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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없는 그림책 상세페이지

그림 없는 그림책

문학동네 시인선 207

  • 관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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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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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4.03.25 전자책, 종이책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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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9만 자
  • 34.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54696340
ECN
-
그림 없는 그림책

작품 정보

“그림을 망친 아이처럼 당신이 운다면
다시 잠들 때까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세상 모든 그림책을 읽어줄게”

한 권의 동화책을 읽는 평온함과 첫 걸음마를 떼는 불안함
그 모든 순간을 보살피는 돌봄의 손길

동시대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한국시의 목록을 새로이 쌓아가고 있는 문학동네시인선이 올해를 여는 첫 시집으로 남지은 시인의 『그림 없는 그림책』을 선보인다.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격렬함을 고요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재능”(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있으며 “언어를 절제한 만큼 의미-이야기가 증폭된다는 시의 ‘황금률’이 모범적으로 적용된 시”(시인 이문재)를 쓰고 있다는 찬사와 함께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12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긴 시간 섬세하게 퇴고를 거듭한 끝에 50편을 추린 이번 시집에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듯 따뜻하고 평온한 시들과 첫 걸음마를 뗄 때의 위태로움을 담은 시가 함께 담겨 있다. 간결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세계의 면면을 포착해냄으로써 눈에 띄지 않는 존재에게까지 손을 내미는 남지은 시의 처음을 기쁜 마음으로 소개한다.
시집의 제목인 ‘그림 없는 그림책’은 안데르센의 동명의 동화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동화집에는 어떤 그림도 없다.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글자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는 그림이 보여주는 것 이상을 상상할 수 있으며, 스스로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남지은의 시집 역시 이와 닮아 있다. 시집의 각 부를 숫자로 표기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소제목만으로 구분하는 형식은 각 부를 한 시집의 구성요소라기보다는 각각의 개성을 지닌 단권의 그림책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지은의 시는 그림 없이도 우리에게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그 세계로 훌쩍 건너가게 하는 안데르센의 동화집처럼, 절제된 언어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적게 말하고 작게 접어서/ 비우고 나면”(「마트료시카」)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가벼움의 미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식탁엔 꽃병을 두었다 꽃도 말도 정성으로
고르고 묶으면 화사한 자리가 되어서
곁이란 말이 볕이란 말처럼 따뜻한 데라서
홀로는 희미한 것들도 함께이면 선명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 왜 나만 남았을까
그런 심정은 적게 말하고 작게 접어서
비우고 나면 친구들이 와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식탁엔
커피잔을 들면 남는 동그란 자국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_「마트료시카」 부분

남지은의 시에서 가벼움은 시적 화자가 마음을 다해 돌보는 “어린 사람”(「귀신의 집」) 과 긴밀히 연결된다. 어린 사람은 “작은 영혼”을 지닌 사람이자 물리적으로도 “무척이나 가벼”(「기척」)운 사람이다. 모든 것이 처음인 어린 사람을 화자는 정성껏 돌보며 머리를 “다정히 묶어”(「성호를 그으며」)주고 “너는 나를 이런 식으로 닮아선 안 된다”(「잼잼」)고 스스로에게 되뇌듯 속삭인다.
또한 가벼움은 시인으로서 남지은이 시를 대하는 태도와도 관련되어 있다. 시인은 양육자가 아이의 얼굴에 묻은 침이나 콧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듯 감정적 서술과 긴 수식어들을 덜어내 말끔하게 다듬는다. 고요한 공간에서 아기의 “이마를 짚”(「호각」)고 “울고 싶은 사람을 울게 하는 약”(「말하기에 대한 강박」)을 입에 넣어주는 이의 애틋한 손길을 통해 아기를 향한 그의 사랑을 짐작해볼 수 있는 것처럼, 시인 역시 자신의 진심을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내며 “더 큰 사랑을 이룩”(「잊었던 용기」)한다. 때문에 시인이 공들여 정리한 이 시들이 우리 앞에 놓일 때, 우리는 돌봄을 받는 어린 사람처럼 시들을 손으로 쥐기도 하고 냄새를 맡기도 하면서 시와 가까워진다. 우리는 남지은의 시를 읽으며 점점 가벼워지고 시인의 사려 깊은 돌봄에 의해 시와 함께 길러지는 것이다. “어린 독일가문비나무”(「표정 카드」)처럼, 어린 사람처럼 가볍고 연약했던 우리는 시인의 품에서 ‘그림 없는 그림책’을 통과하며 “지붕이 없어서” “키가 웃자”(「이미지 게임」)라는 커다란 나무가 된다.

기차, 기차, 기차, 그리고 기차들이
눈썹 끝에 모인다

이불 아래 주춤주춤 모여드는 구름

가슴 위로 코끼리가 발 하나를 얹는다
장마가 시작된다

하수구의 쥐들이 튀어오르고

지붕이 없어서
나무들의 키가 웃자란다
_「이미지 게임」 부분

하지만 『그림 없는 그림책』이 그저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집에는 어린 시절 깊은 상처로 남았을 법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말을 하면 혼이 났”(「가정과 학습」)고 “말을 안 하면 그래도 혼났”(같은 시)던 일, “고모 아빠가 엄마 때려요/ 이모 엄마 좀 숨겨주세요”(「도움닫기」)라고 말해야 했던 일, “취한 손으로 가족들 발톱을/ 뽑아내는”(「넝쿨장미」) 아버지를 마주했던 일이 그렇다. 크게 상처를 입었을 만한 상황들임에도 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은 채 절제된 단어들로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양육하느라 “신발 신어본 지도 여러 날이 지”(「재생」)난 양육자의 마음 역시 감정이 크게 개입되지 않은 담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인은 시적 화자가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상처가 남긴 오래된 흉터 위로 조용히 손을 포갠다. 잔인하고 괴로웠던 기억도, 따뜻한 보살핌의 기억도 모두 시로 승화시키며 시인은 돌봄을 받는 이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이로 한 뼘 성장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그로 인한 흉터가 시 곳곳에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남지은의 시집이 한 권의 동화처럼 다정하게 독자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인과 시적 화자 모두 자신의 상처와 흉터를 정확하게 인식하면서도, 자신이 돌봄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었을 때 어린 사람에게 같은 상처를 주지 않으려 되뇌이기 때문일 것이다. “괜찮아? 춥지 않겠어? 다정한 물음이 있고/ 어떤 이야기를 계속하기 좋은 순간”(「테라스」)이나 “늦었네 들어가자/ 그런 말이 당신을 덜 다치게 하고/ 어딘지 모를 집으로 되돌아가게 한다”(「잊었던 용기」)는 말에는 온기와 애정이 담겨 있다. 자신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상처를 인식하고 치유하며 같은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이 담긴 남지은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다시 어린 사람이 되었다가 마침내 시의 다정한 손길 아래서 “난간에 기대어 자라던 식물들이 난간을 벗어나”(「테라스」)듯 또 한번 성장하게 될 것이다.

늦었네 들어가자
그런 말이 당신을 덜 다치게 하고
어딘지 모를 집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

그림을 망친 아이처럼 당신이 운다면
다시 잠들 때까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세상 모든 그림책을 읽어줄게
미술관에도 박물관에도 수목원에도 다 데려갈게

좋은 이모 되고 싶다
좋은 말을 고르고 빚어서 아기 손에 쥐여줄

우리가 꿈꾸는 가족
비어 있는 화면에 의미를 더하면서
더 큰 사랑을 이룩하게 될 때까지
_「잊었던 용기」 부분


남지은의 시를 읽는 시간이 한 권의 동화집을 읽는 시간처럼 평온했다거나 불온했다면 그것은 그의 시가 우리를 어린 사람으로 돌려놓는 일에 기여했다는 뜻일 것이다. 양육당하겠다고 자처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양육하겠다는 자들이 출몰하는 시대에 시의 양육자는 어떠한 결로 이 작은 등 아래에 손바닥을 두고 있는가. 더 많은 어린 사람들이 남지은의 시 안에서 길러지기를 원한다. 그 시로부터 걸어나와서 나무로 서기를 원한다. 『그림 없는 그림책』에 그림이 없는 것처럼 길러진 자들도 기른 자들도 이 시집 덕분에, 시집보다 크게 자라서 그 밖에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서 있기를 원한다.
_김지은, 해설에서

작가

남지은
국적
대한민국
데뷔
2012년 문학동네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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