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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상세페이지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문학동네 시인선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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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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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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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5.02.10 전자책 출간
  • 2024.12.31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4만 자
  • 38.9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09337
ECN
-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작품 정보

“한 발을 딛고
두 발짝 딛고
다음 발은 싱크홀”

개똥 같은 삶을 껴안는 명랑함으로 나아가기
‘몸으로 쓰는 시인’ 진수미 12년 만의 신작 시집

1997년 제1회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진수미의 세번째 시집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를 문학동네시인선 226번으로 펴낸다. 한국 시단에 낯선 족적을 남긴 첫 시집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문학동네, 2005)와 “다른 차원을 꿈꾸는 고백의 나라”(권혁웅 시인)를 선보인 두번째 시집 『밤의 분명한 사실들』(민음사, 2012) 이후 꼬박 12년 만이다. 밤이 찾아오면 선명해지는 꿈을 기다려왔던 시인은 이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이 꿈은 어서 깨도록 하자”(‘시인의 말’)고 채근하며 “한 발을 딛고/ 두 발짝 딛고/ 다음 발은 싱크홀”(「죽은 자의 휴일」)인 세계를 상상한다.
시집의 제목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는 마지막 수록작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의 시구에서 따온 것으로, 이 시는 시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가 시집 원고가 담긴 파일을 삭제한 실화에 기반해 창작되었다. 데뷔 후 28년 만에 세번째 시집을 펴내는 천천한 속도로 미루어볼 때,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세계가 “한갓 신기루”에 불과해졌던 경험은 마치 신의 농간처럼 느껴졌을 터다. 그리하여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 우연 위에 덧씌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시집이 탄생했다. 어느 장을 펼쳐 읽어도 언제든 헛것으로 사라질 줄 알면서도 기어코 다시 쓰인 문장들, “이미 없는 것들” 위에 새로이 쓰인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다만 주지하듯 꿈에서 깨어나 마주한 싱크홀이 어둡고 냄새나는 것은 필연적인 결말이다.

삶이란
누군가 한 번은 밟아야 하는
개똥의 다른 이름

젖은 교차로에서
냄새나는 생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나의 바닥을
세상 모서리에 비벼 닦는다
스크린도 무대도 없이
아름다운 나의

개똥,
당신들
_「젖어서 아름다움」 부분

이 시집에서 ‘삶’은 결코 아름답게 묘사되지 않는다. 시인은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삶이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자인 듯하다. “삶이란/ 누군가 한 번은 밟아야 하는/ 개똥의 다른 이름”이라면 기꺼이 “누군가”가 되어 “개똥 밟는 여인으로 불”리는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또다른 시 「처형의 이듬」의 화자는 ‘Whipping Post’, 즉 죄인을 묶어놓고 채찍질할 때 사용하는 기둥에 매달려 있다. “순종과 굴종 사이에서 눈알 굴리”며 때때로 날아오는 채찍이 “매일까 사랑일까” 고민하는 ‘나’에게 “생은 한없는 모욕”이다.
흥미로운 것은 천형처럼 주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음울하고 슬프기보단 어딘가 사뿐하고 경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암종」에는 인생에서 지켜야 하는 두 가지 원칙이 제시된다. “제 1원칙: 아프지 않은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한다” “제2원칙: 아파야 한다면, 세상 명랑한 환자가 된다”가 그것이다. 어릴 적부터 ‘신장염’ ‘동맥염’ ‘뇌졸중’ ‘반신마비’ 등 줄줄이 이어진 병명을 앓아온 화자는 가슴속 암종이 생긴 후에도 명랑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신상” 병명을 “못 이기는 척 너그럽게 받아”주고선 “가슴 한쪽을 도려내고” “삐딱삐딱삐딱삐딱삐딱삐딱삐딱” 걸어간다.
이토록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질문인 세계”(「10번 출구에서 돌아보라―강남역에서」)에서 시인은 “눈을 감으면/ 왜 동시에 감기나요?” 하고 묻는다. “두 개의 눈”(「심해어」)은 “삐딱임”이 “생의 디폴트값”(「암종」)이라 고백하는 시인이 유일하게 나란히 뜨고 감을 수 있는 신체 기관이다. 이 시집의 발문을 맡은 김민정 시인이 말하듯 “눈을 감았다 뜨는 것이야말로 나의 자유”이며 “눈알을 굴리는 것이야말로 나의 춤사위”인 셈이다. 하여 시인은 “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내가 너를 알아볼 거”(「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일」)라는 약속과 함께 세상 모서리에 묻어난 존재들의 목격자이기를 자처한다.

티티, 너는 새였구나
나의 눈알을 물고 숲속으로 사라졌던

여긴 티티의 꿈속이로구나
나는 붉은 발을 가진 새였구나
부리로 속삭이고 있었구나

나무로 된 책걸상에 앉은 아이들이
동전을 꺼내
검은 도화지를 긁는다

새 한 마리
어깨에 얹은 아이가 나타나고

검은 밤이 밀려나온다
묵은 때처럼 후드득
후드득
_「후드득후드득 날갯짓」 부분

이 시에 등장하는 새 티티는 “나의 눈알을 물고 숲속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와 ‘나’의 “어깨 위에 앉는다”. 티티의 꿈속에서 ‘나’는 스스로가 “붉은 발을 가진 새였”음을 깨닫는다. 교실의 아이들이 까만색으로 뒤덮인 도화지를 긁자 “검은 밤이” “후드득” “밀려나온다”. “블랙아웃”에서 깨어난 ‘나’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푸른 잎 우주_20140416」), 죽은 여성들을 기리며(「10번 출구에서 돌아보라―강남역에서」 「세 겹의 죽음, 그리고 카사밀라에서의 재회」), 난민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누군가는 달이 없어졌으면……하고 빌었다」 「모두가 쿠로브스키 부인」). 이 시편들에서 화자의 시선은 단순히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겠다는 마음을 넘어서, 오랫동안 그들을 억압하고 침묵을 강요해온 세계의 시선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진수미의 시는 마침표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각 연의 마지막 문장은 모두 마침표가 붙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번갯불에 똥덩어리」의 화자는 “어영부영이라는 말이 마침표를 닮아서/ 엉망진창이라는 말을 닫는/ 마침표가 서늘해서” “시를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뒤이어 등장하는 고양이는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닷/ 물그릇 쓰러뜨리고/ 밥그릇을 뛰어넘”으며 “사랑에는 마침표가 없다고/ 문밖에서 야옹야옹” 운다. 화장실을 박차고 나온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뜨린 “새까맣고 물컹한” 것이 “쉼표처럼 아늑하다”. 쉬이 마침표를 찍지 않으려는 것은 엉망진창인 삶일지언정 어영부영 마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연유한 것일까. 똥덩어리 같은 삶을 사랑하는 시인은 그 안의 더러움과 고약함마저 기쁘게 껴안는다. 그렇게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으며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마흔여섯 편의 시에는 음악, 미술, 영화 등 시집의 모티프가 된 다양한 레퍼런스가 덧붙어 있다. 해당 작품이 연상시키는 감각에서 출발한 시도 있고, 내면에 쌓인 이야기를 써내려갔으나 다른 예술작품의 제목을 따온 시도 있다. 부조리한 삶의 순리에 정면으로 돌파하는 몸에서 튀어나온 문장과 더불어,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이 얽혀들어 오감을 두루 자극하는 진수미의 시집은 몸으로 읽어내야 한다. 책 말미에 붙은 김민정 시인의 발문은 시집의 형식을 빌려, ‘발문자의 말’을 서두로 삼은 후 여섯 개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그의 글이 몸소 보여주듯 진수미 시를 해석하는 데 정해진 독법은 없다. 툭툭 쏟아지는 날것의 시어를 천천히 씹어 넘기고,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소화시킬 때 그것은 형체를 띤 영양소가 되어 삶의 자양분을 이룰 것이다.
개똥을 지르밟는 심정으로 이 땅 위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나날과 그러한 현실과 불화하는 꿈속을 오가는 시인의 숙명. 그 삶은 한 칸의 여백도 없이 “고통상처분노실망거짓”(「생존 연습」)으로 점철되었을 테지만, 그는 여전히 “지금은 밤일까/ 아침일까” 고민하며 눈뜬다. “나의 매일매일”이 먼저 떠난 자들의 “빨간 날”임을 깊이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발을 딛고/ 두 발짝 딛고/ 다음 발은 싱크홀”이라면 “다음다음 발은 무엇일까”(「죽은 자의 휴일」)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남으로써 그는 스스로 생존의 증거가 된다.

훠이 훠이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허우적대지만

하염없이 배제당하는 아이야
하염없이 밀려나는 아이야
그럼에도
삶을 선택하는 아이야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는 걸까
_「개미는 애인이라도 있지」 부분

작가

진수미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70년
학력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데뷔
1997년 문학동네
수상
1997년 문학동에 신인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진수미)
  •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 (진수미)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서정학,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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