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그린 그림, 일본 중편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학 소설 시리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원제 『지옥변』은 예술과 인간의 도덕성, 그리고 창작자의 집착을 극단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봉건 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천재 화가 요시히데가 불타는 수레 속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딸을 직접 목격하며 걸작을 완성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예술의 본질과 그 대가, 그리고 인간의 비극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1. 줄거리 및 전개 방식
이야기는 ‘나’라는 이름 없는 화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는 요시히데에 대한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반응과 사건들을 묘사하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요시히데라는 인물을 판단하게 만든다. 요시히데는 궁정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화가이지만, 그의 성격은 오만하고 인간미가 결여된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심지어 현실에서 직접 비극적인 상황을 경험해야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요시히데의 성향은 대인(大人)이 그에게 ‘지옥변’이라는 병풍을 그리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실제로 사람이 불타는 장면을 보고 싶어 했고, 대인은 그의 딸을 수레에 태워 불태우는 잔혹한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요시히데가 그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공포나 슬픔보다 예술적 황홀경에 빠지는 모습이다. 결국 그는 병풍을 완성하지만,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2. 예술과 윤리의 갈등
이 작품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예술가가 윤리적 가치를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다. 요시히데는 인간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오로지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모습은 예술에 대한 집착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이며, 독자들에게 예술의 가치와 도덕성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요시히데는 ‘악마적인 천재’로 묘사되며, 그의 재능은 찬사를 받지만 동시에 비인간적인 행위로 인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는 예술가의 도덕성과 창작 욕망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강조하며, 창작 과정에서 인간적인 희생이 필연적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3. 권력과 폭력의 문제
『지옥변』은 단순히 예술과 도덕성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력자의 폭력성과 인간의 무력함 또한 조명한다. 대인은 요시히데의 집착을 간파하고 그의 딸을 불태우는 잔혹한 명령을 내린다. 이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권력자가 예술가를 이용하고 그의 운명을 조종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요시히데는 딸을 잃고 병풍을 완성하지만,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는 예술이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술을 통해 권력을 거스를 수 있는가, 혹은 예술조차 권력의 도구가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 작품에 내포되어 있다.
4. 서술 기법과 상징성
작품은 ‘나’라는 화자의 간접적인 서술을 통해 요시히데를 묘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가 직접 사건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요시히데의 진정한 내면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독자들은 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불타는 수레와 ‘지옥변’ 병풍은 작품의 핵심적인 상징 요소이다. 불타는 수레는 인간의 고통과 희생을 의미하며, ‘지옥변’은 그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또한, 요시히데가 그림을 완성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은 예술과 현실의 괴리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창작자가 현실에서 도피하지 못하는 한계를 상징한다.
1. 기억의 시작 – 화자가 요시히데와 대인을 회상하다.
2. 천재 화가 요시히데 – 요시히데의 성격과 재능을 소개하다.
3. 요시히데의 악명 – 그의 오만함과 기괴한 성향이 드러나다.
4. 딸의 존재 – 요시히데의 딸이 대인의 시녀로 섬기고 있음이 밝혀지다.
5. 불길한 징조 – 요시히데의 딸과 관련된 수상한 소문이 돌다.
6. 대인의 명령 – 대인이 요시히데에게 ‘지옥변’ 병풍을 그릴 것을 명하다.
7. 고뇌하는 화가 – 요시히데가 작품의 구상을 고민하다.
8. 현실과 예술의 경계 – 요시히데가 작품을 위해 실물을 관찰하려 하다.
9. 불길한 분위기 – 대인의 의도가 점점 불길하게 느껴지다.
10. 운명의 밤 – 대인이 요시히데 앞에서 끔찍한 실험을 계획하다.
11. 불타는 수레 – 요시히데의 딸이 수레에 갇혀 불타오르다.
12. 황홀한 광경 – 요시히데가 딸의 죽음을 보고도 황홀경에 빠지다.
13. 대인의 반응 – 대인이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이다.
14. 침묵 속의 병풍 – 요시히데가 마침내 ‘지옥변’ 병풍을 완성하다.
15. 승려의 감탄 – 병풍을 본 승려가 경악하며 감탄하다.
16. 대인의 씁쓸한 미소 – 대인이 요시히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다.
17. 마지막 선택 – 요시히데가 자신의 방에서 자결하다.
18. 병풍의 유산 – ‘지옥변’ 병풍이 저택 내에서 신성한 작품이 되다.
19. 사라지는 흔적 – 요시히데의 무덤이 점차 세월 속에 잊혀지다.
20. 끝나지 않는 불길 – 그의 예술과 비극이 후대에도 회자되다.
『지옥변』은 예술과 인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요시히데라는 인물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 창작자의 집착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과 도덕성은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권력의 폭력성과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예술이 단순한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닌 인간의 고통과 희생을 담아낼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요시히데는 결국 걸작을 남겼지만, 그의 삶은 비극으로 끝난다. 이는 예술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희생과 고통을 상징하며, 독자들에게 예술과 현실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지옥변』을 통해 예술과 인간, 그리고 권력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으며, 이 작품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