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담은
헤르만 헤세의 교양소설
200자 소개
주인공 쿤은 학창 시절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다. 그 후 음악에 더욱 심취하여 바이올린 연주에 더해 작곡을 하며 예술가로 살아간다. 그러다 음악으로 만난 게르트루트를 사랑하게 된다. 자신이 작곡하고 있는 오페라 때문에 성악가 무오트를 게르트루트에게 소개시켜주었고 둘은 결혼한다. 쿤은 사랑을 잃고 더욱 고독에 침잠한 채 깊이 성찰하며 인간존재의 의미를 외롭게 찾아간다.
고독에 침잠하며 비극과 아픔을 껴안고
외로이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아름다운 선율로 그린 작품
사람들은 많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사람이 앓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의 내용을 꼽아보면 한없이 많을 것이다. 불안, 분노, 고통, 욕망 등등. 심지어 희로애락, 생로병사 자체를 인간이 앓을 수밖에 없는 병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게르트루트』라는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병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고독이라고 할 수 있다. 로에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개인주의 혹은 망상적 고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서 걸리는 병’에 걸렸다.
현대인은 고독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고 익명의 고독이다. 그 고독은 홀로 자신 안에 침잠하는 고독이 아니라 남들과 어울리면서 느끼는 고독이다. 남들과 어울리면서도 자신이 혼자인 것같이 느껴지는 고독이다. 그 누구와도 깊이 맺어져 있지 않고 홀로 외톨이인 것처럼 느껴지는 고독이다. 내가 그냥 수많은 사람 중의 의미 없는 하나로 존재하는 데서 오는 고독이다. 그 고독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는 데서 오는 고독이며 삶의 의미를 잃는 데서 오는 고독이기도 하다.
군중 속의 고독은 남들에게 휩쓸리면서 자신은 잃어버리는 고독이다. 그런데 그와는 다른 고독이 있다. 자신에게 침잠하면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는 고독이다. 이 소설의 화자가 어릴 적부터 느끼는 고독이 바로 그러한 고독이다. 그 고독은 애초에는 남들과 관계를 끊고 자기 자신의 껍질에 갇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의 고독은 그를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다. 그는 고독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껴안는다. 화자인 쿤은 “나는 한순간 하루살이에 시선을 집중한다. 나는 이해하고 인정했다. 나는 그렇게 내 삶과 내 고통도 이해했다”고 말한다. 즉 모든 삶 자체를 이해하고 손을 내밀고 껴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고독이 갖다줄 수 있는 최상의 열매에 대한 성찰이다. 이렇듯 고독은 병인 동시에 인간이기에 앓을 수밖에 없는 온갖 병, 온갖 고뇌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고독하고 아플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비극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는 운명의 물결에 휩쓸리는 존재이며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결코 실현할 수 없는 존재이다. 게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자체에 대해 고뇌한다면 정말로 영원히 아프고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비극과 아픔을 껴안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아픔을 껴안고 그 아픔을 우리의 꿈속에 간직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각자 외롭게 찾는 수밖에 없다. 도움의 손길도 그런 정답 없는 질문을 외롭게 던질 때 주어지지 남들과 함께 어울려 정답만 찾으려 할 때는 주어지지 않는다. 외롭게 존재의 의미를 찾는 주인공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만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보자.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79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