐가 될 수도 있다는 작가의 경고가 아닐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질서와 의미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 위태로운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________ 화창한 10월 어느 날이었다. 블로흐는 노점 판매대에서 따끈한 소시지를 시켜 먹은 후 그 사이를 지나 극장 쪽으로 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를 불안하게 했다. 되도록 많은 걸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극장 안으로 들어와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 페터 한트케, 윤용호 저 #페널티킥앞에선골키퍼의불안 #페터한트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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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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