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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희곡집. 전에 읽어보지못했던 작품들이 꽤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생계를 위해 꾸준히 글을 써야했던 작가이기에 소설을 비롯해서 상당한 수의 희곡을 쓰기도 했고, 그 내용 또한 반전이나 막장드라마 풍이어서 흥미진진했다. <갈매기>나 <세 자매>, <바냐 아저씨>의 경우처럼 심각하고 가슴 쓰린 작품도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읽어본 <곰>, <싫든 좋은 비극배우>, <청혼> 같은 것들은 폭소를 불러일으킨다. 빚 받으러 왔다가 사랑에 빠지고, 청혼하러 와서 땅 문제와 개 자랑으로 싸우고, 세상 모든 심부름에 지쳐 자기 삶을 비극이라 외치는 배우 이야기라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우습고도 짠한지를 체호프는 기막히게 포착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웃긴 작품들조차 끝내는 묘한 쓸쓸함을 남긴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면서도 현실에 붙들려 살아간다. 체호프의 인물들은 거창한 영웅이 아니다. 다들 조금씩 지치고 실패하고 어긋난 평범한 인간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마치 오래된 극장 무대 위에서 조명이 꺼진 뒤에도 인물들의 한숨과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어느 하나 버리기 아까운 보물창고 같았다. 책에 수록된 작품 목차는 다음과 같다.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 곰 청혼 싫든 좋든 비극배우 고니의 노래 결혼 피로연 ________ 소냐: 바냐 아저씨, 우린 살아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들을 끝까지 살아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 주는 시련을 꾹 참아 나가는 거예요. 우리, 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해요. 앞으로도, 늙어서도. 그러다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우리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요. 그리고 무덤 너머 저세상으로 가서 말하기로 해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울었고 슬퍼했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실 테죠. 아,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아저씨, 우리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될 거예요.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겪었던 우리의 슬픔을 돌아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우린 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믿어요,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얹고는 지친 목소리로) 그곳에서 우린 쉴 수 있어요. 갈매기/세 자매/바냐 아저씨/벚꽃 동산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동완 저 #갈매기_세자매_바냐아저씨_벚꽃동산 #안톤파블로비치체호프 #희곡선 #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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