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서, 또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성찰을
모두 쏟아부은 헤르만 헤세의 미래소설
200자 소개
유리알 유희는 추상화된 구조와 상징을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정신적인 가치, 보편적인 가치를 훼손되지 않은 채 보존하려는 열망과 노력의 결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리알 유희는 완전하고 순수하며 그 안에는 통일성, 혹은 보편성의 정신이 깔려 있다.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지적인
가치가 총체적으로 실현되는 하나의 상징적 공간
『유리알 유희』는 헤르만 헤세가 1931년에 집필을 시작해서 1942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유럽 전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할 무렵 집필을 시작해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완료한 작품인 것이다. 헤세가 1877년생이니 54세에 시작해서 65세에 끝을 낸 것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작가가 예술가로서의,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성찰을 모두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유리알 유희』는 10년 이상 걸린 작품치고 양적으로는 대작이 아니다. 그리고 헤세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데만 10년 이상 걸렸다고 볼 수는 없다. 작가가 평생 고민하고 추구해온 문제를 근본부터 질문하고 추적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깨달으면서, 마침내 자신만의 하나의 ‘유리알 유희’를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린 것이다. 그 10년은 노년기에 접어든 작가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깨우친 것들을 작품화해서 보여주는 데 걸린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지식인으로서의 한 개인의 실존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성찰의 시간이고, 사회, 역사적 맥락 내에서의 지식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치열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 앞에서 경건해진다. 삶의 황혼기에 이르러 이토록 치열하게 진지할 수 있다니! 노년기에 이토록 고뇌에 찬 질문을 던질 수 있다니! 그것도 10년 동안 줄기차게! 그런 어른의 모습,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에 나는 이 작품 앞에서 더욱 경건해진다. 이 『유리알 유희』라는 작품은 헤르만 헤세 필생의 고뇌와 모색이 집약되어 있는, 그가 고안해 낸 하나의 ‘유리알 유희’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유리알 유희란 무엇인가? 유리알 유희가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 작품 자체를 하나의 ‘유리알 유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의 무대는 카스탈리엔이라는 교육주다. 하지만 카스탈리엔은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지적인 가치가 총체적으로 실현되는 하나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 상징적 공간에서 모든 정신적 가치는 유리알 유희를 통해 생생하게 보존된다. 유리알 유희는 한마디로 정신적 유희이다. 유리알 유희는 추상화된 구조와 상징을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정신적인 가치, 보편적인 가치를 훼손되지 않은 채 보존하려는 열망과 노력의 결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리알 유희는 완전하고 순수하며 그 안에는 통일성, 혹은 보편성의 정신이 깔려 있다.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81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