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수집가 곽재식의 K-크리처 판타지
기상천외한 토종 괴물들을 소환하다!
◎ 도서 소개
드넓은 상상의 바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괴물 이야기
『크리처스』는 오랫동안 우리 전통 설화와 민담, 문헌 기록 속 토종 괴물들을 집요하게 채집해 온 괴물 박사(?) 곽재식의 야심작이다. 곽재식은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듯, 신비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토종 괴물들을 우리 앞에 소환시킨다. 곽재식 작가의 재기발랄한 입담이 다수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써 온 정은경 작가와 안병현 그림 작가를 만나 한국형 판타지 시리즈물, 『크리처스』 7권이 찾아왔다.
고래눈에게 받은 입맞춤의 힘으로 얼음 도깨비가 된 흑삼치를 물리치고, 신라를 지켜낸 소소생.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소소생은 입맞춤 이후 고래눈이 감감무소식, 행방불명이 되자 절망한다. 그리하여, 철불가는 다시 사기를 치러 사포로, 소소생은 실연의 아픔을 잊으러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한편, 지금의 강원도 지역인 명주에서는 산불이 나는 곳마다 부잣집의 재물이 사라지고, 자욱한 안개와 함께 사람이 죽어 나가는 괴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는 거대한 멧돼지 발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이곳저곳 떠돌다 명주의 고즈넉한 사찰에서 발걸음을 멈춘 소소생과 명주의 산불 사건에서 돈 냄새를 맡은 철불가, 거대한 황금 멧돼지, 금저를 최초로 목격한 해적 바다선녀. 그리고 명주의 산불을 제압하러 나타난 의적 고래눈. 괴물과 산불, 폭정 때문에 백성들이 떠나오는 혼란한 명주로 온갖 해적들이 모여든다!
금저의 목격담에서 다시 한 번 돈 냄새를 맡은 철불가는 소소생과 바다선녀에게 금저를 잡기 위해 손을 잡자고 제안하는데……. 산불이 이는 곳마다 나타나는 금저의 비밀은 무엇일까?
『크리처스』는 마치 영상을 보듯 시청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소설이다.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들과 비장한 장면에서 돌연 팽팽하던 긴장감을 유머로 반전시키는 재치, 역사적 고증과 상상의 힘을 버무려 환상적인 세계관을 재현한 그림은 텍스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10대 청소년은 물론, 새로운 한국형 크리처물을 고대해 온 팬이라면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선택일 것이다.
◎ 책 속에서
뒤를 돌아본 바다선녀의 눈에 뿌연 안개 뒤로 시커먼 형체가 비쳤다. 바다선녀는 두 눈을 의심했다. 하얀 안개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꾸물꾸물 움직이는 거대한 황금 덩어리였다.
-p.7
“이보시오, 장군. 내 가진 건 없지만 작은 성의를 좀 봐 주실 순 없겠소?”
바다선녀가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가방에서 진주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해적이란 놈이 감히 관리한테 뇌물을 바쳐?”
장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이게 바로 ‘사군이물’이오.”
“‘사군이충’은 들어 봤는데 ‘사군이물’은 무엇이냐?”
“화랑이 지켜야 할 세속오계를 본따 나만의 해적오계를 지었다오. ‘관직에 있는 자에겐 뇌물로 대한다’는 뜻이지.”
“너 같은 것이 어찌 세속오계를 안다는 게냐?”
장수의 물음에 바다선녀가 아련해진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몸은 본디 원화였거든.”
-p.15
‘주군왕. 서라벌에서 유력한 왕위 계승자였으나 지금의 임금에게 밀려나 도망치듯 명주로 올라왔다. 임금은 명주 지역을 떼 주고 왕권 다툼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주군왕은 오히려 여기서 사병을 키우며 여전히 왕위 찬탈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서라벌의 감시가 삼엄하여 역모를 일으키기엔 역부족.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자이니 혹여 엄한 일에 엮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 비장이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주군왕은 이 비장의 기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술을 따라 주었다.
-p.37
소소생이 고래눈을 지나쳐 범이에게 가려고 할 때, 고래눈이 소소생의 손목을 잡았다. 고래눈의 부드러운 손길에 소소생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안개가 걷히면 시장에서 만두라도 먹자꾸나.”
소소생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네……!”
-p.63
황금 돼지의 번쩍이는 가죽에서 하얀 독 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황금 돼지가 향하는 곳을 눈으로 따라가 보니 앞에 고래눈이 보였다.
“고래눈이 위험해!”
(…)
고래눈은 우룡정을 달래 가며 가까스로 마지막 불길까지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고래눈이 두른 천의 물기가 다 말라 버리며, 고래눈은 독 안개를 들이마시고 말았다.
“고래눈 형제…….”
고래눈은 귀를 의심했다. 그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소년과 청년 중간쯤에 있는 목소리.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 목소리였다. 고래눈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년 전 고래눈이 막 해적이 되었을 때 한배에 탄 소년이 있었다. 어수룩하고 순진한 구석이 소소생과 닮은 소년. 그 소년이 고래눈 뒤에 서 있었다.
(…)
소년이 고래눈에게 화악 달려들었다. 고래눈은 눈을 감았다.
뜨거운 불길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불에 타서 문드러진 커다란 고목이 고래눈 위로 쓰러지고 있었다. 그때 황금 돼지가 달려와 고래눈을 들이받았다. 쓰러진 고래눈의 머리에서 피가 시냇물처럼 흘러나왔다.
-p.6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