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워낙 유명한 명작이라 줄거리나 설정에 대해서만 대강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당대 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읽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진짜 ‘괴물’은 증오와 복수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예정된 파국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안타깝고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을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문제와 전복, 괴물을 사회의 소수자로 해석해보는 작품 해설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흔히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이름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죠. 이 사실부터가 상징적이에요. 마치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존재가 누구인지 묻는 것 같잖아요? 빅터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생명을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과학자입니다. 그는 죽은 자의 신체를 이어 붙여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순간 자신이 만든 생명을 보고 공포에 질려 도망칩니다. 창조자는 자신의 피조물을 외면하고 세상은 그를 혐오하며 괴물로 낙인찍죠. 그렇게 버려진 존재는 점점 분노와 고독에 사로잡혀 결국 자신을 만든 주인에게 복수의 손길을 뻗게 됩니다. 괴물의 고백 부분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받고 싶어 했고 인간처럼 살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사회와 창조자의 냉대 속에서 점점 괴물이 되어갑니다. 결국 진짜 괴물은 그를 만든 인간 즉 책임을 지지 않은 창조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지적 욕망이 도덕적 책임 없이 폭주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 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요즘같이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그에 따른 주제가 한창 논의되는 현대의 사회상과 겹쳐지며 시대의 거울이 되어주죠. 우리는 어디까지 창조할 수 있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으니까요.

영상물로도 많이 접했지만 원작소설이 주는 기쁨이 크네요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와 파괴, 인간성과 괴물성의 경계를 심오하게 탐구한다. 괴물은 "추방당한 아담처럼" 묘사되며, 창조자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의 실존적 고독을 성경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북극의 황량한 풍경은 "끝없는 고독의 백색 감옥처럼" 펼쳐지며 인물들의 내면적 고립과 정서적 황무지를 반영한다. 빅터의 과학적 야망은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타오르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태워버리는 파괴의 불꽃이 된다. 이러한 비유들은 단순한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작품의 핵심 주제인 오만한 지식 추구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의 위험성을 구체화한다. 셸리는 빛과 어둠의 이미지를 대비적으로 활용하여 지식과 무지,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빅터가 생명의 비밀을 발견하는 순간은 "번개가 밤하늘을 가르듯" 찬란하지만, 그 빛은 곧 "무덤의 어둠 속에서 꺼내온 것"이라는 역설을 담고 있다. 괴물의 깨어남은 "악몽이 현실로 스며들듯" 묘사되며, 꿈과 현실, 이상과 공포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자연은 작품 전반에 걸쳐 "위로하는 어머니처럼" 또는 "분노한 심판자처럼" 등장하며, 인간의 감정 상태와 도덕적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로 기능한다. 괴물의 인간성에 대한 갈망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여행자처럼" 절박하고 비극적이다. 그는 "거울에 비친 뒤틀린 인간성처럼" 우리 자신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며, 사회의 거부와 편견이 어떻게 순수한 존재를 진정한 괴물로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빅터와 괴물의 관계는 "그림자가 본체를 쫓듯" 또는 "사슬로 묶인 두 죄수처럼" 서로를 추적하고 속박하며, 창조자와 피조물이 결국 하나의 운명으로 불가분하게 얽혀 있음을 상징한다. 괴물이 배우는 언어와 문학은 "감옥의 창문처럼" 세상을 엿보게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영원히 그 세상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잔인한 깨달음을 준다. 셸리의 천재성은 고딕 소설의 형식 안에 낭만주의 시대의 철학적 질문들을 담아낸 데 있다. 과학의 무제한적 발전과 윤리적 책임, 사회적 소외와 복수, 부모의 책임과 자식의 권리라는 보편적 주제들이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작품은 "경고의 종소리처럼" 울리며,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할 때 치러야 할 대가를 보여준다. 출간 이후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발전하는 현대에 이르러 프랑켄슈타인의 질문들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여전히 창조의 권리와 책임, 인간성의 본질, 그리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